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정치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개인이 처한 정치적인 입지나 이해관계 혹은 지역적인 이유 때문에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이래서는 안 되는데'하는 부정적인 요소들이 많았던 것 같다.
용산 참사, 노동자 탄압, 부자감세, 언론악법 날치기, 세종시 용도 전환, 4대강 정비 사업 등 현정부의 권력 남용은 여지껏 쌓아온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원인으로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이 독재였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1년, 양식 있는 학자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많은 종교인들이 부당한 권력행사를 자제하라고 경고했음에도 대통령은 끄덕도 하지 않았다. 아예 들은 척도 안 했다는 편이 옳을 것이다. 그리고 대법관의 임명이나 총리 임명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들은 못 본 채 밀어 붙이는 뚝심(?)을 발휘했다. 그리고 최근 국민과의 대화에서 보여준 대통령의 자세 역시 한마디로 국민을 향한 훈계요 야당과 반대론자들을 협박하는 모습으로 보였을 뿐이다.
일방적으로 자신만의 주장을 강변했던 대통령의 모습은 앞으로 대통령과의 소통에 대한 기대가 연목구어(緣木求魚)임을 확인시켜 준 꼴밖에 아니었다. 국민이 안중에 없고 국민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그런 대통령을 보면서 나는 문득 우이독경(牛耳讀經)과 마이동풍(馬耳東風)을 생각한다. 좋은 말을 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고, 아무리 옳은 길을 안내해도 어긋난 길로 가려는 고집을 보이는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말하는 이의 좌절일 수밖에 없다.
들려주는 경을 알아듣지 못하는 소(牛), 주인이 하는 말의 뜻을 귓전으로 흘리는 말(馬)을 상대하는 것보다 더 절망적일 것이다. 지금 이 나라에는 민의를 담아주는 여당이 없다. 악전고투하는 야당이 있지만 국민에게 힘이 되지도 않는다. 자신들이 만든 법을 사법부의 판단에 의지하는 이상한 국회가 권력에 기생하는 나라. 무지한 검찰, 줏대 없는 법원, 권력과 야합한 언론, 다시 정경유착의 놀이에 빠져 제 몫 챙기기에 바쁜 기업들…. 도대체 보이고 들리는 것들이 희망과는 거리가 먼 것들뿐이다.
일자리를 잃은 가난도 내 탓으로 돌려야 하는 나라,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어딘가의 눈치를 봐야하는 나라.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붙잡고 하소연 할 곳도 없다. 이 땅 어디에 숨어 살 곳이나 있을까 만 그래도 나는 권력으로부터 자유를 꿈꾼다. 정말 사람 노릇하기 어려운 시대가 아닐 수 없다.
하긴 가난한 서민들이 언제 흐뭇하게 웃어본 적이 있었으랴! 그래도 나는 인간적인 대통령, 그래서 대통령이 만만하게 보였던 지난 어느 시절이 좋았다는 생각을 한다. 언론은 대통령의 실수를 조롱할 수 있었고, 그런 언론의 반대를 듣고도 용인해주던 시대가 민주주의 아니었을까? 12월이다. 다가오는 2010년에도 우이독경(牛耳讀經)이요 마이동풍(馬耳東風)의 시대가 계속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크다. 출처 : 대통령이 만만하게 보였던 시절이 그립다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