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오해가 있을까봐 미리 밝힌다.
필자는 미국소고기 수입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한우가 좋은 줄은 알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이 즐기기에 이미 감당 못할 수준으로 값이 올라 버렸기 때문에, 이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억하시나? 한때 북한과 체제 대결을 벌일 때를 말이다. 북한은 대남방송을 통해서 '이밥에 소고기국을 푸짐하게 먹었음'을 떠들곤 한 시절이 있었다. 70년대 초반까지는 실제로 북한이 경제력에서 우리나라보다 앞서고 있었던 시절도 있었던 모양이니, 그때는 그런 소리에 혹하는 남한 병사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후에는 상황은 역전되었고, 오랫동안 저런 방송은 남한 병사들에게 '북한이 정말 못살기는 못사는가 보다... 저걸 자랑이라고 떠드는 거 보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혼식을 장려한다고 쌀보다 보리쌀이 더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며 강제로 도시락을 검사하던 시대도 있었지만, 그 고비를 넘고 나니 쌀이 너무 많아져서 쌀재고를 걱정해야 할 지경이 된 한국이다.
명절 때나 끓여먹던 소고기국도 건강 때문에 피하지 않는다면 어지간하면 1년 사시사철 끓여먹을 수 있음은 물론, 대부분 가정에서는 불고기조차도 명절음식에서 일상음식으로 격하된 지 오래일 정도의 물질적 풍요를 가진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그런데 소고기값이 너무 뛰면서, 한우고기로 온 가족이 푸짐하게 매일 먹는 건 상당한 부담이 되는 가구수가 꽤 많이 늘었다. 어떤 식으로든 이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보면, 소고기를 수입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는 생각이다. 사실 대다수 우리 국민들도 소고기 수입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으실 거다. 아마도...
문제는 하필 미국소냐는 것인데, 뭐, 이것도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어차피 미국에 물건 너무 많이 팔아먹는 한국이다보니, 늘 미국 측의 이런저런 시장개방 압력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던 게 한국 아닌가? 게다가 미국 소고기값이 싸니, 여기에서 수입 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본다.
여기까진 별로 정부를 탓할 생각이 없다. 지난 참여정부에서도 광우병이 통제상태에 들어간 이후의 미국 소고기 수입을 막지는 않았었고, 한미FTA 선결조건으로 미국 측이 자꾸 이 문제를 걸고 넘어지니까, 성의를 다 하겠다는 약속은 한 적이 있으니까... 참여정부가 아니라, 어떤 정부라도 그런 결정을 내렸으리라 본다.
그러나 2MB의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는 도를 넘어 버렸다.
아무 대책도 없이, 다른 나라에서는 수입하지 않는 30개월 이상인 소를 도축한 고기도 수입을 허용해 버렸을 뿐 아니라, 미국내에서 광우병이 발병해도 국제수역기구가 공식적으로 확정하지 않는 이상 미국소고기 수입을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금지할 수 없도록 하는, 한마디로 '맹바기나 할 만한 어처구니없는 멍청한 결정'을 내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건 한 마디로 '미친 짓'이다.
지금 이 문제는 단순하게 소고기 하나를 더 수입하고 말고의 문제 차원을 넘어버린 느낌이다. 출범 전후부터 지금까지 벌여온 온갖 삽질과 정권 피로감을 참지 못한 젊은 세대가 폭발해 버렸기 때문이다.
다른 글에 단 댓글처럼, 지금의 사태는 일종의 '세대 쿠데타'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본다. 쉽게 말해서 '돈을 벌어준다기에' 아무 생각없이, 심지어 '자식들의 미래까지도 내팽개치고는' 맹바기와 딴나라에 표를 던진 부모세대들의 '얼빠진 선택'을 '자식세대'들이 정면으로 거부하고 나선 셈이기 때문이다.
이건 우리 현대사적 의미에서도 매우 중요하고, 의미심장한 상징적 사건이다. 민주화가 이뤄진 이후 '이제 민주화는 되었으니, 돈이나 더 벌게 해 달라'는 천박한 생활인의 욕구에 매몰되어 '인간답고, 건강하며, 가치있게 사는 삶'에 대한 꿈을 버린 '생활인이 다 되어버린 40대 이상의 부모세대'들에게, 물질적 풍요를 기본으로 깔고 성장해 온 10대와 20대 초반의 젊은 층들이 '우리는 돈이 부족한 고통은 모르겠고, 그거보다는 일단 좀 건강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거든! 존중받으면서 살고 싶거든!' 하면서 '부모세대들이 망쳐놓은 우리 미래를 우리 손으로 찾겠다'며 나선 모양새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각있는 부모들은 뒤늦게 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모양이다. 바로 자기 자식들이 직접 '광우병 위험이 남아 있는 미국 소고기를 단체 생활 중에 선택의 여지없이 먹어야 한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찍은 손가락'이 비로소 부끄러워지기 시작한 것이고, '돈 때문에 바로 내 자식 건강을 내가 팔아 먹은 꼴'이라는 걸 인지하기 시작한 것이니 말이다.
그러길래 내가 뭐랬나?
'애들 보기에 안 부끄러운 후보'를 뽑지 않으면, 두고 두고 후회할 거라 하지 않았나? '돈만 벌게 해 주면 뭘 해도 상관없다!'길래, 내가 그러지 않았나? '당신들, 돈만 벌게 해 준다면 당신 딸은 매춘도 시킬 거고, 당신 아들은 호스트바에도 보낼 거고, 강도짓도 시킬 거냐?'고 되묻지 않았나?
돈! 자본주의에서 중요한 거 맞다. 그거 누가 모르나? 그러나 그 돈도 '건강' 없이는 말짱 꽝이다. '명예' 없으면 말짱 꽝이다. 이런 말 모르나?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며,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모두 잃는 것'이라고...
천하에 무능하고 멍충하며, 부패한 맹바기였기에 이 벌집을 쑤신 것이다.
미국소를 수입하되, '30개월 이상은 금지하고, 미국 내에 문제 발생시 즉각 중단할 수 있는 장치'만 확보하고 개방을 확대했어도, 지금 이렇게 되진 않았을 것이다. 하긴 뭐, 다른 일로 뽀록이 나긴 났겠지만 말이다...
하여간, 필자를 포함한 부모세대에게 한말씀 정중히 드리고 싶다.
'맹바기 찍으셨죠? 부디 30개월 이상 된 미국 소고기 자식들한테 먹이지 말고, 여러분들이 다 쳐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