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응 뇌물도 있지만, 부하 직원들 닦달해서 부정을 시키는 게 제일 나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9일 출근길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입니다. 특히 이 말은 기자들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직접 기자들 앞으로 먼저 찾아가 ‘작심’하고 한 말입니다. 그는 이런 말도 했습니다.
“삼성테크윈에서 향응, 뇌물이 있었다”, “삼성그룹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는 것 같다”, “남 얘기하면 뭣하지만, 다른 곳도 똑같다”, “과거 10년간 한국이 조금 잘 되고 안심이 되니까 부정부패 현상이 나타나서 더 걱정이 된다”, “요새 바짝 이 문제를 챙겨보고 있다”
삼성제국 황제로 군림하고 있는 이건희 회장의 이 발언에 떨고 있는 삼성 임직원들은 얼마나 될까요? 아마 적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삼성테크원만 해도, 이번 일로 경고받거나 해고된 사람들이 임원 8명을 비롯하여 80여 명이니 다른 계열사도 비슷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건희 회장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희 회장은 자격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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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희 삼성 회장이 9일 오전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으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향응 뇌물도 있지만, 부하 직원들 닦달해서 부정을 시키는 게 제일 나쁘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머니투데이> |
그 이유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저가발행 해 아들 이재용에게 넘긴 사건입니다. 이건희 회장은 1995년 61억 원을 종자돈 삼아 이재용에게로 경영권 승계 작업을 시작했는데, 1996년 에버랜드 CB(전환사채) 헐값발행과 1999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발행을 통해 이재용 재산은 엄청나게 불어났고 승계작업은 거의 확정되었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09년 8월 서울 고법 재판에서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 관련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리고 당시 재판부는 삼성그룹의 핵심 인사인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5년을, 김인주 전 삼성전략기획실 사장에게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었습니다.
이학수와 김인주가 누구입니까? 이건희 회장이 말했던 ‘부하직원’들입니다. 이학수와 김인주가 자기들 마음대로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저가발행 했을까요? 삼성제국 환경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건희 회장이 자다가도 그 사람만 생각하면 벌떡 일어날 자가 있으니 김용철 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현 광주광역시교육청 감사담당관)은 <삼성을 생각한다>에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구조다. 희생을 치르고 조직에 기여한 사람과 성과를 챙기는 사람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 구조본에서 일해본 사람은 그 이유를 안다. 삼성에서 가장 높은 대우를 받는 사람은 뛰어난 기술을 개발해서 회사의 위상을 높인 사람이 아니다. 이건희, 이재용의 사적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2009년 당시 재판부는 “삼성SDS BW의 적절한 발행가격은 1만 4230원인데, 7150원에 발행해 그만큼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며 이건희 회장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2009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은 고법 판결 넉 달 만에 이 회장을 ‘홀로’ 사면했습니다. 당연히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과 김인주 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은 모두 지난해 광복절에 사면받았습니다.
또 삼성에버랜드가 1996년 전환사채를 주당 7700원이라는 ‘헐값’에 발행한 것에 대해 장하성 고려대 교수 등 제일모직 소액주주들이 이 회장과 제일모직 이사 및 감사 15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낸 주주대표소송에 대해 법원 유죄를 판결했습니다.
지난 2월 18일 대구지법 김천지원 민사합의부(재판장 최월영)는 “이 회장은 삼성그룹 비서실을 통해 증여세 등 조세를 회피하면서 자녀들인 이재용 등에게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이전하려는 목적으로 제일모직으로 하여금 전환사채를 인수하지 않게 하고, 당시 제일모직 경영지원실장은 비서실과의 협의를 통해 전환사채 인수 포기를 결정해 업무상 배임 행위를 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이 회장 등은 제일모직이 이 같은 배임 행위나 임무 해태 행위로 인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이건희 회장은 남 탓할 자격이 전혀 없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2008년 삼성특검에서 기소된 이건희 회장은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며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에 2500억 원을 납부했다가 재판이 끝나자 대부분 돌려받았습니다. 이것은 <YTN> 단독 보도로 알려졌습니다. (http://www.ytn.co.kr/_ln/0103_201009200504215318)
<YTN>은 “1년 넘는 재판 끝에 법원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사건을 무죄 판결하고 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발행 사건만 일부 유죄를 인정해 회사 손해를 227억 원으로 산정했다”며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는 무죄가 난 부분은 돈을 받을 이유가 없다며 227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2,281억 원을 이건희 회장에게 돌려 줬다”고 보도했습니다. 불법을 아니지만 돈을 잘 챙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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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회장 2,000억 돌려준 삼성에버랜드·SDS 무혐의 2010.09.20 |
<YTN> 이건희 회장 2,000억 돌려준 삼성에버랜드·SDS 무혐의 2010.09.20
김용철 광주광역시교육청 감사담당관은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반도체 기술자’보다 ‘비자금 기술자’가 더 대접받고, ‘회장님과 그룹을 보위하는 일’을 자신들 사명으로 여기는 이건희 회장의 최측근들 모습을 상세히 그렸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삼성 비리를 파헤치는 일은 ‘진실’ 그 자체만을 목적으로 삼는 이들만이 제대로 감당할 수 있다. 학연, 지연 등 인맥에 얽매이지 않고, 정치적 고려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뜻이다. 여야 정치권과 법조계, 언론계는 물론 학계와 문화계 인맥까지 관리하는 삼성의 비리를 파헤칠 수 있는 이들은 그래서 많지 않다.”
“삼성 비자금 관리를 맡았던 한 사람에게 만약 검찰이 삼성그룹 본관을 압수수색하면 어떻게 할 것인 묻자 그는 ‘삼성 본관에 압수수색이 들어올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한 말은 ‘만약 들어오면 (칼로) 찌르고 도망가죠 뭐’… 말문이 막혔다.”
이 모든 중심에는 바로 이건희 회장이 있음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이건희 회장을 정면으로 비판하기보다는 추켜세우고 있습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트위터에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부정부패가 가장 심한 곳은 1. 정치권 2. 기업 3. 공직사회 등으로 나온다. 이 회장의 부정부패 척결 발언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의미 있고 평가할 만하다”고 밝혔고, 자유선진당은 “이 회장의 격노가 신선하게 느껴지는 사회가 됐다. 부정부패에 한없이 둔감해진 우리 사회에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고 논평했습니다.
한심한 자들이지요.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삼성제국 비리 거악은 이건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