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호남기득권 발언에 대해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월 18일, 시민단체 `희망과 대안' 등이 개최한 `2010년 연합정치 실현, 구체적 길을 묻다' 토론회에서 이번 6.2 지방선거에서의 야권 선거연대와 관련하여 몇 마디를 했다. 언론에 부각된 내용만 따오면 이렇다.
"호남에서 민주당과 연대하면 일당독재가 된다. 호남에선 제 정당과 연합해 민주당과 싸우는 것이 상식"
"계속 덤벼야 꺾을 수 있다. 한 10년 하면 (호남에서 민주당을) 이기는 곳도 나올 것"
"예컨대 많은 정당이 오랫동안 활동한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으면 인정해야 한다. 호남의 독점적 기득권(즉, 민주당의 호남 기득권)은 인정하지 못하지만 정당한 기득권(즉, 민주당의 수도권 기득권)은 인정해야 한다"
언론에서 언급된 위 발언들만 따와서 짜집기를 하면 해석의 오류, 심지어 왜곡의 오류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위 기사에서 따온 발언들에 구애되지 말고, 종래 국민참여당이 주장했던 내용들과 유시민 전 의원의 성향 등 종합적인 모든 사정을 기초로 하고 <궁예의 관심법>이라는 분석법을 동원하여 유시민 전 의원의 발언을 한번 해석해보자!!
필자가 보기에, 유시민 전 의원의 발언은 <수도권에서는 민주당과 연대하고, 호남권에서는 민주당과 경쟁하겠다.>라는 한 마디로 정리될 수 있다. 작년에도 국민참여당의 인사들은 그런 발언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수도권에서는 민주당과 연대하고, 호남권에서는 민주당과 경쟁하겠다.>라는 주장은 필자에게는 전혀 생소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필자는 작년 5월부터 필자의 블로그(http://blog.hani.co.kr/cslim003/)와 여기 시민광장에서 수차에 걸쳐 <우리 평민당은 수도권에서는 민주당과 연대하고, 호남권에서는 민주당과 경쟁하겠다.>라는 주장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의 어느 지인은 <유시민 등 국민참여당 사람들이 당신의 생각을 그대로 베끼고 있다. 앞으로는 아이디어를 공개하지 마라. 공연히 남 좋은 일만 한다.>라며 농담까지 한 바 있다. 이에 대하여 필자는 <생각에는 저작권이라는 것이 없다우. 누구든지 남의 좋은 생각을 자기 것으로 실현해주면 그로서 족하다는 말씀!>이라며 커커커, 웃었다.
그런데, 오늘자 유시민 전 의원의 발언을 보면, 원 저작자인 필자의 취지를 다소 오해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무엇을 유시민 의원이 오해했단 말인가. 민주당이 호남권과 수도권에서 선전하는 것을 <기득권의 문제>로 파악하는 것은 잘못이다.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을 순서대로 돌아보자. 대체로 호남권> 서울 서남부> 서울 동북부> 인천 북부> 충북권의 순서이다.
이들 지역은 재경 호남출신을 중핵으로 하여 소위 <서민층>이 다수 밀집해있는 지역이다. 상대적으로 발전된 지역에서는 민주당이 당선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 참고로, 호남권은 전체가 서민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의 지지층은 호남출신을 중핵으로 한 서민층이다.>라는 평가가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의 경우, 호남권과 비호남권에서의 태도가 다르다. 결론부터 말하면, 민주당은 수도권 등에서는 경쟁자가 있기에 진보적일 수 있으나 호남권에서는 경쟁자가 없다보니 보수적이다.
비호남권에는 한나라당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고 여차하면 낙선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민주당은 최대한 긴장하고 일을 잘 하려고 노력한다. 지역의 국회의원, 시장군수, 기초의원들도 매우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호남권에서의 민주당은 긴장하지 않는다. 민주당의 공천만 받으면 90% 이상 당선이 확보되므로, 호남권의 정치 지망생들은 지역의 유권자들을 돌아보지 않는다. 오직 공천권을 쥔 중앙당과 시도당(광주시당, 전남도당, 전북도당)만 바라본다. 그리고 당선된 이후부터도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고 위만 쳐다본다. 어차피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확실하므로.
민주당 호남권 공천의 문제점은 2006년 지방선거 당선자들의 부정부패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현재 호남권 기초단체장(광주/전남/ 전북의 기초단체장)의 50%가량이 뇌물수수죄로 당선무효형을 받았거나 재판에 계류중이다. 민주당의 지역 기득권에 안주하면서 스스로 탐관오리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 때문에 호남에서의 민주당 지지도는 예전같지 않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의 새천년민주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의 열린우리당만큼 지금 민주당을 지지를 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호남권에서는 한나라당 등 기타 다른 정당들이 워낙 인기가 없다보니,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강세다. 호남권의 지식인들이 민주당을 비판하고 기권하더라도, <달리 찍을 당이 없다. 그래서 민주당이여~>라며 지역 유권자들이 민주당에게 투표를 하다보니 결국 민주당이 당선된다. 민주당도 <대안 없음>이라는 객관적 현실을 최대한 활용하여 재미를 많이 본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무경쟁 상태에 빠진 집단은 결국 민심에 둔감해지거나 스스로 퇴화하게 되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독선과 독재에 빠지기 쉽다. <한국 야당이 이처럼 약한 적이 있었는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현재 민주당은 마치 투명인간처럼 존재감이 없는 상태인데, 그런 무경쟁 상태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독선과 독재에 빠지는 것과 같다.
따라서, 국민참여당은 이런 호남의 현실을 잘 고려하여 <슬로건>을 잘 골라야 한다. 현재 유일하게 호남을 대표하는 민주당에 대한 호남 유권자들의 애정(?)을 비난하거나 간과해서는 절대 안되며, 그럼에도 민주당의 독주를 호남 유권자들의 견제심리도 잘 살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유시민 전 의원이 <호남에서 민주당과 연대하면 일당독재가 된다. 호남에선 제 정당과 연합해 민주당과 싸우는 것이 상식>이라고 발언한 것은 잘못이다. 이는 마치 민주당을 죽이고자 한나라당이나 자유선진당과도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가 풍기기 때문이다. 민주당 견제심리보다는 한나라당에 대한 증오가 더 강한 호남 유권자들의 <역린>을 건드릴 소지가 있다.
그러면 호남권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처럼 하면 된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호남권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양당체제였다. 전북권과 광주권에서는 열린우리당이 각종 선거에서 싹쓸이했고, 전남권에서은 민주당이 나눠 먹었다. 호남 유권자들도 당시만 해도 선택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열린우리당이 싫은 사람은 민주당 찍고, 민주당이 싫은 사람은 열린우리당을 찍을 수 있는 즐거움>이 있었다, 선택하는 것은 기권보다는 확실히 즐겁다.
따라서, 유시민 전 의원은 굳이 <계속 덤벼야 꺾을 수 있다. 한 10년 하면 (호남에서 민주당을) 이기는 곳도 나올 것>이라고 말 할 필요가 없었다. 국민참여당이 열린우리당식으로만 하면 최소한 광주에서의 돌풍은 식은죽 먹기보다 쉽기 때문이다.
국민참여당은 호남권에서 쓸데없이 <민주당의 기득권>을 운운할 필요는 없고, 과거 열린우리당처럼 <개혁>을 외치면 된다. 국민참여당은 현재의 민주당보다 좀 더 개혁적임을 보이고, 특히 지역사회를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이면 된다. 민주당의 독점적 지위에 안주하는 지역 정치인들을 견제할 수 있는 강력한 후보임을 보이면 족하다.
국민참여당이 호남진출에 성공하길 바란다. 국민참여당의 선전에 비례하여, 친박연대가 박근혜 의원의 고향인 대구경북권에 진출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