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복사기
종(種)이 번성하는 조건은 자연선택에 의해 간택을 받는 것이지 도덕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다윈이 발견하고 리처드 도킨스 등의 연구에 의해서 입증된 법칙이기도 하지만 2012년 4월 11일, 부산시민에 의해서 다시 한 번 굳어진 정설이기도 하다.
노크 소리에 문을 열어주고 보니 외판원이었다.
그의 손에는 각종 복사기 관련 팸플릿이 들려있었다.
「당신 번지수를 잘못 찾았어. 당장 여기서 나가요!」
화가 치민 나는 외판원에게 소리쳤다.
교수회관 입구에 경비원을 따로 두지 않는 대학당국의 무신경을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지.......
그런데 뻔뻔한 외판원은 물러 설 기미가 없다.
「교수님에게 안성맞춤인 복사기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후회하실 겁니다.」
「이것 봐, 복사기라면 여기저기에 널렸어!」
「그런 복사기라면 굳이 제가 왜 찾아왔겠습니까? 교수님, 이건 인공지능 복사기이에요.」
「인공지능? 당신 지금 웃기고 있군. 복사기 팔아먹으려고 함부로 인공지능을 들먹이는 모양인데.......」
「말씀 도중 죄송하지만 선택적OCR복사기라고 들어보셨나요?」
「뭐? 무슨 OCR?」
「이건 말이죠, 단순한 복사기가 아니라 원본의 오자는 물론 자동으로 교정이 되기도 하지만 말이에요, 더 중요한 것은 말이에요........」
「더 중요한 것은?」
「유의어 탐색기능을 가진 복사기라는 점이에요.」
「복사기면 복사기답게 원본과 꼭 같이 출력이 되어야지 그런 기능이 왜 필요해요?」
「아니? 교수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면 아니 되지요!」
「이 양반이??」
「생각을 해보세요, 논문을 표절내지 복사할 때 이 기능이 얼마나 요긴하게 쓰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