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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을 다녀보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참 재미있다.
별로 크지도 않은 코닥지만한 나라에서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가 이렇게 크다는 건 참 아이러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내 입장에서 보면 서울과 지방의 차이는 대략 그 역량이 10배쯤 차이나는 것 같더라...
어찌 이런 불균형 차이를 그대로 둔 채 경제성장의 발전이 가능했을까? 참 기묘한 일이다.
양극화가 칼바람이라고 하지만 지방을 다니면 오히려 그곳에선 양극화를 느끼기가 어렵다. 찻잔 속의 태풍처럼 고요하기만 하다.
서울은 압구정 청담동을 한 바퀴 돌다가 동호대교만 슬쩍 넘어 금호동 장충동만 가도 공기부터 다르다. 입는 거 먹는 거 돌아다니는 사람 때깔이 차이가 확연하다.
이러다 보니 신경이 죄다 곤두선다.
넘치는 매체에 방송에... 가만히 있어도 뇌를 자극하는 게 한 두 개가 아니다. 펀드 걱정에 애들 학원, 학교 걱정에 해외여행 걱정에 돈이 많아도 걱정에 걱정이 차고 넘치고 다른 한 쪽에선 알바 걱정에 취직 걱정에 PC방비 걱정에 또 다른 걱정꺼리들이 따로 넘친다.
반면 지방에 가면 서울에서 느끼는 그런 걱정은 없다.
대신 무슨 놈의 형님 동생은 이리 많은지... 그 관계 챙기느라 걱정은 많겠더만...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 동창 동문에 형님뻘 동생뻘 은근히 챙기는 거 많다.
서울 사람 입장에서 보면 욕심들이 없다.
물론 욕심 있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야 이미 서울로 다 올라갔겠지. 이러니 서로서로 별 차이도 없어 보인다. 큰 돈 쓰려면 서울로 가야 하는데 어차피 서울 못 가는 사람들은 돈 쓸 일이 없으니 대강 다들 비슷비슷하게 산다.

얼씨구 저절로 양극화가 줄어든다는 거네...
대신 이러다 보니 사람들 생각에 차이가 없어진다.
왜 지역주의가 기승을 부릴까 하고 고민했는데 생각해 보니 그럴만도 하겠다. 뭐 형님 동생 찾다보면 별 차이도 없는데 정책 가지고 싸울 일이 있겠나.
차이 나는 사람들은 죄다 서울 올라가 있고 남은 사람들은 매일 매일 술동무, 밥동무, 마실동무 하는 동네 선 후배, 형님 동생인데 뭐 차이를 찾아볼 수가 있겠나. 에라... 뭘 따져. 우리 동네는 이걸로 통일해... 이 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한 듯 하다.
서울에 가장 필적할 포텐셜을 가진 지방도시라고 해도 사람들의 행동과 인식의 수준은 서울의 1/10도 안 되지 않나 싶다. 서울 사람들처럼 참기름 짜내듯 살지 않는다는 말이다.
악착같은 맛이 없다.
솔직히 지역주의를 정책으로 깨기는 쉽지 않겠더라...
지방은 다양성에 대해서 경험할 입장도 경험하고픈 생각도 궁극적으로 다양성이 뭘 의미하는지도 모르는 듯 하다.
난 놈들은 죄다 서울로 가버리고 남은 사람들끼리 적당이 타락하면서 적당히 느긋하게 형님 동생 하면서 여유있게 살겠다는데 뭔 이념이 어쩌고 정책이 어쩌고 하면서 편을 갈라 먹으려고 하겠는가...
형님 요분엔 이짝으로 가야겠지라... 그러면 동생 일마야 그리 안 하면 뭐 다른 길 있나... 이러면서 화답하는 게 맞겠지.
어쩜 나도 지방에 태어나 저리 살았으면 비슷하게 행동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덜 만족하지만 덜 스트레스 받으면서 나른하게 사는 것도 매력일까?
참 뭐가 답인지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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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산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짐작하듯이 난 서울 토박이다.
박통이 여대생 끼고 술 처먹다 뒤진 궁정동이라는 데가 내가 태어난 곳이다.
79년 당시 우리 집에 총소리도 들렸다. 아침에 초등학교를 등교하는데 청와대 입구 쪽 큰 길에 탱크 두 대가 놓여 있어서 뭔 일인가 싶었는데, 학교 가니 대통령 죽었다고 여자애들이 울고 불고 하던 게 기억난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눈물 질질 짜던 동창 년들은 을마나 황당할까?
당시 소년한국일보를 아침마다 반장이 나와 읽어주던 게 유행이었는데 창밖을 주시하던 담탱이가 "오늘은 하지 말자" 라고 햇던 것이 기억난다.
담탱이가 유신 반대하던 사람이었나? 인상으로는 절대 아닌데...
암튼 그 뒤로 사람 얼굴 보고 개념 잡는 거 함부로 안 한다. 잘못 하단 개피 볼 수 있으니.
이렇게 난 서울(수도권)에서 40년을 살았다.
강릉에서 2년 군대생활, 대구에서 1년 군대생활, 진주에서 6개월 군대생활을 한 걸 제외하면 2주 이상 지방에서 살아 본 적도 없다. 난 명백하게 서울 깍쟁이고 소위 말하는 서울 촌놈이다.
내가 40년 살아본 서울의 느낌은 효율과 비효율의 극과 극을 달린다는 것이다.
서울은 자본주의가 보여줄 수 있는 극한의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다. 아무리 런던과 뉴욕이 자본주의가 꽃 피운 곳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서울에 비하면 쨉도 안 된다.
서울은 말 그대로 돈 놓고 돈 먹기의 카지노 도시다.
정글이 있다면 가장 비슷한 곳이 서울이 아닐까 한다. 하루에 1천만원 노점장사도 가능하다. 반대로 하루종일 10원도 구경 못할 수도 있는 곳이다.
물론 어떤 방법으로 적응하는가에 따라 결과는 천차 만별.
8년 전 겸사겸사 뉴욕을 갔었는데 맨하탄에서 지하철을 타면서 첨 드는 느낌은... "다들 어리숙한 게 장사 좀 되겠는걸...?" 김혁규가 태진아가 뉴욕에 가서 노정상으로 돈 벌었다는 이야기가 괜한 말이 아닌 듯 싶었다.
서울에서 대강 단련된 사람이라면 뉴욕쯤이야... 뭐...
서울은 사람을 참기름처럼 짜낼 줄 안다.

어떻게 뺑뺑이 돌리면 기름이 쫘르르 나오는지 그 노하우가 무궁무진한 곳이 서울이다. 이것이 정글에서 살아 남는 노하우이기도 하다.
가끔 지방에 내려가면 시계가 천천히 가는 느낌이 든다. 느릿느릿... 여유가 만만인데 어쩔 땐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기도 하더라.
서울 사람의 역량이 지방 사람 역량의 10배라고 했더니 누군가 발끈하더만...
서울쥐와 시골쥐 이야기를 안 배웠나 보다.
빗자루를 피하는 스피드가 10배라는 뜻이다.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 아닌가. 솔직히 내가 보기엔 내가 10배쯤 빨리 피하겠더만... 뭐 틀렸나...?
서울과 지방의 불균형을 시정할 방법을 찾기는 솔직히 쉽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서울은 보통 도시가 아니다.
지구 최강의 정글이 바로 서울이다. 우리는 1천만, 넓게 보면 2천만의 인구가 이 정글에서 매일 매일 지구 최강의 K-1 전사로 사육된다.
누가 이걸 막겠나...ㅋㅋ
박정희가 뿌린 불균형 발전 모델이 쉽게 깨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 아닌가 싶다.
답은...? 그걸 알면 내가 이러구 있겠나.
오늘도 열심히 서울쥐는 빗자루질을 피해 뭐 줘먹을 거 없나 하고 달린다 달려. go g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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