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라, 그리하면 이기리니
임종철
그날
잡다한 조각들이
우르르르
모였다
아득하게
흩어졌다
그 신새벽
부엉이바위
당신의 겟세마네
이 잔을 꼭?
아무렴 꼭!
당신의 결단
거꾸로 가는 시간을
앞으로 가라
뒤집었다
당신에게서 배운다
가장 간단한 진리
그러나 어려운 진실
버려라!
그리하면
이기리니.
바보
김윤현
세상이 당신을 바보라 했다
바보는 앞장서다가 손가락질 받는다
바보는 속이지 않다가 손해를 본다
바보는 속이 다 보이도록 투명하다
바보는 정직한 길을 걷다가 상처 입는다
바보는 양심의 편에 서다가 욕을 먹는다
바보는 비주류에 서서 세상을 걱정한다
비주류는 남이 보지 못하는 역사다
비주류는 남이 가기 싫어하는 정도다
비주류는 그늘진 곳을 걸어가는 양심이다
비주류는 어두운 곳을 찾아가는 등불이다
비주류는 서서 주류를 일깨우려던, 이미 나있는 길을 걸어 편안
해지기보다 새길을 열다가 화를 자초한 실없이 번지르르하게 앞
세우는 말보다 솔직하고 투박하게 말하다 욕먹는 소외된 자들을
위하여 끝없이 몸을 낮추었던 새벽 눈발처럼 우리 곁으로 다가섰
다가 끝내 먼저 간 가서는 되돌아와 수많은 사람의 마음에 다시
살아난 바보라는 소리가 제일 듣기 좋다는
세상은 당신을 바보라 했다.
태양같이 맑은 기운으로
임효림
정의는 죽고
우박처럼 쏟아지는 반칙과 음모 속으로
우산도 없이 길을 나선
참 바보 같은 사람이 있었다
감히 겁도 없이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스스로
가시밭길 자갈길로만 간 사람
자기를 지켜 주지도 못하는 서민을
구십 도로 허리 숙여 섬기며
우리 역사의 어두운 구석에
불을 밝히고
스스로 몸을 던진 바보 같은 사람
이제 막 세상일에 눈을 뜬
젊은 청년들아
우리가 너희에게 자랑할 것은
바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일이니
너희는 잘 보고 잘 들어 두어라
그리하여 우리의 자랑인 바보 대통령에게
누가 돌을 던지고
누가 발길질을 하고
누가 그의 가슴에 못을 박았는지를...
부디 잘 기억해 두었다가
너희는 너희의 미래와
더 먼훗날 너희의 자손들까지를 위해
이 일을 잘 전하여 다오
그리하여
아침에 솟아나는 태양같이 맑은 기운으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이어라.
-대한민국 제 16대 대통령 노무현 추모시집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