오늘은 절기상 소한입니다. 소한이 대한 잡아먹는다는 말이 있죠. 소한 추위가 대한 추위보다 더 춥다는 것인데 오늘은 소한 추위가 맥을 못추고 누그러져 제법 따듯한 날씨였습니다. 점심 때 솔바람향기님을 만나서 창동역 착한전복 식당에서 전복삼계탕을 먹고, 오후에는 자동차 검사 받고, 이럭저럭 시간을 보내다보니 퇴근 시간이 다 되었네요. 금요일 퇴근은 다른 날보다 더욱 기다려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광장 게시판에 출석부가 올라오지 않았군요. 그래서 제가 재수한 조카가 세종대 미대에 합격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하면서 출석부 올립니다. 요즘 자녀의 대학 진학 때문에 마음 조리시는 회원님들 많으시죠. 저도 조카 때문에 적잖이 마음 쓰면서 지냈답니다. 올해는 아들 재윤이가 고3인데 벌써부터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알아서 잘 할텐데 무슨 걱정이냐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소년기를 유별나게 보낸 녀석이라 걱정됩니다. 오늘은 친구들과 을왕리 바닷가에 간다고 들떠 나갔는데 내일이나 온다네요. 카톡으로 보낸 메시지 ‘아버지 잘 할테니까 걱정 마세요’ 누나가 합격했다고 좋아하는걸 보면 자극이 될거는 같습니다.
신년 첫 금요일입니다. 오늘도 연말처럼 술자리 이어가시는 분들 계실테죠. 즐거운 이야기 많이 나누시고, 행복의 기운이 봄처럼 감돌기를 바랍니다. 아래 시는 올해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부분 당선작입니다. 차분하게 음미해 보시길 권합니다.
발코니의 시간/ 박은영
필리핀의 한 마을에선
암벽에 철심을 박아
관을 올려놓는 장례법이 있다
고인은 두 다리를 뻗고 허공의 난간에 몸을 맡긴다
이까짓 두려움쯤이야
살아있을 당시 이미 겪어낸 일이므로
무서워 떠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암벽을 오르던 바람이 관 뚜껑을 발로 차거나 철심을 휘어도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그저 웃는다
평온한 경직,
아버지는 정년퇴직 후
발코니에서 화초를 키웠다
생은 난간에 기대어 서는 일
허공과 공허 사이 무수한 추락 앞에 내성이 생기는 일이라고
당신은 통유리 너머에서 그저 웃는다
암벽 같은 등으로 봄이 아슬아슬 이울고 있을 때
붉은 시클라멘이 피었다
막다른 향기가 서녘의 난간을 오래 붙잡고 서있었다
발아래 아득한 소실점
더 이상 천적으로부터 훼손당하는 일은 없겠다
하얀 유골 한 구가 바람의 멍든 발을 매만져준다
해 저무는 발코니, 세상이 한눈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