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이 입국하기전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최순실의 신변을 걱정하는 소리들이 돌았었다. 대표적으로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선 최순실’의 행방이 묘연한데 대해 과거 박정희 정권 시대에 프랑스에서 비명횡사 한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사례를 들어 최씨의 신변안전을 우려했다. 김 의원은 최씨의 신변을 걱정하는 이는 자신뿐이 아니라며 국정원이나 대사관이 최씨의 신변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최순실이 김형욱처럼 될 수 있다? 물론 최순실이 귀국해 체포까지 된 지금에 와서는 그러한 설이 ‘근거 없는 헛소문’이었던 것처럼 비쳐진다. 박근혜와 최순실의 ‘친자매’같은 관계를 놓고 보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사실 우정도 의리도 인정도 없는 권력의 생리로 볼 때는 십분 가능한 추측이었다.
김두관 의원이 말한 김형욱의 경우를 봐도 박정희 정권에서 6년동안이나 중앙정보부장을 맡아 하며 1963년의 대통령선거에서 박정희를 당선시키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고 1969년에는 여야 모두의 반대를 물리치며 3선개헌안을 통과시켜 박정희의 장기집권을 보장한 특등공신이었다. 그러나 박정희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친 김형욱은 3선개헌안이 통과된지 사흘 만인 1969년 10월 20일 정보부장직에서 해임됐다. 들끓는 민심을 가라 앉히기 위한 ‘제물’로 다름아닌 ‘충신’ 김형욱이 선택된 것이었다. 그로부터 10년후인 1979년에는 박정희의 지시에 의해 프랑스 파리에서 중앙정보부 특수 공작조에 납치된 김형욱이 파리 근교 양계장에서 살해되고 만다. 자타가 인정하는 박정희의 최측근 심복이었고 한국의 2인자였던 김형욱의 말로는 이렇듯 비참했다.
권력의 생리는 어제도 오늘도 다를 바 없다. 더우기 박근혜 대통령은 바로 박정희의 딸이다. 최순실이 제2의 김형욱 신세가 될 수 있었다는 가설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던 것이다.
민심의 눈초리는 정확하다. 지금 항간에서는 원래 청와대가 미르ㆍK스포츠재단관련 부정부패혐의의 초점으로 부상하는 최순실 모녀를 해외로 빼돌려 은둔생활을 하게 하던지 아니면 조용히 없애 버려 뒷처리를 깨끗이 하려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최순실을 김형욱처럼 조용히 처리하려 했지만 언론의 집요한 추적에 발각되고 외국 정부에서도 주목하는 바람에 미처 손을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즉 권력자들도 어쩔 새 없이 최순실을 끈질기게 추적해간 기자들이 최씨의 생명을 구원해주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지금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최순실이 이런 사실을 알기나 할까. 혹시 기자들에 대한 고까움과 박근혜에 대한 미안함을 품고 있는 건 아닌지. 현재 최순실이 검찰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정하고 있는 것은 그러한 감정때문일 수도 있겠다.
허나 박정희나 그 딸 박근혜에게는 김형욱이든 최순실이든 오직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일시 필요한 존재였다는 의미에서는 같고 같은 대상일 것이다.
결국 최순실의 신변은 아직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앞으로 최순실이 검찰조사에서 박근혜에게 불리한 증언들을 하는 경우 그 정도에 따라 최순실이 구치소나 조사현장에서 ‘급사’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최순실의 변호사가 “최씨의 심장이 좋지 못하다”는 말을 흘리고 다니는 것도 예사롭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