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장관께서 위헌 결정을 받고 좋아하시는 글을 올리셨는데, 위헌으로 판결이 난 조항의 원래 취지의 긍정적 측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으시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 조항 자체가 (유시민 장관이 지적하신대로 자유로운 정치활동을 제한할 부작용의 소지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내경선과 같은 상황에서 어느 후보가 중도사퇴를 하는 이유는 무척 많습니다. 개인적인 문제 - 건강 등 -일수도 있고 정치적인 합종연횡을 위해서 사퇴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정치현실에서는 수적으로 후자의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거의 대부분이라고해도 무방합니다. 이런 경우 중도사퇴자가 사퇴하면서 어느 특정 후보의 지지선언을 하는 경우 (명시적이건 암묵적이건), 이는 지지선언을 받은 후보가 사용할 수 있는 선거자금의 총액이 더 많아짐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보죠. 지난번 경선에서 유후보는 사퇴하면서 사실상 이해찬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 경우 유후보가 선거자금을 쓰면서 유인한 지지자의 상당수가 이해찬 후보에게 표를 던졌을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이해찬 후보가 더 많은 선거비용을 쓴 결과와 같아집니다. 만일 다음번 민주당 경선에서 정동영씨가 후보로 나온다고 합시다. 그런데 법정선거비용 (당규에 규정된)은 너무 작고... 이 경우 채수찬, 신건 등 대리인들을 함께 후보로 내세워 마음껏 돈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자금동원력이 높은 후보가 유리하게 됩니다.
따라서, 유시민 장관이 2억 5천만원을 내지 않아서 파산의 위기를 넘겼다고 좋아하신 그 조항은 어쩌면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선거 (당내경선이건 뭐건)를 위해서는 필요한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고 나선 유장관께서 그런 취지를 살피지 못하고 위헌소송을 내고 또 소송에서 이겼다고 대놓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씁쓸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