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지극하신 분들이나 중년을 넘긴 아저씨들이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박정희, 전두환 때가 살기는 훨씬 좋았어. 그때는 말야 뭐... 버스비, 소주, 막걸리 값도 쌌고..., 요즘엔 물가가 왜 이리 비싸 먹고 살기 힘든지...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를 이어 갑니다. 사실 그 시대는 몸은 좀 피곤하고 가난하긴 했지만 머리는 그리 복잡하지 않은 시기였지요. 대학생들의 민주화 요구와 노동자들의 노동운동을 권력기관들이 나가서 조용히 시켜 버렸고 언론들은 빨갱이라는 페인트칠을 해 버리면 그만이었죠. 그래서 먹고 살게만 해 준다면 민주주의를 요구한다거나 권력자에게 저항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지요. 어찌 보면 사람들 정신에 노예근성이 뼛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지난 경기도 지사 선거기간 중에 지하철을 타고 가다 우연히 젊은 친구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여자1 : 야 이번에 경기도지사 누구 찍을 거야?
남자 : 나는 유시민 찍을 거다.
여자2 : 유시민 그 사람 말을 너무 함부로 하지 않니?
여자1 : 맞아. 그 사람 말이 너무 거칠고 너무 말을 너무 함부로 하는 것 같아.
남자 : 그런가? 나는 일 잘하고 똑똑해 보이던데.
여자1 : 아냐. 그 사람은 말만 많아. 김문수는 말도 가려서 하고 진득하니 점잖아 보이더라. 나는 그 사람 찍을 거야.
저는 그 말을 듣고 '요즘 젊은 사람들 중에는 말이 많은 정치인을 그다지 달갑지 않게 여기는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말이 많다…….’
인터넷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 간혹 현실 정치권에서 열심히 하시는 활동가 그룹의 어떤 분과 대화를 나눠 보니 이런 식의 말을 종종 하시더군요.
나 : **** 게시판에 ***님 글 보셨어요? 글빨 정말 좋던데, 너무 감동적이지 않나요?
활동가 : 야, 골방에서 죽치고 앉아 가지고 글만 쓰면 뭐 개혁이 되는 줄 아냐? 그딴 거 아무 쓸모 없어. 오프에 나와서 활동을 해야지. 나는 솔직히 서프라이즈나 여기 저기에 대충 글이나 쓰면서 남들 훈계나 하는 그런 사람들 좀 한심해 보이더라.
나 : 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글도 쓰고 사람들에게 관심도 갖게 만들고 어쩌고저쩌고…….
활동가 : 그래봐야 뭔 소용이 있는데 현실정치에서는 당장 동력이 안 되는 걸.... 말만 많아 가지고 주저리주저리 듣기 싫은 소리로 훈수나 해대고..., 지들이 세상에서 제일 잘난 줄 알고 나는 솔직히 그런 사람들 정말 재수 없더라…….
이런 일을 가끔 겪으면서 활동가 그룹들 중에서 다는 아니겠지만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에 대해 상당수의 활동가들이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겠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노무현 열 컷의풍경’ 이라는 좌담 자리에서 첨맘님께선 이런 이야기를 하셨지요.
대통령님이 있는 어느 자리에 어떤 분이 대통령님 욕을 막 해요. 제가 그분에게 “왜 대통령님을 그렇게 싫어하세요?” 물었더니 그 분 대답이 “말이 너무 많아” 이러세요. 그 분을 얼마 전 다시 맛났는데 그 분에게 “요즘 어때요?” 물어 보니, “지금 대통령은 말로 해결했으면 좋겠어요.” 일동 웃음 ...^^
노짱님을 좋아하게 된 동기도 지금 생각해 보면 과거 청문회때 불의한 기득권 세력에게 통쾌한 한방을 먹이시던 그 분의 사자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첨맘님을 좋아하게 된 동기도 이와 비슷하지요. 그 분의 쓰신 책을 보고 감동을 받기도 하지만, 그 분이 tv 토론회에 나와서 토론을 하는 모습을 보거나 연설을 하는 모습에서 어떤 희열감을 느끼며 대리만족을 가지게 되어 저는 그 분의 팬이 된 것 같습니다.
정치인이 가져야 할 여러 가지 덕목들이 있겠지요.
정직과 근면, 성실, 그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확실한 가치와 철학, 자신이 속한 정당과 지역의 발전에 이바지 하겠다고 하는 신념. 그리고 그런 목표를 향해 나의 한 몸 기꺼이 헌신해서 나라의 발전을 위해 봉사 하겠다는 희생정신 …… 등등.
그런데 저는 이런 수 많은 덕목도 중요하지만 가장 큰 덕목은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고, 연설과 토론을 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정치철학과 민주주의 사상을 대중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정치인이 최고의 정치인이라 여깁니다.
정치는 무엇일까요? 저는 단순하게 정치는 설득하고 토론하는 것이며, 협상하고 소통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때로는 적인 상대당과도 소통과 설득, 토론과 협상을 해야 하며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상대로 소통하고 설득하며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될려면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하며, 감동을 줘야 하며, 국민과 소통하여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국민들과 말로 소통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고로 정치는 곧 말이다. 그럼 인터넷은 뭘까요. 당연히 글입니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라 할지라도 상당수의 활동가들은 인터넷에 올려진 글들을 ‘피곤함’으로 여기는 듯 보입니다. 그 분들 입장에서는 인터넷 글쓰기의 그 자유 분방함과 시끄러운 문화가 그리 달갑지는 않겠지요. 이걸 사용하기는 해야겠는데 말만 많고, 일사불란한 조직처럼 움직이지도 않고, 책임을 지우기도 모호하니까 아마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또한 인터넷 글쓰기는 마치 광견병 걸린 개처럼 달려 들어 댓글과 댓글이 이어지고 답변을 하라느니, 소통을 하라느니, 당체 통제가 안 되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일파만파 확대되지요. 또 어떤 결과에 대해서는 감 놔라~ 배 놔라~ 참견인지 비판인지 해 대고^^, 그러나 사용은 해야겠고, 껄끄럽기는 하고.
그래서 활동가들은 스스로 통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거나 관리 가능한, 즉 자신들의 성향과 뜻이 맞는 사람들만으로 조직화 하려 하지요. 반대자들 없이 일을 추진하기에는 나름 효율적일지 모르지만 소통의 절차는 생략하거나 형식상으로만 만족하게 되는 것이지요.
기본적으로 활동가 그룹은 인터넷을 통한 상향식을 싫어합니다. 통제하길 원하고 명령과 복종 그렇게 일사불란하게 활동하기를 원합니다. 이건 그들이 그런 활동을 통해 스스로 학습한 조직의 생리 때문일 겁니다. 이것이 인터넷을 통한 상향식을 반대하고 오프 중심의 형식상 상향식을 추구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참여자들의 지역과 시간, 그리고 각기 처한 여러 복잡하고 우발적인 여건 때문에 지속적으로 확장시켜 세력을 형성하는데 수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말한 첨맘님의 답변이 정답이겠죠. 일반인이 사회생활 하면서 실질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사실 인터넷의 가장 큰 장점은 권력자들, 곧 힘 있는 자들이 통제할 수 없는 열린 공간이기 때문일 겁니다. 날것 그대로 막 잡은 생선처럼 파닥파닥 움직이면서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공간. 가상의 방이 생기고, 가상의 가족이 생기고, 얼굴도 나이도 직업도 모르는 수 없이 많은 이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관계를 가지며 서로 얽히고 설켜 생활을 같이 하는 공간. 이런 공간이 바로 인터넷입니다.
이런 공간에서 우리는 서로 부대끼면서, 싸우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세력을 형성하고 확장하며, 학습과 복제를 통해 힘을 키워 가는 겁니다.
우리에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돈도 없고, 조직도 없고, 지역도 없고, 아직은 세력도 없습니다. 지금 현재 우리들을 후원할 곳은 아무 곳도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인터넷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처럼 인터넷을 통해 돈을 모으고, 인터넷을 통해 조직을 만들고, 인터넷을 통해 소통하고, 인터넷이 우리의 지역이 되고,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모아 우리의 세력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잘해야 우리가 이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