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시위 현장에서 만난 회원들의 이야기
- 56차에 200여명 참여…“검찰청 앞 1인시위, 7~8월에도 이어집니다”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벌이는 ‘조현오 청장 소환조사 촉구 릴레이 1인시위’가 56차례에 이르렀다. 29일에는 시간당 30밀리 폭우에도 진행됐다. 여느 날처럼 점심을 먹으러 나온 검찰직원들은 애써 무심한 듯 고개를 돌리고 발길을 재촉했다.
2010년 8월, 그해 3월 조현오 경찰청장이 현직 경찰간부와 전경들 수백명이 모인 강연장에서 허위사실로 고인 된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유족은 그를 고발했고 재단과 야당도 규탄대회를 열었다. 고발자인 유족측을 불러 조사한 검찰은 정작 피고발자인 조 청장은 소환조차 하지 않았다.
1인시위에 나선 시민들은 조현오 청장에 대한 분노가 앞섰지만, 지금은 검찰도 규탄대상이라고 공통적으로 말한다. 27일 1인시위에 나선 회원 ‘준건맘’이 가슴속에 꾹꾹 눌러온 말을 내뱉었다. “수사란 자기 들 본연의 직무를 내팽개치고 밥이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나.”
전직 대통령이라 더 특별히 수사해달라는 뜻이 아니었다. 형사소송법상 고발 사건은 3개월 안에 수사가 해야 하고,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면 최소한 그간의 경과에 대해 설명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가장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유학 떠나기 전, 다친 다리를 이끌고, 20년 전 사연을 안고…
초기에는 문재인 이사장, 성경륭 전 정책실장, 김용익 전 사회정책수석, 이치범 전 환경부 장관, 장하진 전 여성가족부 장관, 황인성 전 시민사회수석, 조기숙 전 홍보수석 등 참여정부 인사들이 주로 나섰고, 6월 7일부터는 사람사는 세상 회원들이 직접 나섰다. 한 번도 시위를 나선 경험이 없거나 나서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평범한 시민들이 다수였다.
회원 참여 첫 번째 시위에는 3ㅅ과 eunhano2이 참여했다. 유학차 미국 보스톤으로 출국할 예정이던 20대 중반의 대학생 eunhano2는 “생애 첫 시위라 쑥스럽지만 떠나기 전에 꼭 하고 싶었다”며 “내년 선거 때는 꼭 돌아와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참여자 ‘비트매니아’는 촛불 1주년 집회에 참여했다가 구속이 돼 노 대통령 영결식에 참석하지 못한 사연을 공개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루치아사랑’은 지난해 교통사고로 다친 오른쪽 다리에 보조장치를 하고 1인시위에 나섰다. 그는 “병원에서 너무 힘들었는데 회원들이 보내준 성원(댓글) 덕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왈순아지매’는 검찰 직원들이 무관심하게 지나간다는 이야기에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나서 웃음을 자아냈다.
직접 1인시위를 하지 않더라도 응원을 나와 힘을 보탠 이들도 많다. ‘터진후라이’, ‘디냐’, ‘양란’, ‘좌파’, ‘스프링66’ 등은 시간을 내 자주 참여한다. 이들은 현장에서 서로 ‘사람사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거나 “사람 만나는 즐거움이 크다”고 말한다.
멀리 부산에서 온 이영재 선생의 사연도 이목을 모았다. 심한 천식기가 있는 이 선생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20년 전 신세 갚으러 왔어예”라고 자신이 먼 길을 달려온 사연을 털어놨다. 부마항쟁 때 배후조종 혐의로 수배된 이 선생은 제주도로 도피했고 6월항쟁 이후 사면복권이 되자 제주도 선원들을 모아 ‘선원노조’를 조직했다. 한 선원이 사고로 목숨을 잃자 백방으로 수소문하던 중 문재인 변호사가 흔쾌히 사건을 맡아 당시 터무니없이 적었던 선원보상비를 법률에 보장된 수준 이상으로 받을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만나는 세상에는 생소한 두 가지 시각이 공존한다. 뉴스로 보는 현실과 트윗세상. 트윗세상은 4대강 붕괴, 유성기업 노조에 대한 무자비한 청부폭력, 한진중공업 사태 등으로 숨막힐 듯 암울하다. 방송과 신문 등 거대 미디어로 만나는 현실은 거의 감감무소식이라 별일 없는 듯 느껴진다.
1인시위에 나온 회원들도 간혹 뉴스에 제대로 보도가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경우가 있다. 그런 가운데 1인시위가 56차를 맞았다.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릴 7, 8월에도 1인시위는 이어질 것이다. 우리는 믿는다. 설혹 거대 미디어가 외면하더라도 원칙과 상식이 통하고, 정의가 승리하는 세상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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