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님을 사랑하는 강릉 사람들이 28일 저녁에 함께 합동제사를 지내면서
시인이신 전남진님 께서 이틀만에 만들은 추도사를 본인을 대신하여 제가 올립니다.
당신을 떠나보내며
전 남 진
당신이 떠나고 난 아직도 숨을 쉬고 말을 하고 밥도 먹습니다.
당신이 계시지 않는 하루가 또 이렇게 가고 있습니다.
그 사이, 해가 뜨고 바람이 불고 비가 왔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그대로인 듯합니다.
나는 아직도 당신이 계시지 않다는 것을 믿을 수 없습니다.
마치 꿈을 꾸는 듯 당신이 떠나신 것이 아직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제 여기 계시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당신만 계시지 않습니다.
사람을 사랑하셨던 사람
사람을 좋아하셨던 사람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그런 세상을 그리워하셨던 사람
그 사람 이제 이 세상에 없습니다.
당신이 떠나신 그 날 나는 태어나 가장 슬픈 태극기를 달았습니다.
그리고 남쪽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남쪽으로
당신이 계신 그 곳으로 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푸른 하늘 밝은 빛에 눈이 부시어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당신의 얼굴만
환하고 예쁘게 주름진 얼굴만 보였습니다.
슬픈 태극기를 달며 나는 나를 질책했습니다.
당신께서 저 사악한 무리들에게 잔인하게 난도질 당하실 때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당신께서 충분히 견디실 것이라고 믿는 것뿐이었습니다.
절대 저런 사악한 자들에게 당할 분이 아니라고 믿는 것뿐이었습니다.
어리석었습니다. 정말 어리석었습니다.
나는 이제 이 어리석은 마음을 평생 자책하며 살아야 합니다.
어느 가난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 소년은 마을 뒷산에 올라 커다란 꿈을 꾸었습니다.
그러나 소년은 꿈을 키운 바로 그 자리에서 꽃처럼 떨어졌습니다.
꽃처럼 흩날리던 그 짧은 시간 동안
그 소년은 무엇을 보았을까요?
어린 시절, 그 바위에서 꿈을 키우던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까요?
자신을 죽음으로 내 본 비정한 세상을 보았을까요?
사랑하는 가족들의 얼굴을 보았을까요?
소년의 꿈을 믿고 의지하고 희망을 함께 한 사람들을 보였을까요?
나는 바랍니다.
당신께서 마지막으로 본 것이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 못난 사람과 잘난 사람
동과 서, 남과 북에 사는 사람들 모두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
당신이 평생을 꿈꾸신 그런 세상이기를.
그리고 나는 또 바랍니다.
못다 이룬 꿈을 남겨놓고 떠나신 이 세상이 걱정스럽지 않으셨기를.
죽음보다 더 두려운 절망을 보시지 않으셨기를.
당신이 몸을 던진 이 땅은 이제
커다란 희망의 씨앗을 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살아남았습니다.
이렇게 살아남은 우리는 당신이 떠난 세상에서 당신의 꿈을 다시 시작합니다.
당신을 추억하는 것이 아직은 고통스럽지만
이제 곧 아름다운 꿈으로 바뀔 것입니다.
당신을 추억하는 힘으로 우리는 당신께서 그토록 그리워하신
사람 사는 세상, 그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꿈을 꿀 것입니다.
그 아름다운 나라에서 당신은 영원히 우리의 대통령입니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대통령인 나라.
당신과 우리의 나라.
당신의 공화국에서 행복했습니다. 정말 행복했습니다.
2009년 5월 28일.
당신께서 떠나신지 엿새가 되는 날에 강릉에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당신을 영원히 떠나보내며 이 글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