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세상이 다시 오다 최추봉
한 때
여당의 재정위원장 이시던 지체 높으신 분이
각하의 뜻에 따르지 않는다고 남산으로 끌려가서
몽둥이 찜질을 맞고 나와서 허리를 못쓰다가 돌아가셨습니다.
그 때
국회의원, 신문사 사장과 기자, 말 잘 못 한다고
분실에 끌어다가 거꾸로 매어 달고 콧구멍에
주전자로 물 붓기와 고추 가루 뿌리기를
당하고 나와서는 양처럼 착하게 따르면서
눈치 빠른 개처럼 살다 간 이도 많습니다.
또 한
나의 육사동기생이 바른 말을 잘 한다고
미움을 먹더니 어느 날 야당에 들어가서
극열 반 정권, 반 박정희 발언 만 하다가
어데런가 끌려가서 무지막지한 매를 맞고
평생 지팡이를 놓지 못 하고 살다가 돌아갔습니다.
그러다가
젊은 학생들이 들고 일어나서 민주화가 되고
지난 10년은 나라님에게 대 들어도 되는 세상,
검사스럽게 욕 해도 잡혀가지 않는 세상인데도
병영생활의 개선과 평화군인회를 지향하는
복수 재향군인 모임을 한다고 동기생회 에서
제명당한 예비역 장성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분을 지지한 나를 징계처분 한다고 떠들어서
명예롭지 못 한 징계처분을 피하기 위하여
자진하여 동기생회를 탈퇴해야 하는
참 이상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동창회는 동창회 일 뿐
다양한 사고를 지닌 사람 들이 섞여 있는 곳이니
남의 사고와 인식을 존중하는 동창 모임이어야 할 터에
눈을 붉히고 동창을 저주하며 내치는
참 이상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통일얘기 만 해도, ‘좌빨’이요
북한의 동생을 만나고 와도 ‘친북’이요
촛불 만 들어도, 분향소에 만 가도 ‘빨갱이’요
이제는 정부비판의 글을 쓰거나 인터넷에 올려도
이념의 몽둥이를 휙휙 휘 두르는 군부독재의 망령 같은
참 이상한 세상이 10년 만에 다시 되돌아 오는 듯 합니다.
그러나
착하디 착하고 선한 우리 민초들은 나라 일이라
그렇고 그런 거지 하면서 풀이 죽어 세월을 한탄하며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을 봉 한 채 시민광장을 돌아갑니다.
착하디 착한 우리 민초들은 오늘도 어제처럼
지나간 10년의 꿈만 같던 시절을 그려보면서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을 봉 한 채, 인왕산을 바라 보면서
“참 이상한 세상이 다시 왔구나” 라는 말도 못 한 채
광화문 네거리를 훔쳐 보며 맴 돌다 사라져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