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에서 '생활과 경제' 를 강의 중인 유시민 전 장관이 학생들에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강추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것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칼 세이건 <코스모스>는 내 나이 쯤 되는 사람들은 익히 잘 아는 아주 유명한 책이다.
아마 1980년 말 쯤 되었을까.
책이 출간되기 전에 TV 미니시리즈 13부작으로 방영되어 국내는 물론 세계 60개국에서 약 5억명
시청한 말 그대로 초대박이었다.
책은 1981년 경에 국내에서도 책으로 출간되어 전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칼 세이건은 단박에 미디어 과학자인 동시에 대중스타로 떠 올랐다.
천문학을 마치 재밌는 얘기를 두런두런 들려주는 듯 대중들에게는 우주로 안내하는 길잡이였다.
이 책 얘기를 들으니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 얽힌 나의 오래전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에피소드는 이렇다.
그당시 <코스모스> TV 미니 시리즈 인기는 대단했다.
칼 세이건은 외모도 잘생겼고, 세련된 옷차림에 해설도 친근감있게 잘해서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그의 얼굴은 지금도 생각난다.
역삼각형의 턱이 조금 뾰죽하고 총기를 갖춘 지적인 용모의 소유자였다.
미니 시리즈가 완결되고 곧 책이 출간되었는데 그때 당시에 꽤나 두꺼운 책이었다.
칼 세이건에 푹빠진 사람이 세살 터울의 내 여동생이었다.
얼마나 칼 세이건을 입에 달고 사는지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나는? 당시 목하 연애 중이었다. 그러니 천하의 칼 세이건이 눈에 들어올리가.
여동생은 용돈을 아껴 드디어 <코스모스>를 사들고 와 읽기 시작했다. 눈에 불을 켜고.
이윽고 동생이 다 읽었고 곧 내차례가 되어 가방에 넣고 다니며 틈틈이 읽었다.
과연 머나먼 우주를 유영하는 기분이었다. 미니시리즈와는 또 다른 감동이었으니.
이 책을 옆구리에 끼고 당시 연애 중인 K를 만나러 갔다.
K는 이 책에 호감을 보였고 나는 다 읽지 않았지만 k의 지적 양식을 키워주기 위해 빌려 주었다.
물론 동생 몰래.
동생에게는 책이 무거워 사무실에 두고 다닌다고 말했다.
책을 K에게 빌려준지 사흘 쯤 되었을까. 나는 책을 이제 돌려달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k는 우물쭈물 말을 흐리며 아직 다 안봤다는 둥 말을 이상하게 하였다.
나는 즉시 낌새를 채고는 족쳤다.
나: 코스모스는?
k : ........
나 : 책 어딨어? 다 읽었으면 돌려 줘야지!
K : ...... 사실은....... 음......저......술집에......
나 : 뭐! ? 무슨 소리야 ! 왜 코스모스가 술집에 있어.
이유인 즉, K가 거래처 손님이랑 호프집에 갔다가 돈이 모자라 마침 가지고 있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잡혔다는 사실. 오마이 갓 !
어찌되었건 계속 자기 책 달라고 눈을 부라리는 동생 등쌀에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K는 바로 책을 찾아다 주겠다고 약속을 하였는데 , 갑자기 K가 지방으로 출장을 가버렸다.
어쩌나, 목마른 사람이 샘 판다고 그 호프집으로 (당시 부산 광복동의 유명한 술집)가서,
K의 술 외상값 1만5천원을 물어주고 책을 찾아와 동생에게 돌려 주었다.
당시 눈에 콩깍지가 강력접착제로 붙어 있은지라 그런 k가 밉지가 않았다.
<코스모스>를 여동생은 아직도 가지고 있다 . 전에 보니 책장에 잘 꽂혀 있었다.
다음해 나는 K와 결혼했다. 지금까지........... !(이하 생략...)
사실 그때 코스모스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소식에 들으니 그동안 코스모스가 절판되었다 칼 세이건 사후 10주년을 기념하여
특별판이 나왔다 한다. 얼마 전 서점에서 얼핏보니 전보다 훨씬 두껍고 고급스런 책이었다.
첨맘님이 극찬했다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나의 에피소드 한 토막이 생각난다.
정치는 냉엄하고 각박한 현실인데 ,첨맘님이 이런 천문학 도서를 강추했다니 좀 의아하긴 하다.
추천 도서에 다윈의 '종의 기원'과 리차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있긴 해도.
이왕지사 첨맘님이 아낀다는 도서목록이니 이번 참에 나도 다시 한번 읽어 볼까 한다.
책이 상당히 비싼데 (3만원이 넘을껄), 도서관에서 빌려볼까.
현실도 팍팍한데 우주 여행이라도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