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쓰다가 다 지우고 핵심만 남기려 한다.
확실하게 실패했고 한 번 더 실패할 처방전, '반노와 비노 당(黨)'의 '노무현 탓'
지난 대선 이전, 딴나라당 후보의 당첨이 유력할 때부터 이미 진단이 갈리기 시작했다. 왜 딴나라당이 고공행진을 벌이는지에 대한 진단 말이다. 일부에선 그걸 '노무현 탓'으로 돌렸고, 그래서 '반노와 비노' 중심으로 당을 꾸렸고, 대선후보를 뽑았다. 이게 처방전이라면서 말이다.
그 결과는?
모두 아시는 바와 같이, 당은 재보궐선거 40전 40패 포함, 지방선거까지 역대 최악의 참패로 문을 닫았고, 그 후신으로 생긴 잡탕당에선 반노와 비노들이 득세했지만 아직도 지지율은 5~6%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 잡탕당에서 뽑은 후보는 스나이퍼님이 잘 요약해주신 것처럼 2002년 당시 노무현 후보가 얻었던 득표의 절반으로 쪼그라들면서, 87년 체제 이후 최악의 2위에 머물렀다.
그런데도 그 진단과 처방전을 주장했던 자들은 어떤 반성도 하지 않으며, 아직도 '노무현 탓'만 외치고 있다. 그리고 보나마나 4월 총선도 역시 그 진단에 따른 '반노, 비노 처방'으로 치를 것이다. 결과는? 보나마나다. 지금 드러나다시피 역대 최악의 참패로 딴나라당에 모든 권력을 다 넘겨주고, 잡탕당은 88년의 평민당보다도 못한 호남당으로 전락할 예정이다.
그런데 지난 대선 때도 그렇고, 열린우리당 시절에도 그렇고 그 반대의 진단도 늘 있었다. '노무현 탓'이 아니라, '노무현을 제대로 못 지켜주는 당' 탓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고, 따라서 처방전은 '반노, 비노짓'이 아니라, '노무혀니즘'의 강화와 '노무현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세력이 있는 당'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 번도 제대로 써 보지 못한 처방전, '노무현 당(黨)'
그 대표가 아시다시피 우리의 마지막 호프, 유시민이었다.
그는 '당이 문제니 당을 바꾸고, 지키겠다'면서 당대표에 출마했다. 그는 참여정부가 실패하지 않았다면서 참여정부의 아젠다를 승계하고, 드러난 문제점들을 개선해 나가겠다면서 대선후보로 출마했다. 그러나 그는 당대표 선거에서 4등으로 지도부 입성에 그쳤고,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중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중도포기하고 말았다.
겉으로는 그러니 이 진단도 그다지 세를 얻는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이 처방전을 진짜로 써 볼 기회를 우리는 단 한 번도 제대로 가져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유시민이 당대표를 맡아 보질 못했으니, 이 처방전의 전국적 효력을 검증할 기회가 없었던 셈이다. 유시민이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어 현 당첨범과 맞짱을 떠 보질 못했으니 이 효력을 전면적으로 검증할 기회는 원천봉쇄된 상황인 셈이다.
상황이 절박하면 원래 이 방법, 저 방법 다 써봐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도 아직 이 처방전을 써 볼 기회를 우린 얻지 못했다는 것 아닌가?
더 솔직히 말하자.
사실은 이 마지막 남은 방책 빼고는 반딴나라 진영이 쓸 수 있는 처방전 다 써 본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이 마지막 처방전을 써 볼 엄두조차 못 내고 있는 게 솔직한 상황이다.
그게 필자가 총선 전 정당 건설을 강력히 주장하는 이유다.
마지막 처방전의 시험장, 이대로 지나칠 수 없는 '4.9 총선'
이 마지막 처방전을, 전면적이 아니더라도 부분적으로라도 일단 써서, 가깝게는 딴나라당이 가질 의석을 한 석이라도 더 줄이고, 나아가서는 우리의 진단이 옳은 것이고, 따라서 우리의 처방전이 진짜 제대로 된 것일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야 더 잃을 게 없지 않나? 막말로 우리 처방전이 정말 씨알도 안 먹히는 게 드러났다고 치자? 우리가 잃어야 할 게 도대체 뭔가? 깨끗하게 우리 진단의 오류를 인정하고, 차근차근 힘을 키우고, 세력을 모으고, 더 연구해서 더 나은 대안이 되는 일은 어차피 우리 로드맵에 다 나와 있는 것들 아닌가?
그런데도 유 후보는 이 방법을 아직은 써 볼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대통령도 속내가 꼭 그렇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나, 지금 이 방법을 쓰자고 말하지 않으신다. 하지만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다. 수도권에 출마할 후보들 때문에 또 다시 당을 만드는 게 부담스러운 상황인 것 같아서 탈당 및 신당 창당에 부정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필자도 이런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대로 넋 놓고, 이미 써 봤기에 효력이 없다는 게 증명된 처방전만 붙들고 있는 건 너무나 무기력한 것 같다.
사실 필자도 총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이 없다는 게 안타깝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번듯한 정당을 다시 만드는 것'이 총선 전에 불가능하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해 볼 수 있는 마지막 처방전을 시도해 보거나, 하다못해 시험해 볼 생각도 하지 않는 상황이 매우 부담스럽다. 각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수도권의 후보 난립으로 인한 손해가 걱정이신가? 그렇다면 수도권에는 최소한의 후보만 출마시키면 될 일이다. 방법이 없지도 않은 것이다. 어차피 창당한 지구당에서 다 출마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전국에 다 지구당을 창당해야 중앙당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필자가 주장하는 '최소 요건 창당론'은 노 대통령께서 가지고 계시는 염려인 '그나마 가능성 있는 수도권 후보들의 불리론'과, 이 새로 창당할 당의 이름으로 출마할 후보가 충분하지 않다는 시기상조론을 모두 충족시키면서도, 우리 처방전을 부분적으로나마 시험해 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최소 요건으로 창당, 총선 전에 '개문발차'
필자도 '어떡하든 한 명이라도 노씨 가문 후예들이 더 살아 남아야 한다'는 '생존우선론'을 인정한다. 따라서 현실적 여건 때문에 잡탕당에 잔류한 세력들은 최대한 자신들의 인물론을 앞세워서 살아 남을 수 있다면 살아 남는 게 옳다고 본다. 그거 비난하고 싶은 생각, 전혀 없다.
다시 말하지만 한 명이라도 더 살아 남는 게 가장 중요한 거고, 살아 남는 데 잡탕당에 있는 게 더 나은 후보가 있다면, 혹은 무소속 출마가 더 유리하다면 그렇게라도 해서 살아 남는 게 중요하다는 거 인정한다.
그러나 단언컨데, 지난 대선처럼 '어쩔 수 없어서 잡탕당에 정당지지표'를 던지는 일은 두번 다시 되풀이 되어서는 안되고, 되풀이 되지도 않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것은 '한 명이라도 노씨 가문 후예들이 더 살아 남는 것'과 하등의 관계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 구도에서 잡탕당에서 '노씨 가문 후예'들이 비례대표 공천을 받을 가능성은 0에 가깝지 않나? 왜 우리가 손학규나 정동영계의 국회 진출을 위해서 표를 던져야 하나? 딴나라당보다 낫기 때문에?
그렇다면 민노당에 던지면 될 일 아닌가? 하지만 민노당도 아니라는 게 우리 생각 아니었나? 그리고 우리 1차 목표는 '노씨 가문 후예들'이 하나라도 더 생존하는 것이라 하지 않았나?
그러니 말하는 것이다.
최소 요건으로 창당해서 총선 전에 개문발차하자. 그래야 '정당지지표라도 던지기 위해서' 마뜩치 않은 후보가 출마한 지역구에 있는 '우리표'들에게 투표해 달라고, 투표장에 나와 달라고 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이 성립되는 거 아닌가?
노씨 가문 후예들의 '생존우선론'과 '창당시기상조론'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방법, '최소 출마'
이렇게 하면 일단 수도권 지역에서 후보 난립으로 '잡탕당 혹은 무소속으로 출마할 우리 가문 후예들에게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피해'는 무시해도 좋을 수준으로 적은 반면, 이번에도 마땅히 찍어 주고 싶은 후보가 없어서 기권할까 생각했던 '우리표'들이, 이 '정당지지표' 던지기 위해서 투표에 참가해 주는 덕분에 얻을 수 있는 '플러스 알파'는 한 두 표가 아쉬운 '반딴나라 후보'들에게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이렇게 하면 일부에서 우려하는 '어중이 떠중이 다 모여들어서 당 정체성이 또 흐트러지는' 부작용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최소한 창당, 최소 출마 방식을 적용하면 '출마할 사람이 없다'는 현실론도 별 문제 안되지 않나?
이렇게 해서 전국적으로 정당투표 최소 150만 표 정도만 얻어도 충분히 비례대표 확보가 가능하다.
이번에 문국현 후보가 157만표 정도 얻었던데, 득표율로 5%가 넘은 것 같았다. 3%만 넘어도 비례대표 당선이 가능한 규정은 이번에 선거법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유효할 것임이 분명한 상황인데다, 총선이 대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아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이 정당은 당장 원내 4당 정도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왜 우리가 이를 이리 쉽게 포기해야 하나?
우리표 = 진짜 노무현 지지세력 = 유연한 진보정당 지지세력, '비례대표용 정당지지표'
정리한다.
지금 딴나라 독재에 맞설 여러 방법들 중 제대로 써 보지 않은 유일한 방법은 '진짜 노무현 지지자들을 모아보는 것'이다. 여기에서 '진짜 노무현 지지자'는 '유연한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세력이며, 참여정부의 '골수 지지자'들이다. 물론 이 세력만 갖고 우리가 다시 정권을 찾아 올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세력들이 '코어'가 되지 않고서도 정권 탈환은 불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이들 중에는 지난 총선 때도, 대선 때도 '어쩔 수 없이' 진짜 우리 후보들이 아닌데도 투표를 해야 했던 불쌍한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실제로 대선 때는 기권한 사람도 최소한 100만은 넘는다.
하지만 솔직히 이 방법이 통할지 안 통할지 우리는 아직 제대로 시험조차 해 보질 못했다. 그러니 이번 총선같이 좋은 기회를 그냥 허비하지 말자는 것이다. 우리의 토대를 한번 시험해 보자는 것이다.
최소 정당 건설 및 최소 출마는 노대통령의 판단이나, 유시민 후보의 판단과도 별로 상충되지 않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지지자들에게 지역구는 전략적 투표의 자유를 허용하되, 비례대표용 정당지지표로써 우리들에 대한 지지를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이른바 '생존우선론'과 '창당시기상조론'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왜 이를 포기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