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한 민국 재벌들아.
아무래도 그대들은 자본주의를 쥐 뿔만큼도 모른다.
자본주의는 .
송충이처럼 징그러운 성장의 역사를 가지고도
오히려 형형색색 매혹의 나비 날개를 펼쳐 보이는
변신의 교묘함으로 유지되는 것이니.
그대들은 아직도 변신이 필요한 송충이
되다 말은 나비다.
2.
그대들이 빼앗아간 것들을 모다 도로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적당히 나누어 주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아니 계속 빼앗기 위해서는 기왕 주는 것
팍팍 써야 한다.
그대들이 아직도 믿지 않는 것은
자본주의는 자본이 아니라 분배를 먹고 산다는 것이다
돌고 돌아 몇 배로 불어 어차피 그대들의 주머니로 다시 들어갈 것.
명심하라 나누어주지 않으면 그대들의 먹이는 그만큼 줄어든다.
철탑 꼭대기에 목숨을 매달고 울며 달라기 전으로
쬐끔은 나누어 주어야 한다.
이왕이면 사랑의 노래도 힘차게 불러라. 어깨동무로 불러라.
우리는 모두다 한 가족.
그대들이 언제나 넘치는 사랑으로
죽지 않을 만큼은 나누어주고 있음을 기억하게 하라.
3.
힘이 남아돌아도 골프채나 야구방망이는 함부로 휘두르지 말아야 한다.
온 백성이 그대들의 것을 먹고 사는 가축의 무리로 보이더라도
목숨 값을 주어가며 개 패듯 패는 놀이는 그만 두어야 한다.
까짓 푼돈이야 아까우랴 만은
그런 호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야비함이 자본주의의 심장이라는 전설이 살아나오고
그래도 사람은 모두가 평등.
내게도 사람다운 권리가 있다고 안심하고 잠든 백성들이
그대들이 배포하는 불온한 계급의 꿈에 시달려 잠을 설친다.
.
잽싼 반성 선언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술도 끊고 담배도 끊고 종교 활동을.
강남이면 더욱 좋다. 소망 넘치는 큰 교회를 다녀라.
경건한 표정으로 인사하기를 배우라.
거기에선 그대들의 야비한 얼굴이 용서로 매일 씻겨지고
거룩한 맹세 끝에 다시 저지를 수 있는 것들을 가르친다.
다 팔아 나누어준다는 주문만 외우면
주머니 속에 돈이 넘치는 축복도 덤으로 얹어준다.
4.
보이지 않는 손을 두려워하게 하라
보이지 않는 손은 자본주의의 뼉다구 선조들의 신화다.
재빠른 손놀림을 익혀
보이지 않는 손을 만들라
비지네스 프랜들리로 패를 보이게 치는 타짜는 진짜 타짜가 아니다.
한 패거리가 될 수 없다.
재수 없어 한번은 밟히고야 만다.
짜고 치는 고스톱 연구에 박차를 가하라.
피나는 수련으로 패를 숨기는 재주를 익히라.
그대들의 야합은 아직 엉성하고 비자금은 주체할 바를 몰라
머리만 처박고 대충 숨은 까투리 엉덩이다.
송사리 판에서는 잃어 주는 법도 배워야 한다.
콩나물장수 구멍가게.
쩜백이까지 그대들만 판판이 다 먹으면
백성들은 더 이상 큰판으로 말려들지 않는다.
역사를 존중하라. 예술을 더욱 사랑하라.
고상한 것들이 돈이 될 때도 있다.
골동품과 예술품은 창고에 숨어
자손 만대 뒤를 받치는 보이지 않는 손이 될 것이다.
5.
애비 애미도 자식도 형제도
피도 눈물도 없는 게 돈이라는걸 세상이 더 이상 알지 못하게 하라.
핏줄끼리 피 튀기는 재산 싸움은 안방에서 끝장내야 한다.
천 것들 듣는 데서는 입도 뻥긋 말아야 한다.
상속은 죽은 뒤에 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서 대물림은 명명백백 .세금도 분쟁도 접근 금지.
음모에 목을 굳히고 어깨로 힘을 모아
땅을 쿵쿵 찢는 당당한 걸음 걸이 만 가르치면
졸개들이 다 알아서 기는 법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재벌들이여.
원래 자본주의는 혈통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다.
왕조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혈통 상속을 애써 피해가는 감동 드라마를 더 많이 제작해야 한다.
그리하여 그대들의 추잡한 돈놀음 사랑놀음 이야기도
신데렐라의 달콤한 꿈으로 환원하며 저녁 내내 연속극에 코를 박고 사는 백성들에게
반쯤은 그대들을 닮아 살기를 연습하는 백성들에게
기회는 균등.
어딘가 기회는 있을 거라는 착각을 꽝꽝 심어주어야 한다.
기회균등은 자본주의가 만든 가장 든든한 깃발.
재벌들이여 깃발을 더 높이 들어라.
백성들이 들기 전으로 들거라.
평등의 북소리도 둥둥 울려라.
그러나 안심하라. 재벌들이여.
그대들에게 진보를 말하라는 게 아니다.
다만.
자본주의를 숙명으로 안고 사는 백성들 앞에
어차피 그대들의 것인 세상을 위하여
나이에 걸 맞는 교묘한 변신을 보여 달라는 말이다.
진짜 자본주의라도 보여 달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