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에 대한 상식적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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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 나오기 전에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한다는 것이 좀 성급하다 할 수 있으나, 유시민의 인터뷰에서 명백히 표시된 내용에 대해 짚어보는 것은 비판을 위한 비판도 아니고, 순전히 개인적인 추론에 의해 근거없이 비난하는 행위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논의를 짧게 하기 위해 편의상 인터뷰 기사를 그대로 옮겨 놓고 시작한다.
1. 우리 나라의 헌법은 세계의 어느 국가의 헌법과 겨뤄도 뒤지지 않아요.
이 헌법은 제헌헌법이 아니라 현재 헌법일 것이다. 유시민이 참조한 것이 통털어 9차 개헌에 이른 모든 헌법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방대한 내용으로 마치 헌법 해석서와 같아질 수 있으므로, 일단 원전으로는 현행 헌법 하나를 두고 풀어나갔으리라 짐작한다. 어쨌든 이렇게 전제하고 논의를 전개한다.
우선 이런 식의 말은 헌법을 처음 접하는 분들이 주로 사용하는 어법이다. 필자가 지금껏 배운 헌법이 중학교 때부터이니 유신헌법(7차), 5공헌법(8차), 현행 헌법 세개인데, 약간 우스개 소리로 모든 헌법이 피상적으로 보면 정말 좋은 말은 다 갖다 붙였다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헌법에 대해 이해가 깊어지고, 여기에 헌법관이나 법철학적 지식을 익히게 되면 참으로 가소로운 내용들이 교묘하게 위장되어 끼워넣기 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노파심에서 말하는 것이나 법률 전문가가 아닌 유시민이 볼 때엔 개별 헌법 조항이 가지는 의미등을 포괄적으로 분석해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비전문가의 시각에서, 특히 유시민과 같이 인접 분야의 지식을 두루 편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특별히 훌륭한 헌법 해설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진 못한다. 그것이 수험서로서 사용되는 것이 아닌 한 말이다.
예컨대, 현행 헌법이 가지는 맹점이 행복추구권과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규정인데, 이는 규범화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며, 모든 기본권의 이념에 해당하는 성격을 갖고 있는 기본권이라 할 수 있어서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학설과 헌재는 일단 다른 개별 기본권을 먼저 적용하고 그것으로 안되면 행복추구권을 적용한다는 보충적 보장설을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이런 식의 딱딱한 표현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예시로 든 것이며, 이후에는 필자도 가급적 쉽게 이해되는 상식적인 용어로만 적어볼까 한다.)
인간의 존엄성 규정은 더욱 그러하다. 조문상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로 되어 있으니 "뭐 이따위 기본권이 다 있나, 그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권'이라 불러야 하는 거 아니야?"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드는 지극히 규범 같지 않은 내용이기에 학계의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참 우리 기본권 체계의 대표적 이단아가 소위 인간의 존엄과 가치인 것이다. 그리하여 편법으로 '인간의 존엄성', '인간의 존엄과 가치', 혹은 '인격권'으롤 부르고들 있다. 이것이 행복추구권과의 관계를 논할 땐 또 복잡하고 해결 불가능한 문제를 야기한다. 둘다 모든 기본권의 목적이자 이념 규정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왕이 둘이니 때로는 어느 하나가 양보하여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무튼 문제는 이 두개의 애매한 기본권은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으냐 하고 아이들에게 물어보는 것과 같이 선택하기 곤란하여 주먹구구식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존엄권 규정의 유래는 상당히 길다.
계몽사상가 J. Locke의 영향으로 1776년 버지니아 권리장전에 최초로 규정되고, 세계인권선언, 유럽인권선언, 국제인권규약에서도 규정하고 있고, 우리는 5차 개헌 때 도입하여 현재까지 쭈욱 부동의 기본권 이념 조항이자 최상위 기본권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본권이 5.16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에 의해 도입된 것이라는 점이다. 비교법적으로 헌법의 장단점을 말할 때엔 박정희니, 쿠데타니, 나아가 헌법 현실이 어떻게 전개되었느니 하는 관점은 일단 배제된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렇다면 5차 개정헌법을 참으로 대단한 헌법으로 칭찬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또한 행복추구권은 8차 5공 헌법때 도입되었으니 이 헌법도 세계 헌법과 겨우어 뒤지지 않는다고 칭찬할 수 있게 된다. 비록 전두환의 광주 학살 이후 개정한 헌법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아무튼 유시민은 행복추구권을 엄청 좋아한다. 대학생의 촛불 시위와 관련하여 유시민이 소극적인 입장을 피력하면서, 바로 행복추구권으로 직행하였다는 점은 우리 헌법의 체계에서 그것이 일종의 도피조항으로 손쉽게 운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할 수 있다.
자~ 이상에서 논의하고자 하는 기본 자료 두 개 논점을 제시하고 기본적인 단서를 풀어 보았다. 내친 김에 조금 더 나아가 현행 헌법의 다른 문제는 없는가를 보자. 대통령 중심제 헌법하에서 대통령의 단임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는 지난 2006년 중반부터 2007년 초반까지 내내 뜨거운 이슈가 되었기에 유시민이 우리 헌법의 우수성을 강조하는데 이 조항을 동원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다. 헌법에 대한 상식적인 이야기가 그 책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정도로 하겠다.
그러나 민주주의 2.0, 시민주권론, 기타 사회투자론이 가지는 장점을 줄곧 주장해 온 유시민이 현 정부들어 민주주의의 기본을 무시하고 20년 헌법 상황으로 몰고 가는 점과 사회적 기본권에 대한 정부 투자가 소홀한 점에 대해서는 어찌 생각할까. 골치 아프니 헌법 현실을 무시하고 무조건 헌법전만을 자료로 하여 경제학도로서, 저술가로서, 방송인으로서, 한때 민주투사로서, 사회복지학 전문가로서, 세계사에 대한 전문가로서 기타 등등 이전의 경험을 십분 활용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급급하진 않을까. 더욱이 그렇게 하여 자연스럽게 현 정부에 대한 메스대기를 회피하려 하는 것은 아닐까. 쓸데 없는 기우일 수 있으나 최근 부쩍 그 지지자들 중에 자유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는 분위기와 오버랩 되면서 유시민에 대한 불신이 점점 자라고 있음을 느낀다. 자유! 자유! 자유당을 만들자는 골 때리는 분도 있다.
아~ 자유!! 하니까 갑자기 자유당 시절의 이승만이 생각난다. 유시민과 이승만이 조화될 수 있는 이름일까? 더구나 존경받는 부자라면 계층과 상관없이 선호하는 그리하여 중산층 쁘디 부르주아를 주된 공략대상으로 삼잔다. 참내~부자를 잡으려면 확실한 서민을 잡아야 한다는 어느 논객의 글을 읽고 공감한 적이 생각난다. 이것도 저것도 다 취하면서 정치는 왜 하려 하나? 더구나 정당을 만들면서까지 말이다. 그것이 유시민의, 유시민에 의한, 유시민을 위한 자유당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그렇게 훈수했는데도 아직도 좌충우돌하는 자유분방한 논객 때문에 요즘 좀 가슴이 뛴다. 정치는 다 잡으려 하면 다 놓치거나 다 잡더라도 필연코 독재로 돌아설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 아닐까? 뭇솔리니는 공산당도, 노동자도, 재벌도 모두 좋아할 만한 말을 장소에 따라 달리 하고 다녀서 성공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그로 인해 전체주의 국가로 전락하고 처참히 패망하고 말았다. 아~이것은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풀려나간 결과이다. 유시민이 뭇솔리니가 될 것이라는 말을 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니 너그럽게 이해 바란다. 이 분야에 대해 한마디만 첨가한다. 이승만과 신익희, 조봉암이 겨눌 때이다. 자유당, 신민당, 진보당이 일전불사로 나가다가 신익희가 급사하였다. 하여 진보당 조봉암이 500만 표 이상을 획득하게 된다. 이에 불안을 느낀 이승만은 간첩죄로 엮어 조봉암을 처형해 버린다. 그때 마지막 형장에서 그는 패자 유구무언이라고 했던가 아무튼 공산주의에서 자유주의로 귀향한 조봉암은 당당한 의인이었다. 물론 이때의 자유주의라는 것은 요즘말로 민주주의라는 의미로 말한 것이다. 아무튼 그것이 1955년 무렵이니 그보다 54년이나 지난 아직도 진보에 대한 두려움이 엄청 강하다. 그것은 모르는 말이다. 국민이 선택하는 것을 일시적 판단력으로 자유하면 국민이 좋아할 줄 알고 그것을 강조한다. 그와 섞인 금과옥조의 말들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진정으로 우려되는 것은 정말 자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존경받는 부자를 우대하는 당은 한나라당이 제격이다. 민주당도 못지 않다. 유시민이 만든 자유당은 그야말로 사이비 자유당이라 할 것이다. 왜 이리 견강부회, 아전인수가 극을 이룬다는 말인가. 지적능력의 남용이자 횡포가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자중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본의 아니게 사족으로 인해 샛길로 새 버렸다. 눈 버린 분들에게는 정중히 사과드린다.
과연 헌법 현실을 무시하고 제대로 헌법을 풀어 이야기할 수 있을까? 법학에서도 헌법 현실을 주요 테마로 취급하고 있다. 규범과 현실의 갭을 메꾸는 것은 헌법의 위상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규범적 헌법, 명목적 헌법, 장식적 헌법의 단계로 구분하는데 헌법 현실을 빼놓고 말하면 이것은 놓치게 된다. 그런 해설서는 반쪽의 기능밖에 못한다. 과거 20세기 초 옐리네크, 켈젠 등의 법실증주의자들은 이렇게 헌법을 해석하기 급급하였고, 권력자의 도구로 헌법을 제공한 셈이 되었으니 바로 그들이 헌법의 조문에 충실하였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유시민은 그런 이야기도 포함시켰을까? 아니면 우리 제헌헌법 이후 사회적 기본권도 도입하였으니 현 정권이 그것을 사실상 사문화하는 쪽으로 운영한다손치더라도 그것과 헌법 이야기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니, 여전히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헌법을 갖고 있다고 말할 것인가.
이상은 정말 냉정히 추론하는 것이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분석이 아닌가?
이런 점이 더이상 논의하지 않아도 충분히 문제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 책을 읽어보고 나서 불필요한 예단으로서 유시민의 명예에 손상을 입혔는지 판단해 보자. 물론 명예훼손은 아니다. 상식적 수준으로 이야기한 것이니 논의를 확전시키지 말자.
독자의 피곤함을 덜어 주기 위해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길게 쓰는 습관을 버리려고 노력하려 한다. 따라서 아래 항목은 사실 더욱 의욕이 땡기고 다양한 논점이 있을 수 있으나 기한을 정하지 않고 그만 접기로 한다.
2. 엄청난 유혈의 강을 건너 쟁취한 헌법을 그대로 카피Copy해 들여 온 것이죠.
3. 투쟁 없이 여성 참정권이 있고, 인권이란 개념이 없던 시절에 ‘기본법’이 있게 됐고, 공장이 거의 없는데 ‘노동3권’이 있었죠.
4. 그런 대가 없이 들여온 헌법에 대한 할부금을 우리는 계속 내고 있어요. 4.19나 5.18, 6월 항쟁이 그렇죠. 헌법을 우리 것으로 만드려면 후불로 할부금을 내야하는 거죠. 요즘도 그 할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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