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볼] 4회말, 나는 시민유빠스다. 그리고 나는 야구를 한다
사람들은 정치를 혐오한다. 정치와 일면식이 없어 보인 사람들이 정치에 뛰어든다고 하자, 열광적으로 지지를 보내는 모습에서 그 일면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정치인이었던 사람은 없다. 그들도 처음 정치에 입문했을 때는 정치와 연관 없는 순수한 사람이었을지 모른다. 그런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적이 생기고, 미움을 받고, 비난을 받는다. 정치란 그래서 사람의 욕을 부르는 마력을 가졌다.
그런 정치인을 응원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각종 인터넷 공간에서 특정 정치인에 대한 옹호는 곧 그 사람 역시 그 정치인과 동일시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그 정치인에게 가하는 비난처럼 그 사람에게도 비난을 가한다. 그런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을 밝히고 응원한다는 것은 큰 용기를 가진 행동이다. 우리 사회가 정치인에 대한 지지가 때로는 밥줄까지 걸어야 할 정도로 점차 극단화되는 것이 현실이니까.
여기 유시민이라는 한 인물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모인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유시민을 좋아하는 만큼, 그들은 야구를 좋아했다. 그리고 팀을 만들었다. 그리고 하이트볼에 참가했다.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야구와 정치인이라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공통분모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서. (이 이야기는 김훈철, 최우식, 허석 선수 및 김무섭 감독의 인터뷰를 재구성해서 하나의 글로 만들었음을 밝힌다.)
(사진 - 시민 유빠스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후,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하이트볼 챔피언십 조직위원회 제공) |
『#1. 왜 그들의 분모는 야구였나
하이트볼이라는 큰 대회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간단합니다. 저희를 알리고 싶어서입니다. 저희 팀 이름에서도 벌써 짐작하셨겠지만, 저희는 유시민 전 장관(혹은 국민참여당 대표)님을 지지하는 팬클럽에서 만든 팀입니다.
팀 이름도 딱 드러나지 않습니까. ‘시민 유빠스.’ 유시민 대표님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 시민광장이라고 있는데, 거기서 다른 종목을 같이 모여서 하는 경우도 있는데, 야구는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2008년 시민광장에서 처음 야구팀을 만들고 한 번 해 보자고 했어요. 그렇게 해서 서울이 만들어지고, 5개에서 6개 정도 팀이 생겼습니다. 저희 시민광장 회원수가 2만 명이 넘는데 그 중에서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뭉치면서 팀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서울, 고양, 경남, 부산, 울산, 대구, 전북 이렇게 팀이 있고, 그렇게 총 8개 팀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들끼리 자체적으로 U리그라고 부르는 대회가 있습니다. 올 연말에도 다시 한 번 U리그 대회가 열리겠네요.
U리그는 아마도 세계 최초 정치인 팬클럽 야구리그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저희 팀은 세계 최초 정치인 팬클럽 야구팀이 되겠네요. 매번 (유시민이라는 인물에 대한 애정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같은 취미를 즐긴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여기(시민광장) 활동에 대한 책임감도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매번 적어도 15명에서 20명가량은 꼭 오는 것 같네요. 이번 하이트볼에 참가한 팀은 서울 시민유빠스입니다. 다른 지역에도 있지만, 서울 근교에서 하는 대회이니 저희가 대표가 되었습니다.
#2. 그들은 왜 야구를 하게 되었는가.
저희 팀의 목적은 솔직히 말하자면, 저희가 어떤 사람들인지를 알리려는 것이 목적입니다. 사실 그렇잖아요. 정치인 팬클럽이라고 하면, 다들 뭔가 미쳐있는 사람들이고, 광신도처럼 보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정치인을 좋아해서 모인다고 해도 그것이 별난 사람들의 집합이 아니라, 그냥 우리 옆집 아저씨, 윗집 아줌마, 아래 집 형, 동생, 누나, 누이처럼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즉, 정치라는 것이 멀리 떨어진 별천지의 이야기가 아니라 치열하게 생활에 대해 고민도 하고, 살아가는 시민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경기 중에 매너를 지키면서 경기를 하자고 다짐합니다. 왜냐? 저희가 잘못하면, 저희 혼자 매너 없다고 욕먹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저희는 저희가 좋아하는 정치인 유시민의 이름을 걸고 경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항상 즐기자고 합니다. 경기 하나 하나에 집중하고, 승부에 매달리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야구를 통해 저희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서 다른 이들에게 알리고, 우리 역시 평범한 시민들임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승부에 너무 집착해서 보기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곤란할 거 같습니다.
(사진 - 정치인 유시민을 인간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뭉친 야구팀. 하이트볼 챔피언십 조직위원회 제공) |
#3. 우리는 시민유빠스다.
저희 유니폼 색깔이 다른 팀들과는 조금 다르죠? 노랑색의 의미는 다들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 - 국민참여당 및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징 색이 노랑색.) 분홍색은 이건 유시민 대표가 여기 하이트볼이 열리는 구장 쪽에서 출마하셨을 때, 상징색으로 썼습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를 조합해서 유니폼 디자인을 만들었습니다. 뒤의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문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참, 저희가 U리그 최종 결승전을 할 때, 가끔 대표님께서 오기도 하십니다. 직접 선수로 뛰면서 도루까지 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사회인 야구를 한 지는 벌써 10년이 다 되었습니다. 나름 이 쪽에서는 베테랑 축에 속할 수 있죠. 다른 팀에서 몇 년 하다가 시민광장에서 팀을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가담하게 되었네요. 팀 내 다른 선수 중에서 어떤 분은 학교 동아리에서부터 야구를 즐기다가 여기에 팀이 생긴다는 것을 듣고 다시 시작하게 된 경우도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1회전은 비교적 쉽게 이길 수 있었어요. 물론 여기서부터 처음 야구를 시작하는 분들도 계시죠.
가족한테는 솔직히 미안합니다. 주말마다 야구하겠다고 집을 비우는 거니까요. 그래도 이렇게 대회가 있으면 가족과 함께 오려고 노력도 하고, 또 가족들도 많이 이해를 해 줘서 이렇게 계속 활동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소망이라면, 야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정치인들의 팬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와 같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하는 것입니다.
아, 기왕이면 야구도 더 잘 하면 좋겠습니다. 이를테면 감독님은 원년 멤버라서 감독이 되셨는데요. 나이 40은 넘었지만, 여전히 뛸 수 있을 때는 뛰고, 사람들과 함께 뛰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다고 말하십니다. 저도 그렇게 야구장에서 뛰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실력을 겨룰 수 있는 기회를 준 하이트 쪽에도 고맙습니다.
좋은 구장에서 한 번 뛰어보니까 정말 좋네요. 매번 흙에서만 뛰었는데 말이죠. 저희가 하고 싶은 말은 여기서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팀 선수 아버님께서 오늘 이겼다고 갈비랑 맥주를 쏘신다고 하네요. 같이 가 봐야겠습니다. 참, 다음에 또 이기면 또 사신다고 합니다.』
그들의 회식은 1회전에서 끝났다. 2회전에서 결국 져서 떨어졌으니까. 하지만, 왜 시민유빠스라는 팀이 생겼고, 그들의 존재가치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우리 사회가 진정 성숙했다는 것은 유시민의 사람들만이 야구를 하는 것을 넘어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을 위해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이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받아지는, 한 마디로 이런 글 따위는 쓸 필요가 없을 때가 아닐까.
언젠가 한국에서 정치인 팬클럽 야구 대항전이 열리는 날을 기원해 본다.
[염우선, silentyum071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