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휴가 때 생각이 납니다. 형제자매가 가능한 날짜를 맞춰 휴가를 보내자고 해서 길게는 맞추지 못했지만 1박2일로 맞춰 강원도에서 보내고 왔었지요.
춘천에 사는 언니가 우리들을 좋은데로 모시겠노라고 큰소리를 치더군요. 재작년인가 시댁 식구들 모시고 가서 대만족을 시켰던 장소라면서요. 우리도 기대감이 컸었죠.
춘천에서 화천 쪽으로던가 한참 달려가서 멈춘 곳이 이 곳이었습니다.
지촌천, 오탄교.


여자들은 천천히 짐을 내리고 남자들이 부리나케 다리 아래로 내려갔지요.
언니 말로는 이 다리 밑에, 그리고 넓은 하천(강처럼 넓고 중간엔 꽤 깊은 듯)에 물고기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니는데 그물('반도'라 부르는)만 갖고도 신나게 잡았다는 겁니다.
왜 사람은 물만 보면 어린애가 되는지? 우리집 남자들만 그런가? 우리 형부들과 남동생은 여름에 계곡이나 개울만 가면 물고기 잡는다고 '어항'이란 걸 놓고, 고기를 몬다고 우르르 다니고, 가장자리에 반도를 펼치곤 발로 바닥을 차기도 하고, 하여간 동심으로 돌아간 듯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이런 분들이니 오죽 들떠 있었겠습니까? 매운탕 끓여먹을 것까지 준비를 해갔죠.
그런데 다리 밑으로 내려가봤더니 팔뚝만한 물고기는 단 한마리도 없었습니다.
큰언니는 졸지에 '거짓말쟁이'가 되어 버렸답니다.
팔뚝이 아니라 손바닥만한 거라도, 아님 손가락만한 거라도 당췌 물 속에 움직이는 생명체라곤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우리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예전의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 몇 팀 왔다가 다들 허탈해하며 돌아갔습니다.
큰언니는 "어머나, 이게 왜 이렇게 되었지?" 황당해 하며 "전엔 저게 없었는데 바뀌었네." 하더군요.
하천 가로 콘크리트 수로를 깊게 팠더라고요. 그리고 아주 깔끔하게 보이는 제방.(사진이 없네요. 이런 글 올리려 생각했다면 찍어뒀을 텐데.)
홍수방지를 위해 제방이 필요하다지만, 준설을 하고 콘크리트로 싸바르는 동안 그 곳에 서식하던 물고기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나 봅니다.
그 때 내가 그랬었죠.
"큰일났다. 4대강 정비 사업 한다는데 다 이 꼴 나는 거 아냐?"

(↑ 콘크리트 수로, 남자 허리까지 물이 찰 정도로 깊더군요. 저 잠자리는 오염이 덜 된 곳에서만 발견되는 것 같아요. 우리 어릴 때 물놀이 하던 곳에 참 많았었는데. 저 잠자리도 애벌레일 때는 물 속에서 물 속 곤충이나 송사리를 먹고 산다는데 어쩌죠? 콘크리트 벽에 수초가 자랄 수도 없고, 물고기도 없어지면 잠자리도...?)
결국 우리는 목적지를 정하지 못하고 무작정 더 깊은 골짜기로 들어가다가 계곡을 발견했고, 거기는 2급수가 아닌 1급수였습니다. 동네 이름이 약간은 알려진 곳인데(포털에서 검색하니 나오더군요) 안 가르쳐드리겠습니다. 사람들 발길이 많아지면 금방 오염될 테니까.^^

(↑ 이건 또 뭘까요? 형부 왈, 비단 개구리라던데 찾아 보니 '무당 개구리'라고도 불린다네요. 배쪽은 주황색 빛이 나더군요. 이것도 아마 깨끗한 곳에서만 발견되는 것?)
이번에 4대강에 대한 이슈가 선거 쟁점으로 떠오르니 그 때 생각이 나서 끄적여봤습니다.
저 지촌천에서 팔뚝만한 물고기는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