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라
네 온갖 서러움
더러운 네 굴욕과 수모흘러라
네 온갖 서러움 보리밭 길 흘러라호남벌 푸르른 길 빼앗기고 짓밟히는데 흘러라
네 온갖 서러움 보리밭 길 흘러라
굽이쳐라
네 온갖 노여움
주림에 지친 다리 이끌고굽이쳐라
네 온갖 노여움 피 가슴에 굽이쳐라망월동 도깨비 춤 승냥이와 형벌의 땅굽이쳐라
네 온갖 노여움 피 가슴에 굽이쳐라
광 주 천
박 선 욱
더러운 네 굴욕과 수모
흘러라 굽이치며 흘러라
호남벌 푸르른 보리밭 길
삐비꽃 월태리를 떠나온 뒤
내 폐활량은 자꾸만 줄어들고
내 육신은 야위어만 가는데
내 이름은 먹칠을 당하는데
잔뼈가 굵은 광주의 하늘
부러진 가로수여 흘러라
빼앗기고 짓밟히고 쓰러지는 곳
지금 이 땅은 말이 아니다
회칠 분칠 똥칠 뒤범벅칠에
매연칠 최루탄칠 캐터필러칠에
우리들의 아픈 심장을 쿠궁쿵
송두리째 파헤치는 곡괭이질칠
으름장칠 망월동 도깨비춤칠
칠칠칠 칠칠칠칠칠! 아아 님들아
밤마다 방림동 앞산 미루나무엔
불덩이 피가슴 달빛이 낭자하고
소쩍새 울음 창자를 끊는구나
승냥이와 형벌의 땅 이곳에서
이미 죽은 자들은 또 한번 죽고
모래바람 더욱 거세게 부는데
무엇을 두려워하랴 망설이랴
굽이쳐라 부러진 가로수여 넋들이여
주림에 지친 다리를 이끌고
길거리에서 불쑥불쑥 부딪히는
절벽을 향해 절벽을 향해
몰아쳐라
네 온갖 노여움 맑디맑은 네 힘
이 얕은 하천에 모두 맨발로 와서
천만번 그리움에 엉엉 끌어안고
막아서는 검은 버력 무너뜨리며
흘러라 마침내 흘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