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글은 문학광장 날적이에서 함께 입력된 휘린님의 글입니다. |
2015 문학광장 문학기행
소설 [토지]의 자취를 찾아-하동, 섬진강, 피아골
**출발:10월24일 아침 7시30분 서초구청 앞.
와우~ 끝없는 전세버스 행렬, 서초구청 앞 인도를 가득 메운 내 나이 또래 아주머니 아저씨들의 들뜬 소란과 웃음소리들... 출발하기도 전에 장관을 보았다.
**12인승 스타렉스 : 조이풀님, 카프카의 연인님, 쿠키님, 쪽빛강님, 백로님, 마루치님, 보라대표님, 선혜님, 휘린 승차. 출발. 카프카의 연인님께서 [토지]가 과대평가 되고 있다는 점과 작가의 역사의식이 부족함을 지적하셨다. [토지]를 너무 좋아했기에 과대평가 부분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카프카의 연인님의 지적으로 그 부분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데올로기의 칼날을 비껴간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지난 주 태백산맥 문학관에서 느꼈던 부분과 비교가 되었다. 조정래는 [태백산맥]을 쓰고 우익들로부터 엄청난 협박을 받고 15년에 가까운 시기를 소송에 시달렸다.
**하동 수강님네 국밥집 : 평사리 입구. 동화 속에나 나올 듯한 알록달록 자그마한 <평사리 국밥집> 출입문을 들어서면 주방입구에 ‘국밥이 인생이다’라는 커다란 글씨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글귀를 보자 배가 벌써 든든해지는 기분이다. [토지]에서 기억나는 국밥집은 평사리에 있던 주막과 간도에서 월선이가 운영하던 국밥집이다. [토지]를 읽고 있을 땐 서울 어느 식당에서 국밥을 먹으면서도 늘 월선이가 말아주는 국밥을 상상하고 떠올리곤 했었다.
직접 농사를 지으신 재료로 수강님의 만드신 음식들은 너무 정갈하여 소설 속 평사리 주막집과 월선이가 말아주는 국밥을 떠올리기 힘들었다. 하지만 감말랭이로 만든 반찬과 메실장아찌는 정말 맛있었다. ‘선주후면’이라는 말은 처음 들었는데 암튼 국밥을 먹기 전 막걸리 한사발 맛은 정말 크으____
**국밥집에서 평사리까지 가는 길 : 주먹만한 대봉감을 달고 있는 감나무들이 늘어진 길을 따라, 감들을 향하여, 노랗게 익은 벼들이 잔잔하게 일렁이는 악양 들판과 그 위로 쏟아지는 옅은 햇살과 들판을 감싸고 있는 지리산의 풍광을 향하여 모두들 구사할 수 있는 최선의 찬사를 바치며 걸었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찬사를 바치는 쪽빛강님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평사리 마을 : 여행객들이 보는 평사리 마을은 드라마를 위해 만들어진 마을이다. 소설의 주요무대가 펼쳐져 있다. 최참판댁, 용이네 집, 칠성이네 집, 두만이네 집 등. 백로님과 마을 골목을 걸으며 [토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토지]를 읽는 동안 얼마나 상상해보고 눈에 그려보던 곳인가. 비록 소설 속 주인공들도 없고 세트장이지만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들과 조우해본다. 최참판댁 별당. 서희의 어머니, 최치수의 아내, 구천의 연인인 별당아씨가 살던 곳. 문득 돌아오는 차 안에서 ‘모성의 위대함’에 대해 나누었던 얘기들이 떠오른다. 누구는 모성이 위대하다고 했고, 누구는 모성이 너무 미화되었다고 했고, 나는 모성의 위대함은 이데올로기라고 했다. 별당아씨의 모성은 무엇인가. ‘모성이 위대하다’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던 분들에게 한 말씀 드린다.
‘아직 여러분에게는 위험한 사랑이 다가온 적이 없었을 뿐입니다.’
**조씨 고가 : 조선의 개국공신인 조준의 후손 조재희가 낙향하여 지은 집으로 ‘조부자집’으로 불렸다. 이 집이 소설 [토지] 최참판 댁의 실제 모델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조씨 가문의 90세가 된 후손 한 분이 그 집에 기거를 하고 계신다. 동학혁명과 6.25를 거치면서 사랑채와 행랑채가 불타 없어지고 안채만 남아있는데도 집이 위치한 높이나 규모, 마당의 연못이 대갓집의 풍모를 풍긴다.
**매당 다원 : 차는 셀프. 커피에 찌든 입이라 차 맛을 잘 모르지만 차를 우리고 따르는 수강님의 모습은 참 우아하고 멋있다. 차를 마시고 차밭을 거닐다 차밭에서 밤을 맞았다. 조이풀님이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읊으시고, 박원순 시장을 닮은 쿠키님은 밤하늘에서 싯구 한 구절을 건지셨다. ‘달은 산 위에 있고 별은 산자락에 내려와 박혔네’(기억이 정확지 않음) 여기에서부터 복희씨님 요란스럽게 등장.
**화개장터 : 민어튀김과 빙어튀김 만원어치 사서 10명이 나눠먹었다. 맛있으면 더 사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맛이 별로... 밤이고 장터가 열리는 시간이 아니라서 장터 맛은 없었다. 여기서 발끈바다님 등장. 발끈바다님은 조용히 등장했으나 선혜님의 요란스러운 맞이.
**지리산 피아골 솔봉산장 : 화개장터를 떠나 굽이굽이 몇 구비를 돌아 숙소 솔봉산장에 도착했다. 맛있는 산채, 근육질이 탄탄한 백숙, 산수유 막걸리를 마구마구 먹는 도중에도 얘기소리와 웃음소리는 끊임이 없다. 점잖은 이야기부터 시작되어 어느새 하나하나 단어의 금기들이 깨어지고 복희씨님 얘기에 모두들 배를 부여잡고 데굴데굴 구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누구는 연애사를 얘기하고 누구는 노래를 하고 누구는 춤을 추고 누구는 시를 읊고.... 그렇게 산중의 밤이 깊어갔다.
지리산 피아골. [태백산맥], [남부군] 등을 읽던 대학시절 얼마나 와보고 싶던 곳인가.
붉은 꿈을 꾸며 이 곳에서 묻힌 그들을 위해 시 한 수는 바쳐야지.
지리산 피아골
붉은 꿈을 꾸는 동지들
그들의 꿈이 묻힌 이곳에서 우리들도 붉은 꿈을 꾼다
왜곡과 부패로 헝클어진 이 땅의 변화를 꿈꾸며
문학으로 피어오를 역사의 진실을 꿈꾸며
오늘을 살아가는 외로움에 울며
밤벌레 소리에 귀 기울일 만도 하건만
피아골 깊은 계곡
사람들의 울음만 드높다
쫓기는 사람들은 품어 숨겨주고, 배곯은 사람들에게는 일궈 먹을 화전을 주고, 오늘날에도 지리산은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와 생명을 준다. 그 지리산의 품에 안겨 모두들 잠이 들었다.
**섬진강 : 2일째 아침. 6시반. 섬진강 띠구름을 보러 부지런한 사람들은 나가고 나는 잠을 더 잤다. 산책에서 사람들이 돌아오고 아침식사로 섬진강가에서 재첩국을 먹었다. 간이 진하지 않은, 별 맛이 없는 듯 하면서도 깊은 것 같기도 한, 섬진강 맛이 나는 국이다. 큰 강은 아니지만 지리산 자락을 따라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굽이굽이 돌며 젖줄이 되어주는 섬진강. 토지를 한참 읽고 있는 중인 백로님은 섬진강을 보며 용이가 나룻배를 타고 장에 가는 상상을 한다. 장도 보고 월선이도 보고. 불쌍한 강청댁.
**문수사 : 백제성왕25년(서기 547년) 세워진 절이라고 한다. 한 때는 원효대사, 의상법사, 서산대사, 사명대사 등 고승들이 수행정진 했던 도량이다. 임진왜란으로 불당이 불타고 6.25 때 전소되었다가 1980년대에 대웅전 삼층목탑이 세워지고 사찰의 모습을 다시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고찰의 모습을 기대하고 올라갔으나 문수사는 고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쇠창살 안에 가두어 사육되고 있는 반달곰의 모습은 기괴스러웠다. 일행들 사이에서도 동물학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람들이 곰 우리 앞으로 다가가자 곰들이 먹을 것을 달라고 아우성을 친다. 우리 옆에는 사료통이 있고 한 바가지에 2000원이다. 한 바가지를 먹고 나니 또 달라고 아우성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중이 받는다. 여기저기 쓰여있는 글귀나 분위기가 ‘땡중’같은 느낌이 났다. 종교의 해학이라고 해야할까, 종교의 타락이라고 해야할까
**남원 광한루 : 춘향이와 이몽룡이 어린 나이에 눈이 맞아 사랑을 나누던 곳. 그들이 거닐었다는 오작교를 건너 광한루에 가서 그네나 뛰어볼까 했더니 광한루는 400년이 넘은 건축물이라 보호를 위해 사람들의 출입을 금하고 있었다. 광한루가 생각보다 무지하게 크고 높다. 여기에서 탐관오리들이 기생들을 끼고 날마다 술판을 벌였으리라. 춘향이 쓰고 있던 칼을 목에 걸어보았다. 무게가 장난 아니다. 나무가 쇄골을 짓눌러 바로 고통이 왔다.
‘사또~ 수청을 들겠사옵니다~’
춘향이 이렇게 고생을 하고 있는데 어사가 되어 나타난 이몽룡은 춘향을 또 시험한다.
‘어디 내 수청은 들겠느냐?’ 모진 놈.
**남원 흥부제 : 흔한 지방의 축제와 별다를 것 없는 풍경. 강동원 의원의 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서명운동을 함께 했다. 엄중한 시국에 놀러다니고 있다는 자책감을 이렇게 좀 덜어내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남원 추어탕, 추어튀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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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피아골, 하동 평사리, 몇십년째 이름만 들어도 가고 싶다고 가슴이 요동을 치던 곳, 드디어 다녀왔습니다. “갈 기회를 마련해준 문학광장 너무 고마워요~” 특히 문학을 좋아하고 솔직하고 웃음이 넘치는 좋은 동지들과 함께 해서 즐거움이 두 배는 컸던 여행이었습니다. 2015년의 가을은 정말 풍성하게 기억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