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율님 모친상에 어제 참여당원들과 함께 문상을 갔다. 김포 우리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서니 발디딜 틈이 없다. 조문을 하고 자리에 앉으니 여기저기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띤다. 김창집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분들과 인사를 나눴다. 몇달전까지만 해도 한식구였는데 왠지 머쓱하다.
장내를 둘러보니 낯익은 얼굴보다 낯선 얼굴들이 훨씬 더 많다. 아마도 다들 김포태생 분들일 것이다.
"김포의 역사가 한군데 모였네!"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소리다. 김포시의원이 지역 주민들을 다 알수도 없고 알아야 하는게 정답도 아닌것 같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열심히 다닌다고 했는데도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을 보면 나는 여전히 김포라는 바다에 떠있는 한조각 섬인것 같다.
선거를 앞둔 장례식장은 정치인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장소일 것이다. 시장, 도의원, 시의원 출마를 준비하는 분들이 여기저기서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이자리 저자리를 누비기도 한다. 여전히 나는 쑥스럽다. 오히려 나를 찾아와 인사를 나누는 몇몇 분들이 있다.
"왜 이렇게 수줍음을 많이 타는 감? 이래가지고 선거운동 할 수 있겠어?"
4년전 김포초등학교 동문체육대회 행사장에서 인사다니다가 들은 소리다.
"왜 다른 분들은 악수를 나누었는데 나하고는 목례만 하고 지나가시는거죠?"
풍무동 여성축구단 창단식에서 한 여성분에게서 들은 소리다.
"제가 수줍음을 많이 타서요..죄송합니다." 얼굴 빨개지며 대답했던일도 있다.
'정의원, 만나서 반가워요."
왠 나이 지긋한 어르신 한분이 맞은편에 와서 악수를 건네며 아예 앉으신다. 김포태생이신데 자주 내 블로그에 들어와 여러가지 글을 읽는다고 하신다. 격려의 말씀을 해주신다.
"당신 참 일잘한다"고 하신다. "당신같은사람 몇사람만 더 있어도 김포가 한층 더 달라질텐데" 라는 과분한 말씀도 하신다. 그러면서 얼마전에 당적을 바꾼것에 대해선 못내 아쉬움을 표하신다.
어르신 표정에서 왜 힘든 길을 자처했느냐는 무언의 메시지가 읽혀진다.
"죄송합니다. 여러 주변분들이 지금도 그런말씀을 하십니다만 심사숙고하여 내린 결정입니다"
답변을 드리지만 그분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 아쉬움을 훗날 백배의 결과물로 해소시켜 드리겠다는 다짐을 맘속으로 해봤다.
나는 잘 모르는데 나를 아는 분들을 만나면 괜시리 죄송스럽다. 내 머리의 용량이 안타깝다. 매번 인사를 나누고 정담을 나누고 스쳐지나가는 분들을 다 기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주 김기율님이 잠시 자리에 들르셨다. 알고봤더니 막내였다. 막내가 느끼는 모정이 남다르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안다. 나도 막내니까...엄마의 정을 이야기한다. 자식에게 무언가 더 맛난것을 먹이려 손을 꼭 잡고 장터를 누비던 이야기를 쏟아낸다. 이제 어디가서 그 정을 느낄지 모르겠단다. 코끝이 시큰해지는 느낌이 공기를 통해 전달된다. 아무리 불러봐도 지겹지 않고 부를 때마다 코끝이 시큰해지는 '엄마'라는 두 글자. 덩달아 나도 찡해진다.
밤9시 넘어 강목사님이 합석하셨다. 처음 뵙는데도 오래도록 뵈어 온 동네 어르신을 대하는 느낌이다. 희망새님에게 써오신 입당원서를 건넨다. 올해 65세시다. 얼마전 목회직을 은퇴하셨다한다. 참여당의 앞날에 신앙적 영감이 느껴지신다 한다. 창당 소식을 듣고 중앙당 경기도당에 물어 물어 내 전화번호를 알고 일전에 연락드렸다하신다.
김포에는 80년대 초반부터 거주하셨다 하니 강목사님의 김포연륜도 근 30년에 달한다. 앞으로 자주 자주 조언을 듣고 경청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니 허허 웃으신다. 조문객들로 계속 붐비는 탓에 더이상 자리를 지키는게 결례일 것 같아 참여당원분들과 함께 자리를 떴다.
"이거 복권당첨되면 차 바꿔드려야겠네. 시의원님 차가 뭐이래?"
돌아오는 길에 동승한 병향마을님이 혀를 차며 안타까움을 표하신다. 주행거리 27만킬로, 2000년식 레조다. 자동차 십년타기 동반자인 우리 차가 이소릴 듣고 얼마나 섭섭했을까? 하긴 서운한 감정은 나에게 더 있을거다. 여기저기 찌그러지고 세차 제대로 안하고...주인 잘못만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래도 정겨운 나의 동반자다.
"뿌리에 대한 존중감이 필요합니다. 수천년 동안 김포터전을 일구어온 분들에대한 예의를 갖췄으면 합니다." 언젠가 도시철도 논쟁자리에서 신도시 입주민 대표분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오늘 장례식장은 그러한 뿌리의 실체를 목격한 자리였다. 김포바닥에서 대대손손 살아오시며 터전을 일구어 온 분들의 땀내음이 물씬 풍겨왔다.
그분들이 김포의 뿌리라면 나는 어디부분에 해당할까? 줄기일까?가지일까? 아니면 꽃봉오리? 아무렴 어떤가? 나도 이제 어엿이 지역사회의 한 몸이 된것을...중요한 것은 김포가 고사목이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영양분을 공급하면서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책임 또한 나에게 있다는 거다.
천지개벽이란 말이 걸맞을 정도로 급격히 도시화되고 있는 김포사회에서 토착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외지인들에게는 텃세라는 이미지로 표출된다. 갈수록 인구비중이 줄어들고 있지만 지역의 물적 인적 헤게모니는 여전히 이분들이 손에 쥐고있다. 그런 점에서 외지출신인 유정복 의원의 아성 구축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반면에 지난 총선에서 김창집 후보 선거팀 일원으로 직접 맞부딪히며 상대해본 유정복 의원 진영의 내공은 생각보다 그리 강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히려 우리 진영의 자기불안감이 더 문제였던 것 같다.
상대진영에 대해 겁먹을 필요도 없고 오버할 필요도 없고 우리 갈길을 그저 뚜벅 뚜벅 가다보면 언젠가 시민들속에 참여당의 희망깃발이 휘날릴 날이 올 것이다. 그날 장례식장에 함께했던 5인의 참여당원 마음속에 싹튼 희망물결이 김포벌판에 넘실거릴 그 날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