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친노를 살리다.
이명박 정권이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와중에 한명숙이 <나더러 서울시장에 나가란 말이냐.>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애초에는 서울시장에는 뜻이 없고 그냥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나 하려고 했는데, 검찰이 자꾸 정치현장(?)으로 끌어내고 있으니 이참에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버릴 수도 있다는 의미겠다.
때문에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두고 <한명숙의 기회>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간 한명숙 전 총리는 개혁진영 인사로 분류되었음에도 <이렇다할 정치적 시련>을 경험하지 못했는데, 이참에 검찰이 한명숙 전 총리에게 <시련 선물>을 안겼다는 식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검찰로부터 체포영장을 집행받은 한명숙 전 총리의 상황은 불리한 국면이다. 검찰이 부정할 수 없는 물증을 확보한 상태라면 그렇다. 검찰이 가장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를 사냥하려 든다는 평가가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저것 다 따져보아도, 검찰이 한명숙 전 총리등 친노진영을 건들어주는 것은 친노진영에게는 이익이다. 언론이 친노 진영에 대하여 자주 언급해준다는 점,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검찰의 대응에 구멍이 많기에 그만큼 친노진영이 언론플레이를 할 공간도 많다는 점에서 그렇다.
아마도,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재판의 피크는 내년 4월 경이 될 것이다. 검찰이 다음주에 한명숙 전 총리를 기소할 경우 1심 재판은 빨라야 내년 3월 경에 시작될 것인데, 바로 그 즈음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년이기 때문이다. 친노진영이 노무현 서거 1주년을 기념하는 외에, 한명숙 전 총리등 친노진영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탄압에 저항하는 차원에서 <촛불집회>를 대대적으로 벌일 여지가 생긴다는 얘기다.
만약 내년 4월부터 촛불집회 정국이 개시되면, 한명숙에 대한 재판의 본질은 변경된다. 법원이 설사 1심에서 유죄를 선고하더라도 그것은 <이명박 정권의 정치탄압>으로 치부될 뿐이다. 만약 법원이 무죄를 선고할 경우 한명숙 전 총리는 <시련을 이겨낸 정치인>이라는 영광을 얻을 것이다.
따라서, 검찰이 한명숙 전 총리를 건드린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친노진영에게는 호재 중에 호재다. 이명박 대통령이 친노를 살리고 있다고 봐도 될 정도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친노를 살리기 위해 한명숙 전 총리를 건드린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가장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 한명숙을 조기에 죽이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이명박 대통령의 뜻대로 되지는 않을 듯 싶다. 역대 정권을 보더라도, 정치 검찰을 동원한 공안탄압이 항상 집권자의 소망대로의 성과를 낸 것은 아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의 탄압은 오히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살려준 것과 같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금 친노진영을 살리고 있다. 애초에 친노진영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에는 고사될 팔자였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공연히 건드려서 친노진영이 지금 부활하고 있다. 친노진영에 대하여는 가만히 냅두거나 무관심한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처법이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쓸데없이 친노진영에게 껄떡대서 되려 화근을 키웠다. 그런 맥락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 고수라고 할 수 없다.
만약 친노진영의 유시민 전 의원이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이명박 대통령은 거의 죽음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에 유시민 전 의원은 공중파 방송에 대놓고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이명박 이 개/새/끼, 내가 대통령되면 반드시 복수할 거야, 이 개/새/끼야"
물론, 유시민 전의원의 이 유명한 한 마디는 일단 홧김에 내지른 소리로 들린다. 그러나, 유시민 전 의원의 한맺힌 외침이 허공 속에서 물거품으로 사라질 것으로는 생각지 않는다. 한맺힌 인간의 외침은 그것이 리얼리티를 가진 한 독자적인 생명을 가지게 되어 있다. 저주(詛呪)라는 것이 본시 그런 것이다. 말이 씨가 되기도 한다.
이래저래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후가 기대된다 아니할 수 없다. 3년 뒤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상당히 재밌는 굿을 구경하게 될 지도 모른다. 죽은 노무현이 산 이명박에게 복수하는 장면 말이다.
"이명박 이 개/새/끼, 내가 대통령되면 반드시 복수할 거야, 이 개/새/끼야"라는 이 저주의 말은, 유시민 전 의원이 아닌 다른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대체로 실행하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