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저녁 경복궁역 인근 푸른역사 아카데미, 그 무엇에도 흔히 다친다는 상처적 체질을 가진 류근 시인의 시낭송회에 참석했다. 준비를 잘하고 기획 된 낭송회가 아니다. 가을 밤인데 시낭송이나 하자고 뜬금없이 류근이 제안했고, 누가 어떻게 오는지 모르지만 나는 지난 봄 그가그립다 산문집에 원고도 준 친구이기도 해서 품앗이나 하자는 생각으로 출판사 서주간과 동행했다.
인연이란 이렇게 느닷없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다. 부천광장의 우물정(심상우 작가)님이 내 뒷 자리에 앉아 계셨고, 내 앞자리에는 그 날은 몰랐지만 안양광장의 민들레처럼님이 앉아 있었다. 민들레처럼님은 우리 광장에 두 분이 계셔서 지난 경기도교육감 선거 때는 헷갈리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큰 민들레처럼님, 작은 민들레처럼님 이렇게 구분 해두고 있다.
이 날 찍은 사진 몇장을 문학광장 SNS 방에 올렸는데 도파민님이 "이 분 안양 민들레처럼님 이세요" 해서 알았다.
이 날 시민광장 회원인 우리는 전혀 분위기가 다를 것 같은 곳에서 이렇게 함께 있었다. 노사모 노혜경 님과 우물정님과는 뒷풀이도 함께 했다. 나는 우물정님 옆에서 계속 우리 얘기만 했고, 노혜경님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 날 때는 택시 타는 곳까지 배웅해 드렸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택시가 멀어져 가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고 다시 뒷풀이 자리로 돌아가 새벽 가까이까지 문학 얘기를 했다. 등단 했을 때 얘기를 했고, 누가 글을 제일 잘 쓰는지 얘기했고, 앞으로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얘기 했다. 글 잘 쓰는 걸로는 교과서에도 글이 실린 우물정님이 단연 돋보이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416행의 시를 쓴다고 해서 주목을 받기도 했고, 류근은 백일장 하듯이 시를 쓰기도 했다.
앞으로는 종종 음악과 시를 결합한 공연 프로그램으로 만들자는 얘기도 있었다. 11월 중에 광화문 아트홀에서 류근과 성악가 송현상의 무대가 펼쳐지는데 차츰 공연 문화의 한축으로 자리잡아 가리라 기대된다.
그 날 밤 많이 취했다. 취해도 좋은 그런 사람들이라서 편했던가보다. 무엇보다 시와 산문을 쓴다는 작은 민들레처럼님을 이렇게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가웠다.
이 날 내가 낭송한 시다.
부석사浮石寺
산山아 너만한 고독이 내게 와서
음영 짙은 안개 머리 풀고
이어지지 않는 가락
가을비 내리는구나
슬픔은 슬픔대로
기쁨은 기쁨대로
담장이 있어 구별 되는 것도 아닌데
발 딛고 무량수전 기와起臥 이끼 바라보면
비싸게 팔리지 못한
청춘의 날들
헤펐던 사랑이었나 싶어
눈물이 나고
미안함이 많아 손마디 뼈가 저린다
고달픔이란 것도
혼자 다 사는 세상이라는 것도
너를 마주하고 보니
한 순간 풍경風磬소리구나
이 모든게
무상심심미묘법無上甚深微妙法이라는게야
(20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