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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격차와 메시지의 압축 말고도 대화록 독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또 있다. 실제 있었던 것은 얼굴을 맞대고 앉아 말을 나눈 회담인데, 대화록은 문자로만 이루어진 텍스트라는 사실이다. 회담을 보는 것과 대화록을 읽는 것은 같지 않다.
다시 한 번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녹화해두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대화록과 함께 그 녹화필름도 공개되었다고 하자. 대화록과 녹화필름은 차이가 있을까? 큰 차이가 있다. 녹화필름에서는 남북 정상들과 배석자들의 표정, 어조, 시선, 몸짓을 보고 들을 수 있다. 정상들 사이에 흐르는 정서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사람은 텍스트 또는 메시지로만 소통하지 않는다. 표정, 어조, 시선, 몸짓으로도 소통하고 교감한다. 그러나 대화록에서는 그런 것이 나오지 않는다.
만약 녹화필름이 있다면 대화록을 훨씬 수월하게 독해할 수 있을 것이다. 회담의 중요한 장면들을 골라 편집해 보여주고, 정상들의 발언에 담긴 핵심정보가 무엇인지, 그 발언이 어떤 역사적 사실과 정치적 의도를 담고 있는지 전문가들이 해설해줄 것이다. 해석이 다를 경우 토론할 것이다. 246분의 정상회담 전체를 해설하기 위해 그보다 몇 배 긴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만들 것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피디와 유능한 작가, 호소력 있는 목소리를 가진 성우, 한국현대사 전문가, 남북관계 연구자들이 함께 작업해서 제대로 된 정상회담 해설 다큐멘터리를 만들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상상일 뿐이다. 남북정상회담 녹화필름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런 작업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대화록에 나오는 정상과 배석자들의 발언은 비록 단편적이지만 텍스트 너머에 있는 것까지 보여준다. 가끔씩 등장하는 지문誌文도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
회담의 전후 상황과 대화록의 텍스트를 꼼꼼하게 맞추어보면 두 정상과 배석자들의 어조語調를 느낄 수 있다. 표정과 시선과 몸짓을 볼 수 있다. 회담장 공기의 밀도와 온도를 느낄 수 있다. 관련 정보를 뒤지고 상상력을 펼치면 회담장 풍경을 시각적으로 재생해낼 수도 있다.
대화록을 처음 읽었던 2103년 6월 이후 지금까지, 나는 오감五感을 모두 동원해 그 회담을 시청각적으로 재생해보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다시 텍스트로 전환해 책을 만들었다.
이 책의 텍스트를 보면서 독자들도 남북정상회담을 ‘느껴 보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