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대부분은 자신에 대한 지지 동기를 망각해 등을 돌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는 민주화의 바램을 3당합당으로 배신한 김영삼이 그랬고 정치개혁 흐름에 반했던 추미애, 정동영 의원도 그랬다. 이에 최근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도 가세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갑다.
이정희 대표는 과거 민주노동당 시의원의 무례함이 드러난 사건에서 즉시 사과한 바가 있다. 억울하게 매도된 측면도 있지만 그럼에도 대표로서 사과했던 그런 이정희가 좋았다. 헌정회 입법에 동조한 실수에서도 아고라를 통해 사과했던 이정희 대표였다. 관악을 부정 문자 파문에서도 처음부터 사퇴 결심했다는 전언도 있다.
그런 이정희 대표가 요즈음 그때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진보당의 부정경선 사태에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어 매우 실망이다. 통합진보당 부정경선 파문에 따라 진보세력의 위기를 타개하는 노력이 우선인데도 자파적 이해관계에 얽매여 당의 쇄신에 발목 잡는 이정희 대표의 처신은 초라하기 그지 없다.
이정희 대표의 동문서답식 대응 방식도 고개를 젖게 했다. 운영 위원의 비례대표 사퇴 권고 및 여러 조치들은 계파를 떠나 누구의 잘못과 상관 없이 경선부정 사태에 대한 당 차원의 책임에서 나온 결정이다. 그런데도 이정희 대표는 "너희들도 부정을 저질렀다" 라는 공세 등 당권파를 죽인다는 계파별 갈등의 시각으로 응답하고 있다. 이정희 대표의 자질이 이 정도 밖에 안되는 지 놀랍기 그지 없다.
비당권파가 불참한 공청회에서 당권파 당원들을 감싸안은 이정희 대표, 억울하게 매도된 당원들을 보듬어주는 어머니의 심정일지 몰라도, 당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운영위원에 대한 정치적 항변으로 비춰질 뿐이었고 결과적으로 자신이 아끼는 당원들을 욕되게 한 처사이다.
어딘가 많이 본 듯한 장면으로 민주당 분당 시절에 민주당 당원들을 모아놓고 격려했던 추미애 의원을 연상케 했다. 머리카락 쥐여잡고 훼방 놓았던 그때의 그런 구민주당 당원들을 연상케 하지 않으려면 이정희 대표는 당장이라도 당권파를 볼모로 몽니를 부리는 짓은 그만해야 한다. 그래도 우리 사회의 진보를 위해 노력해온 당원들인데 왜 그렇게 욕되게하는 처신을 한단 말인가
이정희 대표가 이렇게까지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자신의 근간이 되는 정치적 인맥들이 부정 경선의 이미지로 추락하게 되는 위기적 상황과 맞닿아 있을 것이다. 지역구 당선에 만족하지 않고 비례대표직도 내놓을 수 없는 패권주의적 욕심으로는 보지 않지만 그럼에도 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보지 않는 것이 문제인 만큼 부정경선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바, 이석기 - 김재연의 비례대표직을 내놓지 않는다면 더 큰 정치적 위기를 부르게 할 것이다.
물론 그 이상으로, 북한과 연계하는 색깔론 등으로 당권파 전체를 매도하는 마녀사냥은 옳지 않다. 하지만 기가 막힌 것은 이정희 대표가 엉뚱하게도 "마녀 사냥 안된다"는 주장 문구를 당권파 일부의 부정 경선 행위를 덮으려 하는데 쓰고 있다는 점이다. 당원 명부를 공개하라는 제안에도 응답도 없는 당권파의 태도도 이해할 수 없다.
당권파 핵심의 이석기 당선자가 정치논리의 피해자인양 표현한 것도 황당했다. 당 쇄신의 일환으로 결정한 사퇴권고를 "사퇴가 곧 선이냐" 고 묻는 것도 화나게 했다. 민노계 당원들이 다수인 상태에서 '당원 총투표' 운운하는 꼼수는 또 무엇인가? 당원 총투표로 신임된다 해도 진보당에 투표했던 200만이 넘는 유권자들이 이에 인정할 듯 싶은가!
이석기 당선자의 최근 발언을 보면 음큼하다 못해 위선적이지 않을 수 없다. 통일운동을 하다가 잡혀간 국가보안법의 피해자로 보기에는 순수하지 못한 처사다. 어딘가 많이 보던 장면으로 부정적인 정치적 논란을 저질러 놓고 운동권 용어를 자랑하다 민주세력 욕되게 한 일부 386 정치인의 위선을 보는 듯 했다. 그러한 이석기로 보게 하지 않으려면 당장이라도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정치적 감각조차 없는 무능으로 보게 한다.
이정희 대표도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진상조사에 미비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핵심 주도세력들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는 것일 뿐, 부정 경선이라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억울한 면이 있다면 차후에 밝혀도 늦지 않다. 지금이라도 그 보다 우선이 되어야할 당 쇄신 작업에 동참한다면 이정희 대표의 정치적 부활 여지는 남아 있다.
늦다고 생각할때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다. 지금이라도 자숙한다면 기사회생의 여지는 남아 있다. 추미애 의원도 뒤늦게 나마 자숙해 살아남았다. 하물며 논란이 진행되는 현 상황에서 이정희 대표가 자숙하고 당 쇄신에 동참한다면 정치적으로 살아 남을 가능성이 왜 없겠는가.
이정희 대표는 다른 진보 정치인들과 다르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민주정권 인사들을 보듬는 유연함의 장점이 매우 돋보였다. 그런 유연함 때문에 야권연대를 성사시키고 통합진보당 창당까지 이루게 하였다. 통합진보당 창당을 긍정하게 하는 인물이었다.
이러한 이정희가 협소한 계파적 이해관계에 얽매여 스스로 자멸하는 것은 진보의 저변화를 열망하는 지지자들에 대한 배신이다. 전태일과 노무현의 만남으로 당의 창당에 동기를 불어넣었던 이정희, 그러나 그녀는 지금 전태일도 노무현도 아닌 그저 그런 구태 정치인으로 낙인 찍힐 위기에 처해 있다.
MB정부의 연이은 자살골들이 야권에겐 독이 된 것일까? MB정부 삽질의 반사이익이 민주당의 자만심을 거쳐 진보당 당권파들의 헛된 패권주의적 욕망을 부르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이럴때일수록 좀 더 진중하게 초심으로 돌아갔다면 야권의 위기적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