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치의 조건
3일 오후 안철수 전 대선 후보의 서울의 노원 병 지역구 보궐 선거 출마 선언이 있었다. 서울 노원 병 지역구는 얼마 전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가 부당하게 의원직을 상실한 지역구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노회찬 공동대표가 무슨 죄목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냐가 아니라 의원직 상실의 근원적 사건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그럼 그 근본적 원인으로 작용한 '삼성 X파일'사건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겠다.
2005년 MBC의 이상호 기자가 1997년 대선 과정에서 안기부 측에서 삼성의 정치권 로비 내용과 검찰 로비 내용이 담긴 삼성 그룹 이학수 부회장과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과의 대화 내용을 도청한 녹음 테입과 보고서를 '안기부 X파일'로 폭로하였다. 폭로된 내용 중 방송되지 않은 로비 검사 명단을 노회찬 의원이 '삼성 X파일'로 추가 폭로하여 검찰에서 '명예훼손'과 '통신 비밀 보호법' 위반으로 기소하였다. 그 결과로 노회찬 의원은 징역4월,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아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 사건은 노회찬 공동대표 개인에 있어선 의원직을 잃었다는 점, 진보정의당에 있어선 비록 작은 규모의 군소 정당이지만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제 3세력으로서 진보 정당 운동을 실천해 왔는데 그 지역구 지지 기반을 잃게 된 점에 있어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노원 병 지역구로 출마한다는 것은 사실상 야권 연대와 진보 정당을 무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진보정의당이 비록 비주류 군소 정당이지만 엄연히 국민들로 하여금 지지를 받고 있는 정당인데 위의 사건으로 인해 억울하게 그 지지 기반을 박탈당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새 정치를 하겠다는 안철수 전 후보가 노원 병으로 출마하겠다는 것은 대척점으로 두고 있는 기성 정치 세대의 모습을 답습하는 것에 불과하다. 안철수 전 후보가 하겠다는 책임 정치란 기성 정치 세대의 답습이 아니다. 진정 책임 정치와 새 정치를 하겠다면 출마하기에 앞서 X파일 사건을 덮으려 했던 당시 사건담당 검사를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한 박근혜 정부에 대해 비판하고 정의가 바로 세워질 수 있도록 안철수 전 후보 나름의 힘을 써야 한다.
새 정치에는 분명 개혁과 진보가 포함되어야 한다. 세상의 모든 진보와 개혁에는 그 이전의 것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서 비롯되어 왔다. 정치사상도 오랜 기간 대립과 경쟁을 거치면서 발전해 왔고, 그에 따라 시민 사회도 발전해 왔다. 하지만 안철수 전 후보의 그동안의 행보와 말들을 보면 진보와 개혁을 향한 순수한 의도의 비판마저 네거티브, 즉 흑색선전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그리고 안철수 전 후보가 과연 범야권 인사라면 야권의 정당들과도 서로 논의해야 하는데 오로지 자신의 세력끼리만 견해를 나누고 있다. 그런 모습은 국민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대한민국 새 정치의 대안 세력이라는 이미지를 줄 순 있을지 몰라도, 아니 진정 대안 세력일지는 모르겠지만 정치원칙 중 가장 중요한 ‘책임 정치’에 모순될 뿐 이다.
칸트의 말을 인용하자면
"정치인은 정당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보편적 법칙이 될 수 없는 행동준칙을 따라야 할 때가 있다. 정치에서는 도덕적으로 훌륭하다고 할 수 있는 동기 때문에 한 행위가 최악의 참극을 초래하기도 한다. "
이러한 정치적 책임으로서의 문제는 칸트뿐만 아니라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도 정치인의 자질로 ‘책임 윤리’를 요구하고 있다.아무리 좋은 의도로서 하는 행보일진 모르겠지만 정치는 합법적 폭력이 내장된 국가 권력을 다루는 일이다. 하지만 그 좋은 의도에 입각한 정치 행위의 결과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항상 예측 불가능한 결과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기에 모든 정치 행위에는 계산과,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방법론이 잘못되었다면 바로 세워야 하지만 기존의 정치인들은 각자의 정치색에 따라 자기가 옳다고 믿는 대로 행동하는 ‘신념 윤리’의 태도를 가지고 있다.
막스 베버는 이러한 신념 윤리의 태도는 ‘비창조적 흥분상태’를 낳을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 안철수 전 후보의 표면적으로 드러난 선택은 안철수 전 후보 자신이 생각한 방법이 새 정치의 대안 중 하나라 믿는 신념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비창조적 흥분상태’를 가져 올 지도 모르는 지금의 방법이 결코 옳다고 보기 힘들다. 만일 오로지 그 방법이 최선책으로서 옳다고 생각한다면 안철수 세력은 여느 기성정치 세대와 같은 정치꾼 즉, 정치 상권 업주에 불과하다.
안철수 전 후보는 정치 상권 업주인가, 정치인인가?
이영봉 ok5874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