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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초하나 | 2010-10-04 19:18:30 | 조회 1633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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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하늘 푸른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같은 논길따라 꿈속을 가듯
정처없이 걸어가네 걸어만 간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네 빼앗기겠네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울린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 걸어 봄신명이
가슴에도 지폈네 지폈나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네 빼앗기겠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마라
맨드라미 들마꽃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바른이가 지심매던
그들이라도 보고싶네 보고만 싶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네 빼앗기겠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조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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