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맘님 은퇴에 대하여
직접대면을 하기 전 그의 모습은 너무 똑똑해 보여 얄미운 정도의 사람이었다. 원래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놈이 자기보다 잘난 사람을 만나면 공연히 미워하는 식이랄까? 나 자신이 똑똑하다고 자부를 하던 놈이 자신보다 훨씬 똑똑해 보이는 사람을 사시로 바라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참으로 우연히 – 아니다. 시작은 우연하였으나 우연히는 아니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의 대선캠프에 합류를 하게 되었고 첫 대면이 있는 날, 난 그를 향해 쓴 소리를 시작하였다. 당신의 광팬들이 아닌 일반시민이 당신을 싫어하는 이유가 당신의 말 때문이라고 말이다. 첫 회의 날, 그를 향한 내 쓴소리는 내가 생각해도 기분 나쁠 정도로 말을 하고 있었다. 내심 속으로는 이런 생각이 있었다. 어찌 나오나 보자! 이제까지 수도 없이 많이 만난 보통의 정치인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문제점을 이야기 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발언의 마지막은 ‘당신의 지식을 지혜로 바꾸지 않는 한 당신은 대통령이 될 수 없습니다.’ 였다.
말을 다하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같이 앉아있던 사람들의 시선은 별 미친놈이 하나 들어와서 깽판을 치는구나 하는 식의 시선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반전은 바로 일어났다. 썰렁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그 자신은 깔깔거리며 하는 말이 ‘그냥 밖에서 보면 내 말하는 것을 보고 기분이 나쁠지 모르지만 그 말을 직접 듣는 사람은 그 때부터 웬수가 된다.’라며....
난 그래도 그의 얼굴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말은 그리해도 내심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을 보려는 얄팍한 내 속을 감추고 말이다. 그러나 그는 진정으로 재미있어하는 표정이었다. 첫 번째로 그에 대한 편견을 지우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그에 대한 존경심은 없었다. 다만 내 편견을 지우고 쓸만한 정치인이구나 하는 정도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를 존경하게 만든 조그만 사건은 대선 예비후보 홍보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기획실의 모든 역량이 홍보물에 그가 모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자는 것에 맞추어져 있었다. 홍보물의 귀퉁이를 각지지 않게 하고, 캐치프레이즈도 둥글게였으니까 말이다. 홍보물 준비에 한참일 때 그는 내게 결정적인 한마디를 남겼다. ‘애쓰지 마세요. 국민이 바보입니까? 내가 변하지 않았는데 그런다고 국민이 속을 것 같습니까? 아니에요. 내가 실제로 변하지 않았는데 그런다고 국민이 절대로 속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진짜로 모나지 않은 사람이 될 때 국민이 알아줄 것입니다. 그리고 진짜로 변할테니 너무 애쓰지 마세요.’
그 한마디에 솔직함과 자기 자신에 대한 정확한 판단, 그리고 국민을 바라보는 생각까지 – 그에 대한 모든 것을 알게 해주는 한마디였다. 그 때부터 그를 존경하게 되었다.
벌써 7년이 되었다. 그와 함께 웃고 울고 한지가 7년이나 된 것이다. 50대 중반이었던 나는 환갑을 넘어버렸고, 40대 후반이었던 그는 50대 중반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못난 참모를 만났나 보다. 그를 만난 후, 그와 함께 치룬 모든 선거에서 지고 말았으니까 말이다.
그가 직업으로의 정치를 떠난단다. 옆에서 나와 그의 모든 과정을 알고 있는 마누라는 아침부터 눈물 바람이다. 나도 눈물이 나려한다. 아~~~ 울지는 말아야지.
청와대에서 밥 한 그릇 같이 먹자던 약속은 영영 못 지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