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공이 사회복지정책이고 또 토론회나 공청회를 좋아해서, 국회에서 열리는 복지제도 관련 공청회에 참관하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지난 22일엔 민주당의 이낙연 의원이 발의한 '홈리스복지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있었지요.
아직 우리나라에는 없는 홈리스 지원 법안 마련을 위한 준비가 진행되어 왔었고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그런 곳에 갈 때마다 느끼는 '원내 정당'이 누리는 특별한 힘이 같은 날 저녁에 있었던 종각에서의 길바닥 집회와 극명하게 배치되어, 며칠간 마음을 아주 심란하게 만듭니다.
그 얘기를 나누고 싶군요.
공청회에는 홈리스 관련 기관과 협의체 뿐만 아니라 노인회, 보건 관련 협회들, 또 무슨무슨 뜨르르한 협회에서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이낙연의원 뿐만 아니라 손학규대표, 박지원씨까지 함께 해서 좀 놀랐습니다.
당대표가 복지 관련 공청회에 참석한 것은 처음 보았고, 복지는 정작 필요한 곳에 다가가지 않고 뜨르르한 자리에서 빛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고요.
2시간 넘게 진행된 토론과 질의응답에, 거의 대부분의 발언자들이 이낙연 의원에게 고개 숙여, 어떤 어르신은 허리까지 굽혀가며 감사인사를 하였습니다.
이낙연 의원이 화환 대신 쌀을 받았고, 그렇게 모아진 쌀들은 그 자리에 오신 분들이 속한 협의체에 나눠진다고 감사했으며,(그 전에 있었던 어떤 자리에서 이낙연 의원이 꽃 대신 받은 쌀이 1톤이래나 10톤이래나 그랬다는군요! 그때 쌀을 받으신 분들의 인사 역시 이어졌지요.) 나눔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정치(...)인은 그렇게 빛났습니다.
공청회가 끝나고 찾아간 종각에서는 해고노동자들이 모여 집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3월 말에도 매서운 바람은 얼마나 부는지, 아무리 함께 노래 부르고 풍선을 흔들며 움직이려 하여도 도무지 신나게 할 수가 없었지요.
그런데 그 자리에 국민참여당 대표이신 첨맘님과 참여당 최고위원님께서 함께 하셨습니다.
종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시고, 지지연설을 하시고, 차가운 땅바닥에 앉아 빨간 풍선을 흔들며, 그렇게 함께 하셨습니다. 늦은 시간에도 아직 남은 일정이 있다고 하시더군요.
그 자리에 '원내 정당'의 정치인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올 필요가 없었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습니다.
따뜻한 의원회관에서 보좌관들이 준비해놓은 셋팅에 참석하고 알아서 보내주는 후원물품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표가 생기고 인사를 받는데, 뭐하러 그 추운 날 힘 없는 몇 안되는 사람들과 함께 하겠다고 고생을 하겠습니까.
당장 당에 이득이 되는 이름 높고 규모가 큰 길거리 집회에나 참석하면 되겠지요.
아래 사진은 의원회관 게시판을 찍은 것입니다.


몇 개의 공청회와 토론회 전단지 외에 한나라당의 '2030 정책개발단 모집' 이나 '한나라당 여대생특강 전국투어'를 홍보하는 전단지가 보입니다.
우리는 선거법 때문에 대체 뭘 할 수 있고 뭘 할 수 없는건지 발을 동동 굴러야하는데,
한나라당은 같은 시기에 이런 걸 합니다.
돈은 얼마나 많이 들까요.
허나 그 돈에 우리가 낸 세금도 들어 있을 겁니다.
꼭 들어가야합니다.
국회에, 꼭 들어가야합니다.
차가운 땅바닥에 앉아 곱은 손을 비비고 콧물을 훌쩍이며 소리 쳐도 서럽지 않기 위해,
노란 뱃지 달고 참석하는 공청회나 토론회에서 애 타지 않기 위해,
폼나게 전국 투어해가며 홍보하고 세를 모을 수 있기 위해.
꼭 들어가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