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오리쌀
고향을 생태마을로 만들고 싶었다. 농사가 주업이니까, 첫 번째는 친환경 농사였다. 먼저 오리 농법을 들여왔다. 처음에는 하기 어렵다고 다들 반대했다. 진영읍 일대는 이미 오래 전부터 개발 바람 투기바람이 불었다.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규제를 더 풀지 못하게 하고 농지를 그대로 묶어 두었다. 그런데 농지 60% 이상이 부재 소유였다. 내 땅도 아닌데 친환경 농업 하자고 투자를 할 필요가 있느냐면서 모두들 난색을 표했다. 농업용수도 좋지 않은데 농사 망하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했다.
내가 책임진다고 했다. 쌀 안 팔리면 그것도 책임진다고 했다. 내가 여기 사는데, 앞으로 택지를 어떻게 개발하겠는가. 친환경 농업을 해서 고품질 브랜드로 부가가치를 높여 보자. 내가 팔아 주겠다. 오리도 내가 풀어 주고 가두고 할 테니까, 일단 한번 해보자. 그렇게 권했다. 겨우 논 2만 5,000여 평에 오리농법을 들여왔다. 오리농법은 일손이 많이 드는 탓으로 다른 곳에서는 포기하는 추세였다.
그러나 봉하 들판은 습지라서 내가 어렸을 때는 야생오리가 많이 날아왔다. 그래서 다른 데는 몰라도 여기는 오리농법이 된다고 우겼다. 반대가 여간 아니었다. 하필이면 조류 인플루엔자까지 번져서 위험이 더욱 컸다. 나는 오리가 조류독감에 걸리면 그때 살 처분 하고 우렁이를 넣으면 된다며 그대로 밀고 갔다. 다행이 조류 인플루엔자는 잦아들었고 농사는 성공했다. 다른 곳에서는 거의 다 포기 했는데 우리는 난관을 돌파했다.
“봉하오리쌀” 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캐릭터 디자인을 공모했다. 오리쌀이 불티나게 팔렸다. 처음에 김정호 비서관이 대표를 맡은 ‘영농법인 ’봉하마을’ 실무자들은 내 캐릭터 쓰는 것을 조심스러워했다. 포장지 디자인 심사를 할 때 노무현 캐릭터를 쓰라고 했다. 내 이름과 신뢰를 걸겠다고 했다.
다른 건 몰라도 품질에 대한 검증은 절대 양보하지 말라고 못을 박았다. 친환경 농업을 한다 해 놓고 약 치면 안 되는 거다. 누가 몰래 논둑에 제초제를 쳐서 풀이 누렇게 변한 사건이 일어났다. 불러다 혼을 냈다, 그 뒤로는 그런 일이 없었다. 다른 동네 사람이 장비 끌고 오는 것을 보면 달려가서 말렸다. 그렇게 해서 봉하쌀 브랜드의 신뢰를 지켜 낸 것이다. 농사에도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원칙과 신뢰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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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해 벼농사를 하면서 가공할 곳이 없어서 큰 애를 먹었다. 인근의 미곡종합처리장(RPC)을 열흘 빌려서 눈치 봐 가면서 근근이 도정했다. 다른 쌀과 섞이면 품질 관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도정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남의 RPC를 빌려서 하자니 포장 하는데도 애로가 많앗다. 재배면적이 열 배나 넓어지면 반드시 독자적인 RPC를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친환경 쌀 브랜드의 독자성과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다. 경상남도와 김해시를 겨우 설득해서 마을 주민자부담으로 확보한 부지에 친환경 쌀 방앗간을 만들기로 했다.
- 유시민 정리 ‘운명이다’ 중 봉하오리쌀 편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에 있어 이 글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책의 일 부분을 올려 봅니다. 정당, 정치인 그리고 팬클럽... 우리 활동하는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인 이유가 뭘까요? 기존의 정치인 정당이 해오던 방법에 큰 잘못을 발견하고 그것을 개혁하며 새로운 정치 문화를 만들기 위해 모인 거고 그런 정치인 정치 집단에 희망이라는 이름을 발견해서 열심히 참여하는 게 아닐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이라는 이름과 정치의 어려움을 들먹이며 반칙과 술수가 있더라도 이기는 것이 옳다 이리 이야기 합니다. 우리들보고 이상주의자네 그길로 가면 승산이 없다.. 등등 비웃고 조롱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칙과 술수 가 판치는 정치판에서는 우리에게 아무런 희망도 발전도 줄 수 없다는 절망감이 있기에 남들이 가지 않는 길 어렵다고 하는 새로운 길로 가려고 하는 게 아닐까요?
지금 우리가 가려는 그 길이 노짱님께서 봉하오리쌀을 만들고자 했던 마음 그리고 농사를 하던 정치를 하던 원칙과 신뢰를 지켜가며 하자고 했던 마음을 잘 이해하고 그 길로 가고 있는 걸까요?
하지만 새로운 길로 간다고 하며 열심히 활동하는 분들과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을 그럽니다. 그건 이상향이다. 현실이 어디 그러냐? 당신이 한번 여기 와서 부딪혀 봐라... 그래서 예전에 해오던 방법 그대로 길이 아님에도 그 길로 가고 있지는 않나요? 혹시 현실의 어려움을 들먹이며 우리의 양심과 신뢰에 농약을 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런 모습이 보인다면 논둑에 제초제를 치려고 했던 농부에게 우리 노짱님께서 하신대로 회원님들이 나서서 혼을 내줘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부터는 그런 일이 발생하는 일이 안 생길게 아닙니까.
진정 시민광장을 아끼고 첨맘님을 사랑하며 노짱님의 정신을 이어 받아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참여했다면 길이 아닌 곳으로 가려고 하는 동지에게 따끔한 비판이 필요합니다. 그 길만이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이며 원칙과 상식이 바로서는 정치문화를 만드는 길입니다.
우리에게 노짱님께서 남겨 주신 소중한 씨앗이 있습니다. 이 씨앗에 농약치지 말고 청정 무공해의 방법으로 잘 키워서 아름다운 나무로 키워 풍성한 열매를 수확하는 기쁜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하루 남았군요. 장관님께서 꼭 승리하셔서 열심히 심은 소중한 씨앗이 잘 자라는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