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에서 저쪽 후보가 박근혜가 될 것을 전제로 생각해 봅니다.
호남이 영남 유권자의 반 밖에 안 된다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어느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영남표를 일정 비율 이상 가져오지 않으면 반드시 질 수 밖에 없습니다.
노짱이 경남 출신이라는 것이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은 다들 인정하실 겁니다. 한나라당에 넘어갈 영남표를 가져 온다는 것은 정확히 획득한 표의 2배의 효과를 갖습니다.
박근혜는 아마 대구경북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을 것입니다. 우리 쪽에서 누가 나오더라도 대구경북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표를 가져오지 않는 한 대선에서 필패입니다. 그쪽의 인구가 많기 때문입니다.
박근혜의 대구경북 표를 빼앗아 올 사람은 우리 쪽에서는 딱 한 사람 밖에 없습니다. 유시민 뿐입니다. 유시민은 대구경북의 적자입니다. 경주 출신에 대구 심인고를 나왔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수성갑에서 얻은 득표율이 30%를 넘었습니다. 대선에 출마한다면 대구경북에서 그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DJ를 자신의 첫 대통령이라고 한 유시민의 글은 의미심장합니다. 노무현은 김대중의 계승자이고 유시민은 노무현 가문의 적장자입니다. 결국 유시민은 DJ의 유산을 상속받은 셈입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이 등장하여 호남과 영남, 특히 부산경남 지역의 통합을 어느 정도 이루어 냈습니다. 차기 대선에서는 난공불락의 고담 대구와 경북의 통합까지 이루어 내야 합니다. 호남의 김대중, 부산경남의 노무현을 이어서 대구경북의 유시민이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김대중과 노무현을 찍었던 사람들의 지지와 대구경북에서 유시민 스스로 얻을 수 있는 30% 이상의 표를 합해 필승의 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호남과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을 아울러 지역통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객관적인 조건을 갖춘 이가 바로 유시민인 것입니다. 지역통합이 우리 정치사의 제1의 과제라면 유시민이 대통령 후보가 되어야 하는 것은 역사의 필연입니다.
또 하나 상징적인 것이 있습니다.
유시민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입니다. 지금 서울대 경제학과는 사회과학대학 소속입니다만, 원래 경제학과는 서울상대 소속이었습니다. 동숭동 시절 서울상대는 경제학과와 경영학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지금도 경제학과 출신들은 사회대 동창회 보다는 서울상대 동창회를 선호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은 서울상대 출신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습니다.
엊그제 김대중 대통령님을 회고하는 방송에서 나는 목포상고 출신이고 노무현 대통령은 부산상고 출신이라서 더욱 동질감을 느낀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시는 걸 보았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고등학교를 갈 당시의 목포상고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상업고등학교의 수준과는 많이 다릅니다. 나름 그 지역의 수재들이 가는 곳이었고 그 당시는 대학에 간다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지방에서 대학을 가는 것은 대단히 드문 일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의 부산상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제시대 보다는 그 격이 떨어졌을 것이지만 나름 수재들이 가는 곳이었습니다.
지금도 금융계나 재계에서는 각 지방의 상고출신이 은행장이나 핵심 경영진을 맡고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은행에서 40대 후반 이상의 경우에는 상고출신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목포상고 출신 김대중, 부산상고 출신의 노무현, 서울상대 출신의 유시민.
왠지 그림이 좋아 보이지 않습니까?
저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만 호남의 목포상고 출신 김대중과 부산경남의 부산상고 출신의 노무현을 계승하여 경북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상대를 나온 유시민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야말로 우리 정치의 지상목표인 지역통합을 이루기 위한 역사적 필연으로 보입니다.
유시민은 지난 대선 후보 경선에서 활주로가 짧아서 졌다고 표현했습니다만, 저는 유시민을 최고의 기량을 갖춘 전투조종사로 비유합니다. 유시민은 여론조사에서 17% 정도의 대선 후보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김대중과 노무현을 계승하여 지역통합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박근혜의 대구경북표를 잠식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이라는 최고 수준의 학벌을 갖추고 있습니다(일반 유권자들에게는 상당히 어필하는 사항입니다). 보건복지부장관을 역임했고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습니다. 재선의원입니다. 대통령 후보로서의 객관적인 조건은 이만하면 충분합니다.
이제 유시민에게 필요한 것 중 하나는 길고 튼튼한 활주로입니다. 유시민이 말하는 활주로는 바로 "표"를 얻을 수 있는 조직,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입니다. 이 길고 튼튼한 활주로가 있어야 "양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시민광장은 바로 이 길고 튼튼한 활주로를 건설하는 역할의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지금까지의 시민광장에는 "염력"만 넘쳐 났습니다. 염력만으로는 비행기를 띄울 수 없다는 것이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서 증명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양력을 만들어 내는 조직을 만들 수 있을까, 앞으로 시민광장은 이것만을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하나 필요한 것은 최신예 전투기를 장만하는 일입니다. 이것은 아마 유시민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일 것입니다. 시민광장은 다만 비행기를 띄울 양력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길고 튼튼한 활주로를 닦으면서 유시민이 최신예 전투기를 몰고 활주로로 들어설 날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차고 넘쳤던 염력은 좀 가라앉히고 조용히, 한 걸음씩 뚜벅뚜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