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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여섯의 참교사, 당신을 어찌 잊겠어요.
njbora | 2009-09-12 09:31:46 | 조회 1027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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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여섯의 참교사, 당신을 어찌 잊겠어요
위암으로 떠나간 고 서현수 선생님의 영전에 바칩니다
09.09.09 14:11 ㅣ최종 업데이트 09.09.09 14:11 노용래 (nyongrae)
고교 교사이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였던 소하고 서현수 선생님이 4일 위암으로 36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서현수 선생님은 2000년 3월 교사생활을 시작해 10년 남짓 경기도 광명시 일대에서 참교육 실현을 위해 힘썼습니다. 동료교사였던 노용래 선생님의 추모글을 소개합니다. 고 서현수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편집자말>
  
▲ 고 서현수 선생님의 일기 신참교사 시절부터 고 서현수 선생님이 써왔던 일기글이 그의 죽음 후에 공개됐다.
ⓒ 전교조경기지부
서현수

지난 4일 저는 소중한 한 사람을 떠나보냈습니다. 아직 함께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는데, 사람살이의 인정도 미처 다 나누지 못했는데 하루아침에 눈물로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삶과 제자들에 대한 열정을 다 사르지 못하고 서른여섯 해 짧은 삶을 살다간 고 서현수 선생님. 제 교직 생활의 든든한 동지이자 벗이었던 그를 이렇게 빨리, 위암으로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이 너무도 미안하고 견디기 힘듭니다.

 

신참교사 시절, 저는 당신을 질투했고 부러워했습니다

 

  
▲ 서현수 선생님 생전 밝고 건강했던 고인의 모습
ⓒ 노용래
서현수

준비 없이 교단에 선 저는 원칙 없이 학생들을 대하다 보니 학급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겉으론 태연한 척 했지만 당황했고 갈수록 문제는 꼬여 어찌할 줄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신규교사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침착했지요. 제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있으면 웃으며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해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사람을 저는 질투했고 때로는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당신은 체벌을 반대했습니다. 인격의 주체로서 학생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런 당신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현실을 모르는 순진한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끝내 그렇게 하면서 아이들을 잡아주었습니다. 시간이 필요했지만 인내하고 결과를 확신하며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때론 친구 같고 가족 같은 선생님의 모습을 아이들은 좋아했습니다. 그런 당신이 부러웠습니다.   

 

한번은 저에게 어려운 부탁이라며 갑자기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주유소에 가자고 했습니다. 웬일인가 싶은 마음을 안고 도착한 주유소에서 그가 오랜 시간 집을 나와 학교에 나오지 않던 녀석을 붙잡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다급한 저였다면 다짜고짜 녀석을 끌고 학교로 왔을 겁니다. 그런데 당신은 한참을 이야기하더니 그냥 가자고 하는 것입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녀석에게도 판단하고 결정할 시간이 있어야 할 것 같다며 고맙다고 했지요. 결국 학교로 돌아온 녀석이 졸업하는 모습까지 지켜보며 흐뭇해하던 당신의 표정이 기억납니다.

 

늘 사색하고 책을 가까이한 당신은 그렇지 못한 저에게 좋은 자극제였습니다. 글을 쓰고 편집하고 소식지를 만들어 사람 사는 모습을 공유하고 나누는 것을 좋아했었지요. 소식지를 만들기 위해 기획을 하고 글을 부탁하는 모습도, 만들어진 분회소식지에 뿌듯해하며 교무실을 돌아다녔던 기억도, 모두 사람을 좋아하고 혼자가 아닌 더불어 하고자 했던 사람으로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참교육 고민하며 함께 기울였던 술잔이 당신에게 독이었다니

 

  
▲ 서현수 선생님 학급 아이들과 단합대회 중 삽겹살을 굽고 있는 모습
ⓒ 노용래
서현수

당신은 부족했던 저에게 늘 큰 힘이 되었습니다.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전교조 광명지회 일을 하게 되었을 때 제일 먼저 당신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몇 안 되는 사람들이 함께 하며 어려운 조건에서 정말 열심히 했었지요. 일주일에 한 번씩 저녁시간을 함께하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회의했습니다.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유머를 통해 즐거움을 선사한 것도 당신의 몫이었습니다. 유명인들의 성대모사를 권혁이 선생님과 주고받기도 하면서 힘들었지만 즐거운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주저 없이 함께 했던 시간들이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어렵고 힘든 일을 당한 동료들을 찾아가 위로하고 함께 하고자 했던 당신, 교육 관료들의 부정에는 추상 같이 질타하고, 거리에서 마이크를 잡고 지역의 고교평준화를 위해 노력했던 당신, 일제고사를 반대하며 학교 앞 1인 시위 등 궂은일을 마다않던 당신이 향한 곳은 언제나 학교와 아이들이었습니다. 10년을 그렇게 살며 함께 기울였던 술잔이 당신에게 독이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픕니다. 죄스러움이 사무쳐 못 견디겠습니다.

 

생태와 환경에 관심을 두고 처음으로 자연과 역사기행을 사업으로 구상하고 진행한 사람도 당신이었습니다. 광명지역의 알려져 있지 않은 자연의 곳곳을 선생님들과 다니며 이름 모를 나무와 풀을 통해 겸손함과 소중함을 사람들에게 알리려 노력했었지요. 수없이 많았던 행사장에 누구보다 일찍 나와 행사를 준비하면서 사람들을 다독거렸고 언제나 환한 미소로 사람을 대했던 당신에게서 어두운 암세포의 그림자를 발견할 수는 없었습니다.

 

살아서 못했던 말로 당신을 보냅니다

 

  
▲ 서현수 선생님 묘지 "선생님 사랑합니다. 가르침 잊지 않겠습니다." 고 서현수 선생님의 묘지에 놓인 제자들의 마음.
ⓒ 노용래
서현수

학교를 옮겼어도 당신의 성실함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교사들의 토론을 주도하고 이를 학교운영에 반영코자 노력했습니다. 남들이 마다하는 학교운영위원도 늘 당신의 몫이었습니다. 왜 그랬습니까? 그렇게 안 해도, 그토록 마음 쓰지 않아도 누군가 대신했을 것을.

 

그렇게 마음을 쓰고 힘들어했다는 걸 영결식장에서 공개된 일기장을 보고야 알았습니다. 힘들면 힘들다고 어려우면 어렵다고 왜 이야기 하지 않았나요. 처음으로 당신을 원망해 봅니다.

 

작은 것에 감사하고 소박했던 당신, 늘 부족함을 자신에게서 찾았던 당신. 조금 더 몸을 추스른 후 수술 받으면 괜찮다고 거짓말을 하고 죽기 전까지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있다가 '선생님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유언으로 남긴 당신. 이제 당신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슬프고 힘듭니다. 한없이 괴롭고 외롭습니다.

 

더 이상 눈물을 흘려봐야 소용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살아있는 사람의 몫임을 깨닫고 당신께서 몸소 실천하며 향했던 곳으로 의연하게 가겠습니다. 더 많은 이들이 당신의 뜻과 삶을 돌아보며 살아갈 수 있도록 작은 힘을 보태겠습니다.

 

살아서 못했던 말로 당신을 보냅니다.

 

서현수 선생님, 미안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 서현수 선생님 장례식 지난 5일 치러진 고 서현수 선생님 추모식. 많은 제자들과 동료 교사들이 고인의 생전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 노용래
서현수

덧붙이는 글 | 서현수 선생님 추모카페 cafe.daum.net/hyunsusarang

 

 

  
▲ 김상곤 교육감 당선 당시 축하 펼침막을 함께 든 서현수 선생님(왼쪽 끝)
ⓒ 노용래

 

p.s. 오마이TV 둘러보다 보게 된 기사인데 참 눈물짓게 하네요.

      하늘은 왜 아까운 사람을 먼저 데려가시는지... 남은 사람들에게 할일을 주시는 듯...

      우리지역도 오늘 경기광장 경기교육청 방문에 가기로 결정되어 있어

      미안함 조금 더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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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jbora  

참스승 서현수 선생님의 일기


첫 출근 날이다.
사람 일이란 알 수가 없는 것이나
내 교직 생활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짧든 길든 오늘이 처음이다.
첫 걸음은 두려움과 설레임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동반한다면
나는 두려움이 크다.
나는 50여명을 담아낼 그릇이 되어 있는가?
백번을 물어봐도 대답은 아니오다.
그렇다면 주저앉는가? 순응하는가? 타협하는가?
아니다.
내 그릇 넓혀가는 내 아이들과 함께 계속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내 스승이며 친구이다.
아이들 속에 꿈이 있으니 아이들을 위해 살아라.
그래
‘첫 마음을 잃지 말자. 그리고 우리 성공하자.’

2000. 3. 2 첫 출근 날에


지나치게 큰 얘기보다는 작은 얘기.
매일매일 순간순간의 작은 용기.
아주 작은 일에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깡다구.

2002. 8. 7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한 사람에게
먼저 필요한 것은
자기반성을 통한 겸양과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다.
밖에서 찾지 말자.
계절은 얼마나 아름답고, 세월은 또 얼마나 무정하더냐.

2002. 10. 9 잠 많은 자신이 미워질 때


참 가르침은 참 일이다.
그러므로 나는 가르치는 일이
곧 노동이 되는 선생이자 노동자이다.
우리는 가르치는 것이 곧 일이 되는 숙명을 받았다.
그 두 가지 숙명을 받아들이는 일이
참 선생이요, 참 노동자의 출발일 것이다.

9. 18 아침에


이상도, 참 삶도 속절없어지는 때 이른 아침이다.
돌이켜 보면 지나온 날들은 얼마나 부끄러운가 ---

2005. 1. 19


인생이란 얻는 것과 잃는 것 외의 아무 것도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얻는 것을 좋아하고 잃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나 잃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잃지 않으면 얻을 수도 없는 법이다.
우리들은 다만 득실을 따지는 기분에
스스로가 좌우되지 않도록 할 따름이다.

2006. 9. 10 새벽에


밤 열시도 넘었는데
어머니 거실에서 빨래를 너신다.
삶이란 순간순간, 부분부분,
엄정하여 도망갈 수 없는 것.

11. 15


울 아버지 집에 오신다.
쾌유해서 아주 좋은 몸으로 돌아오시는 게 아니라 착잡하지만
그래도 나름 잘 버티고, 내 집으로 오시는 당신이 고맙다.
초인적인 병간호로 많이 지친 어머니에게도 쉼이 됐으면 한다.
제발 입맛 돋구어 곡기를 많이 드시길.
삶에 대한 의지가 더 일어 여러 고통을 이겨내시길.
어머니 건강도 좋아지시길.
어버이날에 집에 오게 된 걸 감사드린다.
고마운 일이다.

5. 8 아침에


세상은 두 가지 였다.
검고 누런 것과 아닌 것.
기름과 기름이 아닌 것.
초코렛 같은 기름 덩이를 퍼담으며
연실 ‘이 일을 어쩌나’ ‘ 이 죄를 어찌 갚나’ 되뇌었다.
몇 사람의 실수, 몇 기업의 잘못을 넘어
석유문명을 누리고 사는 우리 모두는
이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의 업보와 죄를 대신 겪으며
검은 눈물을 흘리는 태안 앞바다에
모두 가야 한다.

12. 16 태안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내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순간에 당당할 수 있는 겸손한 초연함.
그것이 내게로 왔으면.

1. 18 새벽에


지회장으로, 학교 선생 또는 행정업무원으로 한 주를 보냈다.
3학년 녀석들 상태는 걱정했던 것보다 나아보였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 것을 다시 주문하고,
아직 뭐가 뭔지 모를 업무는 9년의 짬밥으로 작은 어려움 정도는
헤쳐나가면 되지 않을 싶다.
그렇다고 큰 어려움이 오진 않겠지.
문제는 역시 지회장이다.
지부 집행위에서는 한 지회를 대표할 만한 묵직하지만 간결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상집회의에서는 집행부를 아우르고 포용하는 넉넉함이 없었다.
유약하고 게으른 성정을 순간순간 기억하고,
백척간두를 대면하듯 살얼음을 걷듯 나를 돌아보며 걷자.
허나 지나간 것에 길게 낙담하지 말고
쉽게 툭 터는 통 큰 뻔뻔함도 잊지 말자.

3. 8 일요일에


‘꽃도 피고 봄도 오는데, 어떠세요’
‘ ---- ’
비정규직 노동자는 대답 없이 엷게 웃는다.
세상엔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은 사람이 너무 많다.

4. 6


나는 전교조 교사들을 신뢰한다.
그 신뢰가 가없는 것은 그 만큼 이 사회의 희망 찾기에서
전교조 교사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이 사회에 공화국 교육을 관철시키는 것은,
그것을 위해 투쟁하는 것은,
아이들을 억압에서 해방시키기 위해서도,
교사 자신의 건강한 자아실현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유족하진 않더라도 교사는 생존이 담보되고 있다.
교사 한 사람 한 사람이 진정한 자아실현을 통해
자유인, 해방자가 될 때,
그 만큼 이 사회의 진보는 담보될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도 붕괴되어가는 교실에서
몇 번씩 자신의 처지와 자신의 얼굴을 돌아볼 교사에게
그람시의 말을 전하면서
나의 간절한 심정이 담긴 글을 마친다.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

2007. 1. 24 밤에


사람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일,
그것을 하라.

5. 12 아침에


p.s. 영상이 안 나오는 것 같아서 글로 검색했습니다.
09-09-12

김성현  

광명에서 함께 학교운영위원으로, 시민연대 일원으로 일하며 느낀 서현수 선생님은 차분하고 따뜻한 분이었습니다. 불과 서너달만에 갑자기 그를 잃게된 것이 황망하고 슬프기만 합니다. 그가 꿈꾼 교육에의 꿈을 위해 남은 이들의 할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고마운 분이었는데...
09-09-12

殺魚리랏다  

너무 가슴이 아프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09-09-14

시민광장 일정표 시민광장
41471 ... 깜냥 09-09-12 0 0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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