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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 2010-04-27 18:15:25 | 조회 557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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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월 대구지검 김성호 검사장 방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청와대 제1부속실이었다. “대통령께서 내일 오찬을 함께하기를 원하십니다.” 다음날 김 검사장은 아침 참모회의를 마친 뒤 청사를 빠져나와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그와 노무현 대통령과는 일면식이 없는 사이였다. 노 대통령은 그에게 부패방지위 사무처장을 맡아달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김 검사장이 1년 전 쓴 ‘공직부패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을 위한 연구’라는 박사 논문을 흥미롭게 읽었노라고 했다.

“논문에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던데… 현실로 옮길 수 있도록 직접 추진해 보시죠.”

다음날 김 검사장은 검찰에 사표를 냈다. 그날 오후 청와대는 부방위 사무처장에 그를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공직부패수사처(공수처) 설치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됐다. 김성호 신임 부방위 사무처장은 그때부터 10개월에 걸친 물밑 작업 끝에 건국 이래 최초의 공수처 설계도를 만들어냈다.

공수처는 검찰 권력을 쪼개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수사부터 기소, 공소유지까지 모든 권한을 배타적·독점적으로 쥐고 있는 검찰 손에서 고위 공직자 수사를 빼앗아 이를 따로 전담하는 독립 기관을 만들자는 것이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은 차관급 이상 공무원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5000여명이 망라돼 있다. 가장 핵심은 전국 2500여명의 법관과 1780여명의 검사들을 공수처 수사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다. 사법사상 단 한 번도, 누구로부터 견제받은 적이 없던 판사와 검사들이 공수처 특별수사관들의 상시 관찰 대상으로 올랐다.

법관과 검사,수사 대상에 포함

만약 공수처가 존재했다면 골프장 사장이 만들어준 법인카드로 1억원어치를 사용하고도 해임처분에 그친 검사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삼성 ‘떡값 검사’에 대한 무혐의 수사 결과도 달라졌을 수 있다. 법조비리에서 돈봉투를 챙긴 검사들과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검사장들도 온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는 총장 후보로 내정되기 전에 감옥소로 갔을지도 모른다. 공수처가 있었다면 한상률 국세청장은 미국으로 달아나지도 못했을 것이고, 천신일 세중나모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도 그토록 허망하게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공수처는 만들어지지 못했다. 2004년 11월 국회에 제출된 ‘공직부패수사처 설치에 관한 법률안’은 3년반을 서류더미에 파묻혀 있다가 17대 국회 폐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노 전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이다」에 이렇게 술회했다.

“열심히 공을 들였지만, 여야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협조해 주지 않았다. 검찰은 조직의 역량을 총동원해 국회에 로비를 했다. 털어서 먼지 나지 않기가 어려운 것이 정치인이라 그런지 행자위와 법사위 국회의원들이 미적미적 심의를 미뤘다.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은 정말 후회스럽다. 이러한 제도 개혁을 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 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검찰은 배수진을 쳤다. 검찰의 반발은 남의 계좌는 뒤지면서 내 계좌는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고, 남의 뒤는 캐면서 내 뒷조사는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영감님의 천국’이 됐다. 왕족처럼, 귀족처럼 그들만의 성채(城砦)를 쌓아놓고 그 안에서 언터처블 맨으로 군림했다.

설치법안 3년반 낮잠 자다 폐기

수십, 수백명의 검사들이 25년 동안 스폰서와 어깨동무를 하며 술판에 몰려다니고, 돈을 받고, 성접대를 받는 동안 누구 하나 호루라기를 불지 못했다. 전국 어디에나 스폰서가 즐비한 ‘전국구 검사’들이 횡행해도 비리와 부패는 베일에 가려졌다. 스폰서에게는 “너와 나는 동지…우리의 정은 끈끈하다”고 속삭이고, 이를 파헤치는 PD에겐 “네가 뭔데”라고 윽박지르는 세상이 됐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의 오염은 끔찍했다. 스폰서 파문은 대한민국 법치의 현실을 그린 하나의 삽화에 불과할는지 모른다. 감춰진 비리는 왜 더 없겠는가. 권력은 분산돼야 하고 서로 감시를 해야 한다. 검찰이 할 수 없다면 국민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 공수처는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 이번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검사가 뭔데….
*출처 경향신문 4/27일자 [오피니언 (경향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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