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에 대해서 왔다기 갔다리 하는건 이상주의자들의 특권(?)일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뇌속에서 떠도는 관념을 그저 진실인양 되뇌이는 버릇은 좋지 않다. 현실을 보고 사실을 보고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 하자.
사민주의는 그 개념 자체가 자본과 노동의 타협을 근거로 존재한다. 민주주의 방식으로 사회주의 개념을 실현하자는 것이므로 누가 누굴 위해 일방적으로 양보하거나 희생해서는 사민주의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즉, 다시말해서 기회의 공정, 평가의 공정, 정의의 공정이 이루어져서 누구든 그 시스템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불만이 적을때 그때 사민주의의 토대가 이루어질 수 있는거다. 또한 이것만 가지고도 사민주의를 충족하기는 어렵다. 각 국가마다 처한 입장이 있기 때문이다.
변화속도가 빠른 국가들은 사민주의가 쉽지 않다. 특히 인구규모가 5천만 이상되는 국가가 사민주의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 고용의 많은 부분을 공공이 담당하는 식이 되어야 사민주의가 가능한데 (지금처럼 변화 무쌍한 시대에) 그렇게 많은 수를 공공이 유지할 수 있다고 보나?..
한국사회는 자본과 노동의 잣대로 보기 어려운 사회다. 자본vs노동의 관계로 볼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는 뻔히 눈에 보이는 사실인데 사민주의 떠드는 사람들은 이를 아무렇지도 않는 변수로 취급한다. 이건 뭐랄까 실험의 결과를 미리 정해 놓고 과정속의 데이터를 지멋대로 제외, 변조, 조작 하는 것과 다르하지 않다고 본다. 이래서 대화가 이루어지겠나?.
이런 지적에 대해서 사민주의자들은(내가 보기엔 이상주의자들)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뭐 귀족노조, 철밥통 공무원 이런거 방어하자는 거 아니다. 이들이 양보해야할것이 있으면 양보할꺼다. 그런데 왜 절대 양보하지 않는것을 전제로 사민주의는 실현불가능하다고 이야기 하냐고.."
두가지로 설명하겠다
첫째, "그건 니생각이고.."라고 말하고 싶다. 사민주의는 개인혼자의 생각이 아니다. 나 역시 개인의 생각을 비판하는게 아니다. 지금 사민주의를 제기하고 있는 사람들은 일정 세력이 있다. 구체적으로 진보신당 일부,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그룹, 사민주의 연대등이 있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이들의 생각은 기존 대공장 노조, 공무원/공공 노조의 기득권은 그냥 인정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왜냐하면 이들의 기득권을 무너뜨리면 자본과 힘의 균형이 무너져 오히려 더 사민주의를 추진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연 이게 합리적인가?..이건 일종의 피해의식이다. 결국 총뽑아 놓고 "너부터 내려놔"라고 말로만 떠는 꼴인데 이런식이라면 앞서 전제했던 자본과 노동의 타협은 요원하다. 아예 이들이 싹 다 없어지기 전에 타협이 불가능하다고 보는게 맞다. (하긴 재벌과 노조의 기득권을 동시에 인정하자는 장하준식 해법도 있는데 이는 더 황당..)
둘째, 자본이면 자본, 노동이면 노동, 해당 카데고리에서 눈높이 차이가 너무 크다. 그러다 보니 사민주의자들이 전가의 보도 처럼 이야기하는 "국가재정 투입"으로 쉽게 해결이 안된다. 노회찬 심상정이 200조 공적자금 조성으로 복지체계를 구축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호응이 없다. 실현성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자본과 중소기업 자본은 서로 약탈관계다. 대공장 노조와 하청노동자 관계 역시 약탈적 관계다. 난 약탈을 선악 관점에서 판단하자는게 아니다. 대기업이 대공장 노조가 통크게 양보한다고 지금 이 구조가 쉽게 변하는게 아니라는 뜻에서 말하는거다.
한가지 예를들어보자. KTX여승무원이 정규직 전환 투쟁을 근 3~4년 했다. 한 30명정도 되는데 그중에는 스튜어디스 출신도 있고 어학이니 서비스교육이니 충분히 교육받은 이른바 인재들도 많다. 의문이 든다. 차라리 그렇게 고생할꺼면 (그 능력이면) 다른직장을 알아보는게 낫지 않나?.그런데 되짚어 보면 이해가 간다. 만일 투쟁이 성공해서 철도공사 정규직 서클로 들어간다고 해보자 그녀들 입장에서 그만한 직장(보수, 안정성, 복지)을 구한다는 건 쉬운일이 아니다.
대우자동차에서도 98년 1700명이 정리해고 되었는데 훗날 이들이 다 복직될 동안 한명도 대우자동차 보다 더 조건이 좋은 직장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이게 대한민국 현실이다. 사민주의자들은 정부가 무슨 도깨비 방망이를 가지고 있는 줄 알고, 자본이 숨겨논 돈만 풀면 저절로 양질의 일자리가 쏟아져 나오는줄 안다. 착각이다. 그것도 대착각..
비정규직 문제를 그런식으로 나이브하게 바라보니 답이 없는거다. 대기업이 양보해서 공공기업이 양보해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대상은 고작 20만명에 불과하다. 전체 비정규직의 2.5%다. 그게 해법인가?.
그렇담 정부가 돈을 대자고?.언제가지?..죽을때까지?..뭔돈으로?.
대한민국의 중소기업은 대부분이 대기업 하청으로 운영된다. 수출 중소기업도 대개는 클라이언트가 대기업이다. 중소기업을 안해봐서 다들 모르나 본데, 중소기업의 이윤은 대기업이 정한대로 정해진다. 현재 우리의 산업구조에서는 자기결정권이 거의 없다는거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규직을 고용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결국 대한민국은 고용유연성 도입이라는 전제하에 점차적인 산업구조의 개편, 임금의 차별화시정, 복지의 차별화 시정 , 사회투자의 증진 같은 조정을 통해 비정규직 해법을 처리 할 수 밖에 없다. 오죽하면 대표적인 사민주의 신봉자인 이정우 교수님이 "나도 모르고, 대한민국에서 비정규직 해법 아는 사람 없다"고 했겠나.
다시말하지만, 세상이 그리 만만한게 아니다. 진보개혁세력이 왜 지난 대선에서 참패했나?..세상을 만만하게 봤기 때문에 그런거다. 대한민국은 천의얼굴을 가진 복잡다양한 사회다. 쾌도난마 식으로 결정할 수 있는건 하나도 없다
게다가 과거는 변화의 속도라도 천천히 갔지. 지금은 시속 150킬로의 봅슬레이 속처럼 느껴진다. 생각해봐라. 국제유가가 20달러에서 1년만에 150달러가 되고 다시 6개월만에 50달러가 된다. 이런 변화의 속도에 어느 누가 편안하게 자본이니 노동이니 하면서 투자를 하고 사업을 할 수 있나?.
이상주의자들이 순진하다는 소리를 듣는건 훈장일 수 있다. 그만큼 때가 덜묻고 건강하다는 뜻이니 . 그러나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는건 모욕이 아닌가..그렇다면 책에서 주의주장을 펼쳐들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폭넓게 만나 직업인으로서 그들의 생생한 생각을 듣고, 그리고 나서 자신의 관념을 정립해야 한다.
난 사민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건강한 이상주의를 탓할생각은 없다. 그들의 상상력을 되려 칭찬하고싶다. 그러나 그들이 정치세력화 한다고 모여서 말도안되는 주장을 할때는 과감히 반격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현실을 모르는 헛발질로 되려 진보개혁세력의 무능을 부추기는 동력이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차라리 대한민국은 미국의 오마바노믹스를 심도있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그게 훨씬더 현실적이고 대안적이라고 생각한다.
* 그리고 한가지 부탁 제목으로 "누구 봐라" 이런식으로 제목달지 말자..시비거는것 처럼 보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