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 하나를 붙잡고 한명숙에 대해서 묻는다면?
"최초의 여성총리...
서울시장 후보..."
그리고 "최근에 정치검찰에 의해 억울하게 불려다니다 무죄판결 받은 분."
아마도 이 정도가 한명숙에 대해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들일 것이다.
그러나 한명숙이란 인간의 삶을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비추는 하나의 투명한 거울을 발견하게 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밥세끼 먹기 어려워 교육은 사치품에 불과했던 사람들을 가르치고자 크리스챤 아카데미 간사로서 활동하던 시절...
공안정권에 의해 끌려가 "빨갱이"임을 실토하라고 얻어맞으며
피투성이의 몸을 추스리고 감방의 창밖을 바라보던 쓰라린 경험도 하였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이 통용되던 시절...
매맞는 여성들을 위한 여성의 전화를 만들고
가사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일깨우는 가족법 제정을 추진하기 위해 발벗고 뛰어다니기도 하였다.
온화한 인상에 부드러운 말투를 가진 한명숙을 보면 과거에 이러한 격정적인 삶이 있었을 거라고 상상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는 한국의 정치사회사의 살아있는 증인이요,
항상 변화의 최첨단에 서서 변화를 주도하는 깨어있는 지식인, 행동하는 양심이었다.
한명숙이 지닌 외유내강의 리더쉽.
이를 알아본 고 김대중 대통령은 정치에 뜻이 없는 한명숙을 영입하기 위해 수 차례 초청의사를 밝혔고
마침내 한명숙이 이를 받아들여 처음으로 정치계에 입문하게 된다.
김대중 정부 시절 신설된 여성부의 초대 장관으로서,
한명숙은 여성들이 일하면서도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제도와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키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한명숙이 여성부 장관으로서 이루어낸 성과가 각종 근거 없는 유언비어와 음해로서 희석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한명숙은 여성부 장관에 이어 환경부 장관 시절 '수도권 대기환경특별법'을 제정, 공포하였고
'친환경'이니 '녹색'이니 하는 단어가 아직 어색하던 시절에 이미 환경보호를 위한 정부차원의 노력을 주도해왔다.
그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2003년 중앙일보의 정부부처 장관 리더쉽 평가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한명숙이 지닌 리더쉽의 가장 큰 장점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능력에 있다.
한명숙을 대한민국의 첫 여성총리로 발탁한 고 노무현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장항산업단지 문제도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었는데 한명숙 총리가 깔끔하게 해결했다.
용산 미군기지가 옮겨갈 평택 대추리에서 벌어졌던 갈등도 한 총리가 끈기있게 대화하고 타협한 끝에 잘 마무리했다.
나는 한명숙 총리의 온화함과 인내심, 부드러운 지도력을 늘 존경하고 부러워했다.
훌륭한 국무총리들의 보좌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내게 큰 행운이었다."
(유시민 저, '운명이다')
한명숙의 대화와 타협의 리더쉽은 그가 2006년 대한민국의 첫 여성총리로 인준받기 위해
청문회장에 들어가 발표한 모두발언에서도 잘 드러난다.
"존경하는 특위 여러분,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균형의 가치'를 남달리 몸에 익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우리 모두가 어려웠던 70년대 초에 산동네에 살면서 저도 물지게를 져 날라 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 경험은 아주 뚜렷하고 중요한 교훈으로 제 속에 살아 있습니다.
양쪽 물통 중 어느 한쪽에 물이 많으면 뒤뚱거려 꼭대기까지 오르기 전에 지치게 되며,
성급하게 걸음을 옮기면 물이 출렁여 쏟아진다는 사실을 저는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중략)
제 어깨에 묵직하게, 그러나 균형 있게 얹혀 있던 물지게의 느낌은 평생 일 해오는 동안 제게 소중한 삶의 지침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몸으로 터득한 '균형의 가치'입니다. 갈등은 균형이 깨진 자리에서 자랍니다.
제가 총리직을 수행하게 된다면 저의 장점인 '포용력'과 '균형감각'을 살려 이해하고 소통하는 정치를 펴 보이겠습니다."
(한명숙 저, '한명숙, 부드러운 열정 세상을 품다')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보수정권을 지켜본 사람들은
그 동안 아무 생각없이 누려왔던 정치적 사회적 '포용력'과 '균형감각'이 급속하게 사라지는 현실에 어처구니 없어한다.
'독선'과 '편파성'이 마치 '능력'인 듯 포장되는 모습에 경악한다.
우리의 정치계는 한명숙과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타인의 말을 들을 줄 알고, 양보할 줄 알며, 전체를 바라보고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인물...
사사로운 이권에 취하지 않으며 나와 남이 공존하는 세상을 위해 헌신하는 인물...
바로 그 한명숙이 대한민국의 심장부에 버티고 서서 바르고 투명한 시정을 펼쳐나갈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