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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5.25 굵은 빗줄기, 토요일 오후,김귀정
준비 상태 점검
호주머니 속의 라이타 불을 몇번 뒤척거리다가
뜨끄미진 화상,
허벅지에 와닿는 순간 뜨거움 그대로를
함성으로 분노로 몰아쳐라 빗줄기야
늦봄 향기 퇴계로 육차선 도로를 점령하고
청바지 보세 운동화를 신고 야외 수업을 강행하는
민주주의 실습현장
피어 꽃다운 네가 꽃으로 진다
인근 결혼식장에서는 하객들의 웃음 소리가 들려오고
신랑 신부는 한컷 사진 속에 행복한데
눈 돌려 마주친 빗줄기
아마 몰랐을거야
검은 최루 연기에 범벅 되어 복통을 일으키며 뒹구는
퇴계로 육차선 도로
잠시의 고통일 뿐이라고 제법 그럴듯하게 치부하고마는
정권의 술책에 말려
또 한번의 분노가 너를 빗길 위에
싸늘한 시신으로 눕혀 놓는다
동공이 열린채 굳어간 표정은 민주의 염원을 어디에 두고
동지여 동지여
발끈 솟구는 울음으로 깨워도 보았지만
세상 짐 등에 지고 떠난 나이 스물 다섯
어디에도 너를 잊지 못하는 늦봄의 시국은
장대비 쏟아지듯 물결치는 인파로 거리를 메운다
<91년 5월, 중대신문>
부처님은 올해도 오시기는 오시는 모양입니다. 거리에 달린 연등을 보면서 가만 만져보기도 하고 그 불빛에 마음을 담아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부처님의 자비, 부처님의 가피, 이런 생각들을 해보는데 세상은 별반 달라지지 않는군요. 결국 사람이 만든 세상 업보인만큼 사람이 풀어야겠죠.
노무현대통령께서 돌아가신 이 즈음 5.18 광주, 91년 봄날의 열사들, 세월호 희생자들이 오버랩되며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그러면서도 부처님은 오신다고 합니다. 위 시는 24년전 제가 쓴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