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중앙집행부의 일원이나 기획운영팀장으로서가 아닌 철저하게 개인적 차원으로 쓰는 글임을 밝힙니다.
1. 참여정치 시즌2의 마감
유시민 의원님이 지난 일요일 "지난 2000년 노무현의 부산 낙선으로 시작된 연극의 막이 나의 대구 낙선으로 내려졌다"라는 말씀을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올라오는 버스 내내 깊은 상념과 회한에 젖어 있었습니다.
헌데 나름대로 생각해보니 좀 거칠게 정리하자면 8년을 하나로 묶을 수 있겠지만 제 기준으로 보자면 8년을 시즌1과 시즌2로 나눌수 있겠더군요.
2000년 4월 노무현의 낙선부터 2004년 4월 총선까지를 시즌1로
2004년 4월 총선 이후부터 2008년 4월 총선까지를 시즌2로
나누는 게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즌1이 승리의 역사였다면, 시즌2는 패배의 역사고, 시즌1이 노사모, 개혁당 창당, 대선 승리, 탄핵반대 시위로 이어지는 대중참여운동의 역사였다면 시즌2는 열린우리당과 통합민주당이라는 거대정당 안에서의 내부개혁투쟁의 역사였다고 생각합니다. (2007년 통합신당 경선도 유시민의 당선을 통해 통합신당을 개조하려는 정당개혁투쟁 일환의 성격이 강했죠.)
2. 참여정치 시즌1은 왜 성공했고 참여정치 시즌2는 왜 실패했나
참여정치 시즌1의 기억은 화려합니다. 물론 곳곳에 좌절과 아픔의 순간이 있었지만 2002년 국민경선 승리, 개혁당 창당, 몽과의 단일화 승리, 2002년 대선 승리, 2004년 탄핵역풍 조성과 총선 승리라는 승리로 점철된 역사입니다. 하지만 참여정치 시즌2는 2004년 국가보안법 및 4대 개혁입법 좌절, 2005년 전당대회 유시민 꼴찌 입성, 2006년 기간당원제 폐지, 2007년 열린우리당 해체, 2007년 통합신당 경선 패배,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 패배로 이어지는 가혹한 좌절과 패배의 역사입니다.
저는 이렇게 봅니다. 각성한 시민들의 활동영역이 민주당이라는 거대정당 뿐만이 아니었을 때 참여도는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때문에 민주당이라는 거대 정치집단을 견인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각성한 시민들의 근거지가 민주당→열린우리당이라는 거대정당의 내부로 한정되었을 때 참여도는 굉장히 협소해 졌습니다. 개혁당 4만 당원 중에 열린우리당에까지 따라온 당원은 절반도 안될 것입니다. 또한 열린우리당 안의 당원 중 대통합신당에 따라온 당원도 절반도 안됩니다. 더 큰 정당으로 갈수록 우리 편은 더 많아져야 하는데 반대로 우리 편은 점점 적어져 갔습니다.
3. 이제 대안은 각성한 시민들이 중심이 된 새 정당 창당의 길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시민 의원님은 탈당을 결행하고 신당 창당의 뜻을 밝힌 것입니다. 참여정치 시즌2의 오류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헌데 신당 창당 의지를 밝혔지만 실제 추진은 안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무얼까요. 2002년 대선때 '급조'에 가까울 정도로 개혁당 창당을 순식간에 이뤄낸 그분이 많은 이들의 비판과 의심을 받아가며 이렇게 꾸물거리는 이유가 뭘까요. 2002년 대선과 2008년 현재의 상황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입니다.
2002년 대선엔 누군가 불을 질러주기만을 기다리는 기름에 젖은 들판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면, 지금은 참여정치 시즌2의 좌절과 패배로 지치고 상심한 2002년부터 맹렬히 타다 남은 얼마 안되는 들풀들만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풀들이 더 많이 자라나야 하고, 또한 그 풀들이 기름에 젖어야 합니다. 그래야 신당창당의 동력이 생깁니다.
4. 좋은 정당과 좋은 언론은 이 시대의 변화와 희망을 위한 지상과제입니다. 그러나 그를 위해선 좋은 가치와 좋은 사람들을 만드는 준비단계가 필요합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고 공감하고 계실 걸로 믿기에 좋은 정당과 좋은 언론의 필요성에 대해선 별도의 사족을 붙이지 않겠습니다. 다만 좋은 정당과 좋은 언론이 어느 순간 뚝딱 만들어질 수는 없다는 것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좋은 정당과 좋은 언론을 위해서는 좋은 컨텐츠(가치)가 있어야 하고 그 가치를 공유하는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어야 합니다. '좋은'이라는 단어가 추상적이라면 '유연한 진보노선'이나 '진정한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등으로 달리 말해도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가치와 그 가치를 공유하는 좋은 사람들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을 저는 노무현 대통령께서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시민주권운동"입니다. "깨어있는 백성이라야 산다"라는 함석헌 선생의 말씀이 요즘처럼 절절하게 들리던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5. 끼리끼리 뜯어먹는 <욕망의 정글> vs 서로서로 돕고사는 <함께사는 세상>
작년 대선과 이번 총선은 많은 분들이 지적하듯이 "욕망의 정치"의 승리입니다. 집값 상승과 뉴타운에 대한 기대로 서울이 통째로 이명박과 한나라당에게 넘어갔습니다. 이에 반해 욕망에 굴복하지 않은 사람사는 세상, 함께사는 세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수많은 이들은, 2002년과 2004년에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에 표를 던진 많은 이들이 지지할 곳을 찾지 못해 결국 투표를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이명박 시대의 화두는 명백합니다. 개개인의 욕망을 추구하다 다 함께 망하는 길로 가느냐, 서로서로 돕고사는 상생과 선순환의 공동체 성공의 길로 가느냐입니다.헌데 이명박에 반대하여 <함께사는 세상>의 기치를 높게 들어야 할 이들이 지금 모조리 다 국회, 즉 국민대표회의에서 축출된 상태입니다. 조선시대로 치면 왕에 해당하는 주권자 국민들에게 버림을 받아 노무현, 유시민 가릴 것 없이 지금 죄다 시골로 낙향하고 귀양가있는 신세입니다. 물론 왕인 국민들을 이렇게 만든 건 집요하고 간악한 참소로 끊임없이 왕인 국민들의 눈과 귀를 흐린 나쁜 언론, 나쁜 정당들입니다.
6. 시민광장은 시민주권운동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이제 얼마 안되는 우리의 대표자들마저 모조리 축출해버린 저들의 횡포는 이전보다 훨씬 심해질 것입니다. 뉴스를 보면 저들이 추진하는 건 하나같이 공동체와 힘없는 개인들을 무참하게 파괴하려는 의도를 가진 정책들뿐입니다.
부관참시도 유분수지 귀양 보낸 것도 모자라 대통령 재임 때 재산이 1년에 1억씩 늘었다고 또 다시 노무현 대통령님을 난도질을 해댑니다. 노 대통령님 재산의 몇십배 몇백배 몇천배를 가진 자신들의 사주와 몇조원의 재산을 가진 정몽준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말이죠.
7천 유티즌으로 부족합니다. 전국에서 대구로 온 700의 전사들로도 부족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함께사는 세상을 만드려면 깨어있는 백성들, 깨어있는 시민들이 적어도 100만명은 되어야 합니다. 깨어있는 시민들을 찾고, 만드려면 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저는 지금 시민광장보다 더 큰 힘과 더 적절한 위치를 가진 다른 단체를 알지 못합니다.
노짱님께서 봉하마을에 내려오셔서 유시민 의원님을 단상으로 불러올려 손을 들어주시고 "이제는 시민광장에서 뵙겠습니다"라고 말씀하신 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민광장은 시민주권운동의 중심이 되고, 유시민은 그렇게 깨어난 시민들의 대표로서, 시민주권시대의 지도자로서 다시 한 번 저들과 한 판 멋진 대결을 벌여야 합니다. 그리고 노공이산님은 그런 우리를 틀림없이 응원해주실 거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