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를 본 느낌을 간단히 적어봅니다. 우선 개인적으로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분야에 관한 토론이라 제가 어떤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고, 따라서 제 이야기도 추상적 수준에 그칠 수 밖에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제 무식과 게으름을 자책하면서..)
저도 첨맘님의 진보 자유주의 혹은 사회 자유주의라는 이념적 지향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저도 시장과 자유경쟁을 무조건 악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시장과 자유경쟁은 도덕적 해이의 방지, 효율성, 다양한 소비자선택권 보장 등 긍정적 얼굴을 분명히 가지고 있고, 별다른 폐혜가 없음에도 어떤 이념적 교조에 얽매여 애써 이를 외면하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사회에서는 진보주의자를 자처하면서 시장의 장점을 공공연히 주장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처럼 되어 있는데, 첨맘님은 정치하시면서 내내 그런 위험천만한 포지션을 취해왔고, 저는 그런 용기와 베짱이 맘에 들었습니다. 왜 진보는 시장을 말하면 안돼는데? 합리성없는 금기에 대한 반발이라고 이해했기에 저도 적극 지지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첨맘님.. 시장과 자유경쟁이 가진 추악한 얼굴또한 결코 가벼히 보아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첨맘님이 주창하시는 진보자유주의라는 총론에는 전적으로 찬동하면서도 첨맘님이 내시는 각론을 보면 때로 위태로워 보입니다. 첨맘님 혹은 참여정부가 추진한 진보자유주의적 색깔의 정책에 대한 다양한 진보매체와 블로거들의 비판과 첨맘님 혹은 참여정부의 해명 또는 반박을 모두 듣고 나름 판단해보면, 시장의 어두운 그림자를 너무 만만하게 보시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들의 우려가 전혀 근거없는 과잉공포반응에 불과한 경우도 있겠으나, 대개는 다소 과장되었을지언정 일정 정도 실제적 근거를 가진 공포반응인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사적 영역에 전면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저도 원치 않는 바이나, 우리사회엔 국가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영역이 매우 많다는 점또한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짜피 진보자유주의는 진보적 요소와 보수적 요소가 혼재된 이념이기에 과연 진보와 자유주의중에 어디에 보다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진보자유주의의 구체적 모습도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을 것입니다. 진보자유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자유주의에 전적으로 힘을 실으면 그것은 보수와 별 차이가 없을 것이요, 반대로 진보에 주된 방점을 찍으면 진보와 크게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저는 예전에도 말씀드린 바 있지만, 첨맘님이 나아가실 방향이 후자에 보다 가까웠음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전체적으로 볼 때 아직도 상당히 오른쪽에 위치해 있고, 따라서 당분간은 한참을 더 왼쪽으로 가야 궁극적으로 첨맘님이 가고자 하는 진보자유주의라는 위치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최종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최적의 중간목표는 전략적으로 최종목표와는 다소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지난 시기 세계경제의 자유주의적 흐름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토대로 한 좌클릭의 정치트렌드 또한 제 이런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은 아직 한번도 광범위하고 강력한 진보정책을 경험해보지 못해봤기에 정치발전의 요체라고 믿는 국민의 정치의식 발전을 위해서라도 국민들이 한번쯤은 확실하게 진보의 장점이 무엇인지를 체험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첨맘님. 진보자유주의의 깃발을 들고 계속 전진하시되, 구체적 제도나 정책입안시 자유주의적 요소를 도입하실 땐 그 폐혜와 부작용에 대해 면밀하고 꼼꼼히 검토하시고 그에 대한 보완책까지 충분히 함께 마련해주시길 바랍니다. 특히 이번 토론회에서 장하진 전 장관님을 비롯해서 여러 토론참석자분들이 나타내신 보육료 상한제 폐지 등에 대한 진심어린 우려도 충분히 검토해 주실거라 믿습니다. 그런데, 첨맘님이 정책연구원장을 하신 것은 첨맘님 개인의 정치전략적 측면에서 보나 대한민국 정치발전을 위한 대의적 측면에서 보나 여러 모로 참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대권주자가 정책적으로 보다 튼튼하고 치밀해지려 노력함으로써, 정당간 대결을 정책경쟁의 싸움으로 유도한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안그래도 첨맘님 어깨가 무거우실텐데 잔소리 또 하나 얹어 죄송합니다. 날씨 추운데 건강 항시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