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이 집권한 후 시사 논평을 하는 분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단연 뉴스 자체를 보는 일입니다. 일상적으로 접하는 소식들이 속된 말로 똥구더기에 담겨졌다 꺼낸 밥알처럼 역겹기 그지 없는데다 사실이 곧 생명인 뉴스에 대해 과연 진짜일까 앞뒤 추론해본다거나 전달 과정에서 편집이 어떻게 이루어졌나 면밀히 살펴보는 검토가 필수가 된 이 시대에 뉴스를 본 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피곤한 업무처럼 느껴집니다.
한 때 인터넷에서 매우 이름을 날렸다가 사라진 시사논평가들을 만나 보면 이명박 집권 이 후 절필한 이유에 대해 한마디로 "깡패 새끼들한테 더 이상 할말이 없다"라고 축약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결같이 뉴스를 보는 피로함에 대해 토로합니다. 이러한 변은 시민광장 회원님들도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2년간 이 게시판에서 (제 관점에서 보면) 참으로 시답잖은 논쟁으로 서로의 소중한 에너지를 가치없이 소모한 것도 어찌 보면 뉴스가 막혀 버린 이 시대의 한 조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5면이 바다인 섬에서 사는 이들이 행동에 대한 기회비용을 생각할 리가 만무하겠지요.
때문에 몇 안되는 시사논평가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예전에 알지 못했던 그 분들의 격렬한? 작업 과정도 새롭게 다가옵니다. 아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서영석 기자와 저는 조금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적지않은 고통스런 시절을 겪으면서도 서 기자는 그 특유의 순수?를 잃지 않더군요.
그는 밥을 먹듯이 글을 써야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글쟁이나 논객이 아닙니다. 산에 오르며 흘리는 땀과 가쁜 호흡을 좋아하는 운동 매니아이자 딸과 일상을 보내기를 원하는 평범한 아버지입니다.
그러한 그가 최근 '유시민 프로젝트'란 기획을 내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마치 유 장관과 서 기자가 사적으로 특별한 친밀 관계 있고 때문에 이러한 기획을 낸 것으로 오해하고 있더군요. 제가 아는 한 두 분은 사적으로 잘 알지 못합니다. 우선 서로 그러할만한 이유가 없지요. 유 장관은 시간이 나면 낚시를 서기자는 등산을, 서로 거의 상극에 가까운 취미 생활을 가진데다 두분 다 사람을 만나 수다로 시간 보내는 것을 즐기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기획을 낸 것은 '유시민' 시대적 명제와 함께 아마 정치논평가로서 서 기자의 능력을 다시 발휘해 보고 싶은 것이라 여겨집니다. 어째든, 그가 작금의 힘든 상황을 어느 정도 툭툭 털어내고 정치논평가로서 글을 재개한 것 자체가 너무나 반갑네요. 멀리서라도 힘찬 응원 보냅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인규 씨, 그리고 말의 타락
(서프라이즈 / 서영석 / 2009-11-24)
솔직히 고백하건대, 워낙 일상사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어서인지 이명박 정권 들어서도 그럭저럭 만수무강을 누리고 있다.
회사 하나 말아먹었다든지, 힘있는 보수신문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했다든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적했던 대로 밥줄이 끊겼다든지 하는 데서 오는 괴로움이야 이 험난한 인생을 살아가는 근본적인 고통에 비하면 양념에 불과하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정권으로부터 참을 수 없는 것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반칙'과 집요하기 짝이 없는 '보복' 이런 종류의 것은 아니다. 그런 것이야 뭐 그러려니 하면서 살아갈 정도로 신경은 질긴 편이다. 하지만, 참을 수 없는 것은 이 대통령을 비롯해 이 정권의 핵심인사들이 보이고 있는 '말의 타락'이다.
이 대통령과 현 정권의 핵심세력들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생각은 '가진 자'에 혜택을 주고, 재벌기업에 '특혜'를 줘서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일 터이다. 유권자들도 그런 사실을 알고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실제 대통령에 당선된 뒤 이 대통령은 그런 정책을 충실하게 해 나가고 있다.
1차 사업비만 4조 원에 달하는 4대강 사업도 10개도 채 안 되는 재벌건설기업들의 잔치로 전락시켰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30% 정도는 혜택을 줬다고 하든가? 그렇다면, 물경 1조 2천억 원을 재벌건설기업들에 베푼 것이다.
반면 없는 자들에게는 '쫀쫀하다'고 할 정도로 가혹하다. 1조 원에 비하면 껌 값에 불과한 몇백억짜
리 서민용 급식비를 전액 삭감한다든지,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 대한 예산에 삭감의 칼을 들이대는 걸 보면 모골이 송연할 지경이다. 자, 그런 줄 뻔히 알면서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이 우리 국민이다. 그러니 그 업보려니 하면서 이 대통령의 임기를 참고 견뎌야만 한다. 물론 그것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정치권에 힘을 실어주든지 말든지 하는 것은 개인 스스로의 선택의 몫일 것이다.
사태가 이런 지경이면 이 대통령이나 현 정권의 핵심세력들은 최소한 자기 입으로는 '서민을 위한다'는 얘기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정권은 정말 얼굴가죽의 두께를 한번 재보고 싶을 정도로 후안무치하게도 '친서민' 운운하는데 재미를 붙이고 있다. 정말 무서운 말의 타락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당시 후보의 언론특보를 했던 김인규 씨(사진)가 이 대통령으로부터 '낙하산 임명장'을 받아들고, KBS에 첫 출근을 하려다가 노조원들에게 저지를 당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나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 KBS를 지키려고 왔다"고 했다고 한다. 정말 말의 타락의 극치를 보는 느낌이다.
KBS 노조원들이 미친 사람들도 아니고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KBS를 지키겠다"는 사람의 출근을 저지할 이유가 있겠는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KBS를 지키겠다는 사람의 입에서 "지금 KBS에는 PD 한 300명 들어내도 문제없다"(미디어오늘 보도)는 '망언'을 할 수 있겠는가. 정말 심각하기 짝이 없는 말에 대한 오염이고 타락행위다.
이명박 정부가 야심 차게 등용한 서울대 총장 출신 정운찬 총리가 국회 답변과정에서 흉악하기 짝이 없는 일본의 생체실험부대 731부대를 '항일독립군 아니냐'고 했다든지, 이명박 정부의 공식 대변인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중국 젊은이들에게 상해 임정을 얘기하면서 일본의 침략전쟁을 '대동아전쟁'이라고 미화했다고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것 등도 이 정권 핵심인사들이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말의 타락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게 틀림없다.
내가 보기에는 이명박 정부 스스로 "재벌을 위한 정부, 가진 자들만을 위한 정부"라고 솔직하게 자인하는 게 오히려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자인이 정치적으로 손해일지는 모르지만, 친서민이란 '희대의 사기극'이 들통날 때 오는 정치적 손실보다는 훨씬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TV방송에서 국민과의 대화를 한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대통령 2년차가 되면 국민이 아니라 꼭 역사와 대화하겠다는 징크스에 시달린다고 한다.
이 대통령도 "인기가 없더라도 세종시는 수정해야 한다. 블라블라"라고 얘기하는 것만 봐도 그 징크스에 이미 접어든 것 같다. 이미 세종시 수정과 관련된 이 정부의 복안은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오로지 노무현 정권의 행정복합중심도시 개념 그 하나를 무너뜨리기 위해 온갖 특혜를 난무시키다 보니, 이미 다른 지역에서는 난리도 이만저만한 난리가 아니라고 한다. 막상 충북도민들은 "그냥 원안대로만 해라"는 반응을 보인다는 얘기도 있다.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에 대해 어떤 얘기를 할지 사실 아무런 관심도 없다. 그러나 바라건대 말의 타락만은 좀 삼갔으면 한다. 이 정권이 보이고 있는 말의 타락은 이미 중증 정도를 넘어서 있기 때문이다.
(cL) 서영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